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방'의 명과 암, '학대 혹은 우대'
입력 2023. 05.30. 15:21:30

스윙스, 지상렬

[유진모 칼럼] '먹방'은 이제 일반화되었고, 새롭게 '술방'이 뜨고 있다. 예전의 지상파 방송사 일변도일 때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케이블TV를 넘어서 유튜브와 각종 대중 플랫폼이 난립하면서 술을 마시고 방송을 하는 것도 용서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일부 플랫폼에서 용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저기서 각종 잡음이 들려 오고 있다. 먼저 아프리카TV BJ 블리는 음주 방송 중 한 후원인이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하자 119에 전화를 거는 '범죄'를 저질렀다. 술에 취했기 때문인지, 아직 어려서 사리 판단이 어려워서인지, 법에 둔감해서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게스트를 초대해 놓고 망신을 주는 경우도 있다. 유튜브 '술먹지상렬'이다. 래퍼 스윙스를 초대해 전 연인과 헤어진 데 대해 '그러니까 헤어졌지'라는 모욕적인 코멘트부터 인격을 비하하는 자막까지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고가의 그의 손목시계를 맥주에 담그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아프리카TV나 유튜브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TV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플랫폼이다. 따라서 시청자들의 자세도 일단 허리 벨트를 풀고 보는 채널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 방송에 대해서는 제작진이나 출연진이나 어느 정도의 기준은 세워 놓고 진행해야 할 듯하다.

우선 BJ 블리처럼 무지하고 무례한 진행자는 배제하는 게 당연하다. 도덕과 질서와 법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게 역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프리카TV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질서 정신은 갖추어야 마땅하다.

'술먹지상렬'의 만행에 대해 스윙스가 사과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그는 자신에게 사과한다는 느낌보다는 맥주에게 사과한다는 인상이 강한 탓에 화를 누그러뜨리기보다는 더욱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볼 때 '술먹지상렬'은 지상렬보다 제작진의 문제가 더 큰 듯하다.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뭐든지 과하면 미치지 못하는 것보다도 나쁘다는 뜻이다. 다다익선이라는 말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세상을 좀 살아 본 사람이라면 후자에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경험으로 알 수 있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 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보통 사람들은 많이 먹는 것을 자랑하지는 않는다. 요즘 쯔양, 입짧은햇님 등 엄청난 대식가들이 유튜브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구독자들은 그들이 부럽기보다는 신기해서 보는 경향이 짙다.

술에 약한 사람이라면 주량이 엄청난 사람을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러워하지 않는다. 다만 신기할 따름이고 오히려 그런 사람을 경계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아무리 주량이 남들보다 우월할지라도 술 앞에 장사 없다. 취해서 실수하거나 최소한 쓰러진다.

그리고 그게 반복되다 보면 결국 자신의 건강만 해친다. 술은 모든 음식과 기호 식품 중에서도 가장 극과 극의 결과를 가져오는 대표 주자이다. 적당히 마시면 웬만한 보약의 역할을 대행하지만 그 선을 넘으면 독약이 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술에 취해 실수를 하게 되면 일단 대인 관계가 무너지고 사회생활에서 불리해진다. 심하면 범법 행위도 하게 된다. 다다익선보다 과유불급이 옳음은 이미 2500년 전에 공자가 중용을 설파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훈육했다. 그를 표절한 것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200년쯤 뒤 지구 반대편의 그리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그것을 가르침으로써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과연 향후 '술먹지상렬'에 게스트가 나오려고 할까? 그에 반해 정상급 아이돌 스타들이 앞다퉈 출연하려고 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있으니 래퍼 이영지가 진행하는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이다. 블랙핑크 지수가 여기 출연했을 때 나머지 멤버들은 그녀가 솔로 활동하는 것보다 '차쥐뿔'에 나간 게 더 부럽다고 했으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은 끝이다.

이 프로그램은 최소한의 스태프를 꾸려 영지의 집에서 촬영한다. 음식은 배달시키거나 영지가 직접 조리한다. 마치 일이 아닌, 퇴근 후 친한 친구와 가벼운 이야기를 하면서 술 한잔하는 듯한 분위기이다. 스태프가 편하게 대해 주는 것도 그런 분위기에 한몫한다.

게다가 이영지는 나이에 비해 매우 매끄러운 진행 솜씨를 보여 준다. 베테랑인 지상렬도 한 수 배워야 할 듯하다. 그녀는 게스트를 최대한 배려해 줄 줄 알고 분위기를 띄우거나 편승할 줄 안다. 그러니 게스트들이 이 프로그램에 나와 편하게 술 한잔하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눔으로써 일과 스트레스 해소를 함께 하는 일석이조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지상파, 종편, 케이블TV 등의 예능은 답보 상태에 있다. 기존의 관찰 예능의 큰 틀에서 확연하게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사골 곰탕'만 끓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와중에 아직 스물한 살도 안 된 이영지가 스스로 무너지면서 아이돌 스타를 띄워 주고는 편하게 술 한잔 건네는 '차쥐뿔'은 게스트에게는 휴식이고, 시청자에게는 힐링이 되는 것이다.

게스트를 학대하는 예능에 출연할 것인가, 우대하는 예능에 출연할 것인가? 그건 적당히 마시라는 충고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술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유진모 칼럼 / 사진=김혜진 기자, 유튜브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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