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문빈 소속사 판타지 책임론에 대하여
입력 2023. 05.12. 14:56:21

문빈

[유진모 칼럼] 보이 그룹 아스트로 멤버 문빈이 지난 4월 19일 극단적 선택으로 이 세상과 하직했다. 이에 최근 팬들이 아스트로 소속사 판타지오에 대한 보이콧을 예고했다. 최근 온라인 소통 사이트에서는 판타지오에 해명을 요구하는 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스트로의 팬으로 추정되는 누리꾼 A 씨는 고인이 생전 판타지오의 무리한 스케줄 강행에 힘들어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팬 카페에 올라온 공지, 공연 영상, 유튜브 라이브 영상을 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미 비행기를 못 탈 정도로 문빈의 건강 상태는 최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면서 판타지오가 문빈의 컨디션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질문을 던졌다.

지난달 8일 문빈은 태국 방콕에서 콘서트가 끝난 뒤 라이브 방송에서 "몸이 조금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괜찮다. 조금 힘들었지만 최대한 티를 안 내려 했다."라며 몸 상태가 안 좋았음을 호소한 바 있다. 판타지오 역시 콘서트 전날 팬 카페를 통해 문빈의 컨디션 난조를 알린 바 있다.

A 씨는 문빈의 스케줄을 나열하면서 "해외 투어 스케줄은 아티스트의 건강 상태와 심리 상태를 고려해 본인과 상의 후 잡은 것인가? 소속사에서 문빈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케어했는지 구체적으로 답변을 부탁드린다. 응답하지 않는다면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다른 팬은 2019년 12월 3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당시 판타지오 소속 배우 차인하를 함께 언급했다. 차인하는 2017년 영화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로 데뷔해 드라마 '사랑의 온도', '기름진 멜로', '너도 인간이니', '일단 뜨겁게 사랑하라', '더 뱅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그동안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연예인이 끊이지 않아 사회적 이슈가 되고는 했다. 그런데 이번에 문빈의 죽음은 더욱더 부각된다. 특히 1998년생 동갑내기 아이돌 동료들의 추모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들은 계속 추모를 이어 가는 가운데 한결같이 고인이 선한 청년이었음을 알렸다.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고인의 여동생인 걸 그룹 빌리 멤버 문수아는 아직도 팀 활동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연예인의 극단적 선택을 볼 때마다 다수의 사람들은 '저토록 유명한 사람이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갖고는 한다.

문빈은 이제 갓 25살을 넘긴 나이에 저세상을 선택했다. 아직 군대도 안 갔다 왔다. 초등학교 입학 전 곽영일 영어유치원에 다닌 것으로 보아 집안이 어렵지는 않았던 듯하다. 182cm, 75kg의 건장한 체구에 무척 잘생긴 용모라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게다가 아스트로 멤버이니 명예와 수입 면에서 또래 다수의 평범한 청년들보다 매우 풍요로웠다. 아무리 뒤져 보아도 아쉬울 게 없었다. 단 한 명의 형제인 문수아와의 관계는 매우 돈독했다.

문수아가 평소 '오빠가 한 살밖에 안 많지만 멘토 같다.'라는 식으로 오빠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한 것으로 보아 고인이 여동생을 알뜰하게 챙겨 주었음을 알 수 있다.



공부에는 별로 소질이 없었지만 운동은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남자다운 면도 약간 강했다고 한다. 도대체 그 무엇을 뒤져 보아도 그런 선택을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팬들이 보이콧 운동을 벌이며 질문을 던지는 게 타당해 보이는 이유이다.

문빈은 아역 배우 시절 싸이더스 소속이었다. 그런데 담당 실장이 독립해 판타지오를 설립하면서 자연스레 이적했다. 그러나 대표이사를 맡았던 전 실장은 해임되었다. 즉 문빈은 소속사 내에서 아스트로 멤버를 제외하면 '친구'가 없었다. 자신의 '은사' 같은 '실장님'이 없으니 사실상 어디 가서 하소연할 '멘토'도 없었다.

아스트로 멤버들은 문빈과 같은 입장이다. 소속사에 대해 일단은 '을'일 수밖에 없다. 단체 활동이기 때문에 대단한 고통이나 큰 일이 아닌 이상, 사소한 개인적 사정은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 겉으로 드러날 만큼 큰 상처를 입지 않는 한 컨디션 난조나 피로 '따위'로 고통을 호소하기 만만치 않은 환경이다.

해외에서 스케줄을 진행하던 차은우는 문빈의 사망 소식에 모든 것을 내팽개친 채 귀국해 빈소를 지켰다. 물론 동료로서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었지만 왠지 그 황망함에서는 고인과 유사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고인은 생전에도, 또 떠나면서도 소속사에 대한 단 한 마디의 불평불만도 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떠나는 이유조차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내가 이렇게 하직하는 이유는 나 자신에게 있으니 그 어느 누구도 자책하지 마라.'라고 아량을 베푸는 듯하다.

판타지오는 할 만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추모 공간을 마련해 준 채 49재를 지냄으로써 고인, 고인의 가족과 지인들, 팬들을 예우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은 아닌지 한 번쯤 가슴에 손을 얹을 필요는 있을 듯하다.

차인하는 아스트로만큼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사망 당시 27살로 남자 배우로서는 아직 만개하지 않은 꽃이었다. 연예 기획사가 아무리 수입이 최상의 목표인 상업적 기업일지라도 모두 사람이 일하는 곳이다.

기획사의 대표이사와 이사 등이 경영진이라면 연예인은 매니저와 유사한 노동자이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컨디션을 잘 체크하고 챙겨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게다가 연예 노동자는 회사의 수입과 주가 관리의 최전선에 선 선봉대이다. 고인의 속내가 어떠했든 판타지오는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팬들이 보이콧 조짐까지 보일 정도가 되면 뭐라든 한 마디쯤은 해야 되지 않을까?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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