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간 속으로' 강훈, 오래 간직하고 싶은 여운[인터뷰]
입력 2023. 09.23. 13:28:01

강훈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배우 강훈이 가슴 시린 짝사랑 연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아련한 눈빛과 애절한 감성으로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선보인 강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이하 ‘너시속’)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 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과 친구 인규(강훈)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 강훈은 극 중 남몰래 짝사랑해오던 민주가 자신의 단짝 친구인 시헌을 좋아하는 것을 깨닫고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인규 역으로 분했다.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너시속’은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지난 8일,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아련한 10대 시절의 향수와 첫사랑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너시속’은 N차 정주행을 유발하고 있는 바. 강훈은 공개 직후,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통해 작품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좋은 의견들을 받았다. 주변 지인들한테 재미있게 봤다는 연락도 받아서 ‘내가 좋은 작품을 찍었구나’라고 느꼈다. 사실 반응들을 찾다가 보는 안 좋은 말들에 영향을 받는 편이라 잘 찾아보지 않는 스타일인데 주변 지인들에 좋은 말들 들어서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세 명의 주인공 가운데 마지막으로 합류한 강훈은 처음 대본을 보자마자 매료됐다. 인규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아픔과 고민을 온전히 느끼며 강훈은 어렵지 않게 캐릭터에 몰입해갔다. 또한 강훈은 자신만의 인규를 만나기 위해 일부러 원작 ‘상견니’도 시청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12부 정도 되는 작품을 다 읽었던 것 같다. 시헌이와 민주가 어떤 분들이 캐스팅 된지 알고 있던 때라서 인규를 주의 깊게 봤는데 제가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대본도 너무 좋아서 고민 없이 선택했다. 인규는 내면이 유약해 보이지만 생각이 깊고 배려심이 있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표현하는데 있어서 크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다보니 인규로서 작은 감정을 어떻게 큰 감정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부담은 가질 수도 있겠지만 또 하나의 다른 작품이라 생각하고 임했다. ‘상견니’를 보게 된다면 조금은 영향을 받고 연기를 할 것 같기도 해서 신경을 많이 안 쓰려고 노력했다.”

강훈은 외적으로도 변화를 시도했다. 고등학생 특유의 풋풋하고 순수한 소년미를 보여주기 위해 평균 체중에서 7~8kg 정도 감량한 것. 이에 강훈은 30대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교복을 입은 모습도 곧잘 소화해냈다.

“한창 웨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학창시절 저나 친구들의 모습은 웨이트가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였다. 보통 마른 친구들이 많아서 인규의 모습을 일차원적으로 유약해 보이는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감량을 했다. 74kg이 평균인데 66~67kg까지 뺐던 것 같다. 먹는 걸 좋아해서 작품이 끝나고선 먹고 싶은 것들을 먹는 편인데 몸무게가 고무줄이라 야식을 안 먹으면 1~2kg은 금방 빠지더라.”

교복을 입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은 강훈에게 기분 좋은 기회였다. 교복이 주는 파릇한 이미지와 싱그러운 청춘물에 스며들며 강훈은 학창시절도 추억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등학생 때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보다 자연스럽게 인규에 접근했다고. 그러면서 강훈은 인규와 스스로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비슷하거나 다른 지점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교복을 입는다고 했을 때 너무 감사했다. 졸업하고 처음 입었는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세트가 완성되고 다 같이 입고 있으니까 잊혀져있던 학창시절도 떠오르고 인규라는 친구로 몰입이 됐다. 주변에서도 잘 어울린다는 말들을 해줘서 좋았다. 저랑 인규랑 비슷한 점들도 찾아서 녹여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 내가 가진 걸 쓸 수 있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제가 밝은 스타일이지만 처음에는 낯가림이 있는 스타일이다보니까 인규라는 그런 점에서 비슷한 면도 있고 다른 점은 저도 내성적이지만 생각이 깊었던 아이였는데 좋아하는 사람한테 감정을 느꼈을 때 반응은 인규는 천천히 기다려주는 친구라면 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제 생각을 말하고 고백했던 것 같다.”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면이 있는 인규의 감정은 줄곧 말보다는 눈빛으로 읽어내야 했다. 이에 강훈은 짝사랑 상대를 바라볼 때 나오는 눈빛과 표정 안에 애틋함 감정을 담아내며 인규가 사소한 습관이나 행동으로 민주의 변화를 감지하는 찰나의 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또 강훈은 소심한 원래의 민주였을 때와 활달한 준희가 된 민주로 분한 전여빈의 차별화된 모습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어렵지 않게 몰입했다.

