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감독 say] ‘방법’ 조민수 ‘사자굿’ 무속의상, 블랙 모더니티의 강렬한 아우라
입력 2020. 03.17. 18:40:14

tvN ‘방법’ 조민수

[더셀럽 한숙인 기자] ‘방법’이 그간 엑소시스트를 앞세운 여타 드라마와는 달리 무속신앙을 소재로 또 다른 ‘오컬티즘(occultism)’의 진수를 보여줬다. 악마 빙의라는 이제는 익숙해진 설정이 2회분에 나온 숨이 멎을 정도로 강렬했던 진경의 굿으로 인해 시청자들을 ‘방법’ 속으로 끌어들였다.

tvN 월화 드라마 ‘방법’에서 조민수는 한국 전통 무속뿐 아니라 전 세계 토속 신앙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현대화된 무당 진경 역을 맡아 강렬한 카라스마를 발산했다. ‘방법’의 지향점은 진경이 의문사한 중진일보 김주환(최병모) 시신을 두고 굿을 하는 장면에서 뚜렷하게 부각됐다.

진경은 장례식장 지하에서 굿판을 벌여 김주환의 죽음을 추적했다. 음험한 기운 감도는 차가운 회색 벽 공간에서 사지는 물론 얼굴까지 뒤틀린 채 사망한 참혹한 시신을 앞에 두고 벌이는 굿판은 그 자체만으로도 오싹한 분위기를 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진경이 등장하는 순간 공간은 더욱 음험하게 얼어붙고 마치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놓여 있는 듯 신비한 기운을 내뿜었다.

진경의 날선 외침소리를 더욱 서슬 퍼렇게 시각화하는 검은 의상은 배우 조민수와 무당 진경을 하나로 합체시켰다. 마치 무당이 빙의된 듯 완벽한 굿을 보여준 조민수의 의상 역시 현대화된 무당이라는 진경에 걸맞게 전통과 현대적 요소를 접목했다.

‘방법’ 의상을 총괄한 아이엠 홍수희 대표는 “(장르의 특성상)자문을 받아서 의상을 제작했지만 진경 캐릭터를 잡으면서 세련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무당이지만 무당이라고 알 수 있는 것은 안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출발했다. 고증을 해하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진경에게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했다”라고 의상 방향 설정에 대해 언급했다.

김주환 시신을 앞두고 했던 굿은 사자굿이다. 사자굿은 죽은 사람을 극락으로 잘 보내달라고 저승사자에게 비는 굿이다. 진경의 검은 의상은 작위적 설정이 아닌 사자굿을 할 때 무당이 입는 전통 무속 의상에 기반을 두고 제작됐다.

홍 대표는 “사자굿은 49제안에 지내는 굿이다. ‘사자굿’의 ‘사자’는 말 그대로 저승사자로, 무당이 검은 옷을 입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며 “그런데 검은 옷을 입으면 상복처럼 보일 수 있어서 굿에 대한 모티브를 접목해 기본 톤은 검은색을 가져가되 오방색을 곳곳에 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자굿의 음험함은 생경할 정도로 세련된 모더니티로 시각화됨으로써 더욱 몰입도를 높였다. 사자굿의 모더니티의 핵심을 이룬 검은 의상은 홍수희 대표가 진경을 위해 세심하게 배치한 설정들로 채워져 있다.

진경의 검은 의상은 원삼 위에 철릭을 겹쳐 입어 부피감을 더해 움직임 마다 역동감을 강조했다. 또 소매단과 철릭의 주름 주름마다 무속의상의 기본인 오방색을 넣었다.

홍 대표는 “원삼과 철릭을 겹쳐 입어 부피감을 만들고 오방색을 톤온톤으로 배색해 무속에서 요구하는 기본을 맞췄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조민수의 신들린 듯 빠른 움직임이 극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데는 홍 대표의 이러한 설정들이 있어 가능했다.

이 장면은 또 하나 기대치 않은 의외의 효과를 내기도 했다. 최근 한복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한복을 예복이 아닌 일상 속 문화적 체험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진경이 입은 섬뜩한 검은 의상이 현대화된 전통의상의 모더니티 전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진경의 검은 의상은 오컬트를 표방한 드라마 ‘방법’의 장르적 색을 명확하게 부각함과 동시에 진부한 과거 유산으로 잊혀지고 있는 무속 신앙을 2020년으로 끌어냈다. 이뿐 아니라 의상 디자이너 시각으로 재해석된 디자인이 한복 대중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더셀럽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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