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인가 스캔들' 정지훈의 지금, [인터뷰]
- 입력 2024. 08.07. 16:05:12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40대가 된 정지훈에게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높은 순위, 흥행에 연연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을 알게 됐단다. 내려놓음의 미학을 알아가며 그저 좋은 사람들과 연기할 수 있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정지훈이다.
정지훈
지난달 공개된 디즈니 +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오완수(김하늘)와 그녀의 경호원 서도윤(정지훈)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치명적 스캔들 드라마다.
OTT 플랫폼 내 콘텐츠의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화인가 스캔들'은 한국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대만에서 디즈니+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정지훈에게 '화인가 스캔들'은 첫 OTT 작품 도전인 만큼 감회가 새로웠다. "오픈한다는 게 설렜고 이후 여러 가지 반응들이 좋아서 감사했다. 한국 드라마 특유의 클리셰도 많고 그런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더라. 공중파처럼 실시간 댓글 반응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지만, 주위에서 연락이 많이 오더라. 그만큼 순항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극 중 정지훈은 온갖 욕망이 충돌하는 화인가에서 오완수를 지켜내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경호원 서도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대본을 받고 캐스팅이 들어갔을 때 서지숙, 김하늘, 윤제문 등 다 좋아하는 배우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랑 연기해 보면 어떨까 하는 흥미가 있었다. 대본을 읽다 보니까 (서도윤이)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는 캐릭터라는 게 보였다. 이전과 상반된 매력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했던 작품을 보면 진중한 캐릭터들이 많다. 검사, 의사, 로맨틱, 코믹적인 부분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코믹한 부분이 많았다. 이번엔 연륜과 어떠한 묵직함, 경호원으로서 새로운 순애보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 작품에서 대역 없이 액션신까지 직접 소화한 정지훈은 서도윤 역을 위해 직접 수염을 기르고 지방을 늘리기 위해 근육량까지 줄였다.
"도윤이라는 캐릭터가 더러운 구석을 다니면서 단서를 찾아다닌다. 3개월 뒤 내 모습이 나와야 하는데 너무 깔끔하더라. 수염을 길러보자고 감독님께 제안했다. 2화에서 반전을 보여주고자 일부러 수염을 덥수룩하게 붙였다. 당시 워낙 운동을 많이 해서 헬스 트레이너 몸 같았다. 감독님께서 근육을 빼달라 하셔서 식단 조절하면서 캐릭터를 잡아갔다. 조명도 오히려 몸이 덜 좋게 보이도록 했다"
특히 친한 친구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화인가에 입성한 서도윤이 오완수와 위태로운 사랑에 빠지는 서사를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정지훈은 오랜 시간 다져온 깊은 연기 내공을 십분 발휘해 폭발적인 액션의 향연부터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까지 모두 소화해 냈다.
"완수와 끌리는 게 있어도 선을 넘지 말자 했다. 달달함이 표현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그 부분에 있어 김하늘과 끝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도윤은 완수가 처음에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유추를 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화인가 사람들이 모두 완수만을 죽이려고 하는 상황이더라. 완수가 급발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엄마 죽는 걸 봤고 장례식도 못 하게 한다. 거기서 도윤이 완수에게 연민을 느낀다. 여기서 둘이 못 참았던 게 키스신이다. 불륜이라는 반응도 있는데 완수는 연애나 사랑할 감정이 전혀 없다. 도윤도 마찬가지다. 친구를 죽인 범인을 찾으러 들어간 거다. 다만 '이 여자는 왜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살아가지?' 생각하면서 지켜주는 거다. 키스신은 연민에 의한 한 번의 일탈이다. 한 번의 일탈로 끝이다. 감성이 이성을 잠깐 눌러버린 거다"
정지훈의 열연과 온갖 욕망이 뒤엉킨 다이나믹한 스토리로 완성된 '화인가 스캔들'은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자아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뻔한 막장 드라마'라는 반응도 있었다. 정지훈은 이러한 반응까지도 그저 감사하고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예전엔 순위와 흥행에 연연했는데 지금은 무대에 설 수 있고, 연기를 할 수 있고, 제 자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만약 기대감 없는 분이 계시다면 제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믿음을 주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취향은 존중한다. 현재 저는 제 페이스대로 조절하면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년 넘게 활동한 결과 목표를 세워도 이룰 수 없을 때가 있다고 느꼈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열심히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좋은 날이 올거라 생각한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잘 버텨온 거 같다"
어느덧 데뷔 20년이 넘은 정지훈은 순위와 흥행에 연연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여유롭게 본인의 일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겸손함을 잃지 않고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정지훈.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예전엔 모든 목표하는 바를 이루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 지금은 '그럴 수도 있지 뭐' 한다. 특히 결혼하고 훨씬 더 안정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른 중후반이 넘어가면서 편안해졌다. 연예인이라는 타이틀과 별개로 저는 좋은 아빠다. 우리 가족이 무탈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열심히 하다가 흐름이 잘 맞아서 내가 돋보이는 그날이 있겠지',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되지' 요즘 내 철학이다. 앞으로 배우로서, 가수로서 내 바운더리 안에서 내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게 목표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즈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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