“확실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변화를 빠르게 눈치 챌 거라는 걸 감독님에게 말씀드렸다. 그런데 인규는 그렇다고 해서 변했다고 쉽게 말할 사람은 아니라 생각했다. 혼자 보고 느끼고 머릿속으로 생각이 많은 친구다 보니 그런 것에 대한 눈빛 표현에 신경 썼다. 말을 많이 하는 게 아니다보니 민주가 말을 했을 때 민주의 변화를 디테일하게 듣고 집중해서 표현하려고 했다. 98년도지만 민주 몸에 들어온 준희로 친구가 바뀌었을 때 가장 빨리 알아보고 어떤 모습인지 다 아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나 걱정했는데 여빈 누나가 너무 확실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느끼는 대로 했다.”

인규는 자신이 선택한 기구한 운명을 받아들였다. 민주를 죽인 살인범을 자처하고 결국 시헌의 손을 저버린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인규의 선택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강훈은 이 같은 인규의 선택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을까. 그는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후, 인규가 느꼈을 마음을 곱씹었다.

“민주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도 있었고 가장 좋아했던 사람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는 게 컸던 것 같다. 그래서 민주가 말했던 누군가에 죽임을 당해야 사람들이 기억해준다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결심을 하게 된 것 같다. 사실 교도소에 나오면서도 남은 건 할머니와 시헌이라고 생각해서 그들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시헌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죽었고 하나밖에 없는 가족을 잃어서 시헌이라는 친구 생각을 많이 안 해준 것 같다. 그래서 인규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전여빈, 안효섭과 실제로도 친한 친구 같은 풋풋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급속도로 친해진 덕분에 강훈은 시헌과 인규처럼 마치 오래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안효섭과 편하게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또 촬영 현장 자체가 푸근했다는 강훈에게 ‘너시속’ 팀은 언제 봐도 반가운 친구 같은 든든한 사이가 됐다.

“둘 다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라 빨리 친해지기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효섭이가 먼저 다가와 줬다. 같이 연기를 해야 되고 효섭이가 다가와주니까 감사했고 더 빨리 친해졌다. 인규나 시헌이에 대한 고민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현장에서도 케미가 잘 나오지 않았나 싶고 여빈 누나, 감독님, 효섭이랑 소소한 웃음들이 있었다. 현장에 가면 좀 더 밝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즐거운 촬영장이 되길 바라기도 해서 제 성격대로 했다. 자주 보지 못하지만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가 있지 않나. 촬영기간이랑 공개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오랜만에 봐도 촬영했을 때 그때 느낌대로 어색하지 않은 친구가 된 느낌이다.”

강훈은 ‘너시속’의 인규를 연기하면서 지난해 대중에 본격적으로 각인시켰던 ‘옷소매 붉은 끝동’을 떠올렸다. 무명시절에도 묵묵히 연기하며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단단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규와 민주를 만나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을 아끼는 마음에 대해 깊이 공감하게 됐다는 강훈이다.

“‘옷소매 붉은 끝동’을 하기 전까지 연기를 어떻게 보면 다른 분들에게는 힘든 시간이 짧았을 수 있지만 제가 느끼는 힘듦은 달랐다고 생각한다. 그때 저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으면 다른 직업을 선택하거나 다른 고민을 했을 거다. 그런데 저는 이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직 내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보니 저 자신을 많이 아끼고 사랑해준 시기라 그때 내면이 단단해졌고 그게 인규와 민주로 연결해본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고 자기를 인정하면 그제야 다른 사람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인규가 민주를 기다려준 이유가 자기 자신을 아껴주고 좋아한다면 그때는 좋아하는 사람이 들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어서 였고 그렇게 연결 짓게 되는 것 같다.”

첫 OTT 작품이기도 한 ‘너시속’에 강훈은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모든 회 차가 동시에 공개되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는 못내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강훈은 작품에 대한 여운을 조금이라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아껴서 보고 틈틈이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촬영 기간도 길었고 공개되기까지도 시간이 걸려서 하루 만에 본다는 게 추억을 하루 만에 보내는 느낌이라 아쉽더라. 4화씩 끊어봐야겠다고 해서 10일까지로 나눠서 봤다. 처음으로 한 OTT 작품이다 보니까 평소 같으면 일주일에 2편씩 공개돼서 오랫동안 가져갔다면 너무 빨리 내 손을 떠난 느낌이라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끝난 것 같지 않고 졸업앨범이 없어진 느낌이고 서운함도 있고 그때 추억이 다 떠오르고 한번에는 다 못 보겠고. 계속해서 다시 또 볼 생각이다.”

운명처럼 다가온 ‘너시속’을 강훈은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너시속’을 통해 만들어진 추억과 향수에 오래도록 젖어있고 싶다는 그다.

“작품의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지만 12회까지 봤을 때 여운이 깊은 작품이었다. 그렇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꺼내볼 수 있는 작품. 지금의 여운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서 그 여운이 사라졌을 때 꺼내봐서 다시 한 번 여운을 느끼면 좋겠다. 저에게는 처음으로 오디션 현장에서 감독님이 선택권을 주신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한테는 남다른 작품이었고 치열하게 연기를 했고 나중에 어떤 작품을 할 때 초심을 찾을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셀럽미디어 김희서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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