‘한소희 타투’ 못된걸? 변화의 단초로서 ‘불편함과 거부감’ [패션 읽기]
입력 2020. 04.09. 17:15:25

한소희

[더셀럽 한숙인 기자] “도시의 대로를 거리낌 없이 활보하는 여성 산책자는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부르짖는 부인운동 등 여성 해방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운동들에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거리 위의 젊은 여성들을 경외의 시선을 바라보는 응시자들은 그녀들의 걸음걸이를 전근대와 근대를 가르는 혁명으로 해석했다”

문학평론가 한민주는 그의 저서 ‘불량소녀들 ; 스펙터클 경성에서 모던걸은 왜 못된걸이 되었나’에서 1929년 9월 별건곤 23호 실린 내용을 인용해 근대사회에서는 여자들이 거리를 당당하게 걷는 것만으로도 혁명적 행위로 받아들여졌음을 언급했다.

어떤 세상을 뒤엎을 의도가 없음에도 익숙한 모습에 반하는 행위, 더욱이 여자들의 행위는 종종 혁명적으로 인식돼왔음을 알 수 있다. 배우 한소희 역시 타투 사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와 비슷한 뉘앙스로 누군가에게는 지지를 누군가에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소희는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 흡연을 하면서 일그러뜨린 얼굴, 반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 문신 등이 담긴 사진들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갑작스러운 유명세에 따라붙는 논란의 수순을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JTBC ‘부부의 세계’에서 맡은 당당하고 도도한 불륜녀 여다경 역할 때문인지 한소희의 ‘한소희 타투’는 논란보다는 논쟁 양상을 띠고 있다.

지지와 비난의 시선이 교차해있는 것만으로 ‘한소희 타투’라는 키워드를 둘러싼 논란 혹은 논쟁은 포스트모더니즘으로 향해가는 변화를 상징하는 시대의 아이콘으로서 한소희를 끌어올리는 듯하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을 향한 다소 삐딱해 보이는 시선은 하위문화로서 타투의 반항기를 부각하는 효과를 내 시대의 아이콘으로 대상화하기에 적합한 필요충분 요건을 갖추고 있는 듯 보인다.

패션은 여성해방운동의 역사에 늘 결정적인 전환점을 제공했다. 1913년 샤넬을 설립한 가브리엘 샤넬은 남자들의 전유물인 바지를 여성복으로 제안하면서 모더니즘 열풍의 선봉에 섰다. 당시 샤넬은 남성성으로만 인식돼 온 바지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슈트는 물론 벨 에포크 시대를 상징하는 장식성을 배제한 미니멀룩으로 사회적 규범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성의 변화를 이끌었다.

지금은 럭셔리 주류 문화의 상징인 샤넬이 실은 여성 혁명의 시작이었다. 이어 뎀나 바잘리아에 의해 2014년 출범한 베트멍은 해체주의를 앞세워 주류와 비주류,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시도로 다시 한 번 여성성의 틀을 흔들었다.

젠더 파괴 혹은 극단의 젠더 등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남성성 혹은 여성성의 개념 자체를 흔드는 시도로 인해 성 소수자가 아니라도 남성복 매장에 여성들이 거리낌 없이 들어가 옷을 고르고 입을 수 있게 했다. 베트멍이 일으킨 해체주의 열풍은 권위를 중시하는 디자이너 레이블들에까지 영향을 미쳐 ‘저게 옷이야’라고 했던 불편함 혹은 거부감이 패션을 좋아하는 이들의 선택권 확장으로 이어졌다.

‘한소희 타투’도 비슷한 양상이다. 샤넬, 베트멍은 변화의 시작점이 아닌 사회적 변화의 과정에 폭발력을 제공했다. 이처럼 ‘한소희 타투’ 역시 성 평등에 대한 보다 진보적인 변화의 과정에서 논쟁 거리로 등장해 샤넬, 베트멍 만큼은 아니라도 이들과 어느 정도 유사점을 갖는다.

하위문화로서 타투와 주체로서 여성성의 조합인 ‘한소희 타투’는 일방적 비난이 아닌 선택권으로서 논쟁 양상을 띠고 있다. 이는 한소희 개인이 아닌 ‘한소희 타투’라는 현상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로 해석된다.

한소희 타투를 한소희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면 의미가 희석된다. 이는 시대흐름 변화를 주도한 샤넬과 베트멍의 사례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샤넬은 남성의 전유물로서 바지를 여성복으로 확장했지만 그는 남성 귀족의 후원으로 디자이너가 됐고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던 시기 독일군 장교와의 염문으로 인해 한동안 디자이너 활동을 접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에게 해방을 안긴 인물이 실은 남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은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뎀나 바잘리아는 성 소수자라는 그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베트멍의 파격이 상품성으로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일부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은 게이 디자이너들이 주도하는 패션의 파격이 실은 여성 혐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한소희는 모델을 거쳐 배우를 하게 되면서 그의 흡연과 타투 사진을 지웠다는 점에서 선택권을 주장하는 여성주의 모델의 기준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 혹은 비윤리적 행위가 아닌 이상 이 역시 선택권이지만 삭제된 사진들이 일부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한민주는 “여성 산책자는 단순한 거리의 행인이 아니라 근대적 상품의 소비자인 동시에 도시 공간에서 스스로를 전시하는 ‘시선 담지자’를 의미했다”라며 “모던걸은 스스로를 전시해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을 전시품으로 대상화해야 하는 모순에 부딪혔을 것이다”라고 모던걸이 못된걸이라는 오명에도 결국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아이콘으로서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소희 타투’ 역시 한소희가 아닌 아이콘으로서 행위에 집중한다면 한민주가 언급한 ‘시선 담지자’가 주도하는 변화의 태생적 모순마저도 사회 변화의 과정임을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더셀럽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JTBC ‘부부의 세계’, 한소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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