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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PUNCH] ‘알렉산드로 미켈레’ 구찌의 구속복은 누구를 구속하는가?

2019. 09.27. 18:48:55

[더셀럽 한숙인 기자] 패션 윤리가 21세기 들어서 가장 강력한 화두로 부상했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의 공감대를 끌어낸 패션 윤리의 대표 사례는 지속가능한 패션이다.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소모품처럼 쏟아내는 SPA 브랜드들은 지속가능한 패션 캠페인을 통해 기업의 사회참여의식을 보여주려 애쓴다.

지속가능한 패션이 ‘패션 윤리’ 문제로 공급자의 수긍과 참여를 빨리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창작이 아닌 생산의 문제였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창작의 영역인 디자인으로 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최근 패션계는 끊임없이 인권 논란에 휘말리며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장 잘 나가는 럭셔리 레이블 구찌는 2015년 알렉산드로 미켈레에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긴 이후 승승장구 하고 있지만 잊을 만하면 사회면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밀라노 패션 위크 2020 SS’ 기간에 열린 구찌 2020 SS 컬렉션에서 화이트 점프슈트를 입은 모델 아이샤 탄 존스는 런웨이를 걸어 나오면서 카메라를 향해 ‘MENTAL HEALTH IS NOT FASHION'이라는 문구를 적은 손바닥을 카메라를 향해 보이며 침묵시위를 펼쳤다.

이 시위로 인해 구속복을 런웨이에 올린 구찌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는 지난 2월 논란이 된 흑인 비하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로 불거진 인권 논란이어서 이번 존스의 침묵시위에 전 세계 여론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존스가 침묵시위를 하면서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구속복이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구속복은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가 없었을 때 환자들의 인권과 자유를 박탈하고 수용소에서 학대하며 고문하던 잔혹한 시절의 상징이다” 구속복의 배경을 언급했다.

이어 “구찌가 정신질환자를 암시하는 구속복의 이미지를 패션에 차용하고 마치 공장의 고깃덩어리처럼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가도록 한 것은 나쁜 취향이다”라며 구속복과 함께 런웨이인 무빙워크도 함께 지적했다.

흑인 비하 논란이 일었던 제품은 입 주변에 구멍을 뚫고 붉은 입술을 크게 그려 넣은 2018/19 FW 컬렉션인 블랙 터틀넥 스웨터로 결국 판매 중단으로 이어졌다.

구찌의 구속복 논란에 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패션 디자이너 신장경은 “최근 디자이너와 예술가의 경계가 무너졌다. 디자이너들은 기존의 판을 깸으로써 아티스트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패션과 예술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서로가 영감을 주고받는 시대가 됐다. 디자이너들은 영감을 필요로 하고 이러한 영감은 예술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 결국 예술의 흐름으로부터 ‘차용’은 시대가 흘러가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며 디자이너로서 생각을 전했다.

그는 “결국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 들이냐 하는 문제다. 하나의 사안에는 여러 가지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은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닌 차이, 즉 다름의 문제다”라며 옳고 그름의 문제로 단죄할 수 없음을 피력했다.

한 디자이너의 견해이지만 이는 패션계 다수의 의견이기도 하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똑바로 쳐다보기 불편할 정도의 ‘파격’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파격’이 없으면 패션의 필요충분요건인 ‘새로움’에 대한 욕구와 기대치를 충족할 수 없다.

디자이너 사이에서도 파격을 위한 파격, 즉 실체가 없는 일회성 퍼포먼스 식 파격은 거부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시 된 구속복의 경우는 설득력 없는 파격으로 규정짓기에는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기획의도가 명확하다.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나는 인간성과 유니폼에 대해 생각했다. 유니폼은 당신을 가로막고 속박하는 것, 당신을 익명의 존재로 만들고 어떤 방향으로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며, 구속복은 그 정점의 유형이다”라며 구속복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제아무리 의도가 명확해도 특정 계층을 향한 ‘혐오’의 감정을 배제할 수 없을 지적한다.

알렉산더 맥퀸, 존 갈리아노 등 럭셔리 레이블을 대표해온 이들은 성적 뉘앙스가 강한 파격적인 컬렉션으로 늘 페미니스트들에게 공격의 대상이 됐다.

래디컬 페미니스트인 쉴라 제프리스는 자신의 저서 ‘코르셋’을 통해 “자신에게 있는 여성성에 대한 혐오와 공포도 투사한다”라며 게이로 커밍아웃한 패션 디자이너들이 보여주는 파격에 내제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존스가 지적한 점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존스는 “세계적으로 4명 중 1명은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 받고 있으며, LGBTQIA+(성소수자)는 정신질환을 겪을 확률이 이성애자와 견줘 3배나 높다. 서구에서 비백인과 원주민, 아시아계 집단의 정신건강 문제 통계는 백인 성인보다 훨씬 높다”라며 정신질환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 다수가 지금도 일터와 일상생활에서 낙인이 찍히는 반면, 많은 사람이 정신건강 문제를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짜 질환’으로 여기지 않는다”라며 패션 디자이너의 섣부른 시도가 정신질환을 보는 시각을 왜곡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구찌 관계자는 “구속복 유니폼은 이번 패션쇼의 ‘선언’으로 판매하진 않는다”라고 논란을 피해갔다. 그러나 판매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 표명은 구속복을 두둔하는 패션계와 이를 반대하는 여론, 그 어느 쪽에게도 환대할 받을 수 없을 듯 보인다.

어느 산업분야든 이제 소비에는 윤리가 필요충분요건처럼 따라붙는다. 패션 역시 윤리 문제 앞에서는 창작으로서 ‘차용’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죄를 받을 수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패션에서 제약이 가해지면 패션은 생명력을 잃고 늘 비슷한 것들만 보여줘야 한다”라는 디자이너의 말은 불편함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의 조망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또 다른 화두를 던진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아이샤 탄 존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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