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희’, 교육·사회 부조리 향한 날카로운 질문 [종합]
입력 2023. 01.31. 18:06:09

'다음 소희'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곁에 있지만 몰랐던 우리들의 이야기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단 하나의 이름, ‘소희’.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가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과 함께 묵직한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자 한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다음 소희’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날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는 정주리 감독, 배우 배두나, 김시은 등이 참석했다.

‘다음 소희’는 당찬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2017년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정주리 감독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가급적 여러분들이 보신, 예를 들어 콜센터의 환경, 구성하고 있는 요소, 일하고 있는 조건 등은 사실적으로 채우려고 노력했다. 거기에 인물들, 실제 사건의 주인공도 있지만 영화에서 소희가 된 인물이 있고, 소희의 죽음에 대해 알아가는 유진은 어디까지나 허구에 관한 인물이다. 관객들이 보실 때 실제 일이 있었고, 그 일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 것으로 봐 달라”라고 당부했다.

6년이 지난 후 지금 이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하려는 이유에 대해 감독은 “너무 늦었지만 이제 알게 된 일이다. 그전, 이후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며 어쩌면 저도 일을 반복하게 한 사회의 일원이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고, 영화를 만든 지금도 그렇다”라고 답했다.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 ‘도희야’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다음 소희’로 정 감독과 재회하게 된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님과 ‘도희야’를 함께 했다. 7년이 지난 후 두 번째 작품을 하게 됐다. ‘감독님께서 이런 좋은 이야기를 쓰셨구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시구나’를 알았다. 소재와 주제의식에 다시 한 번 반했다”면서 “감독님은 옆에서 무슨 역을 어떻게 시키던 서포트 하고, 옆에 있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배두나는 극중 소희의 자취를 되짚는 형사 오유진 역을 맡았다. 배두나는 “저에게는 확실히 어려운 역할이었다. 독특한 사실구조지 않나. 여자 캐릭터 두 명이 메인으로 나오는데 1, 2부 스타일로 나뉘어져서 한 명이 쭉 끌고 가다가 사라지면 두 번째 여자가 나와 끌고 나온다. 어떤 일이 벌어진지 관객들은 이미 다 봤다. 제가 한 번 씩 되짚을 때 섬세하게 연기하지 않으면, 감정이 계산된 게 아닌, 날것이 아니면 굉장히 지루해질 거라 걱정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남모르게, 담담하게 관객과 페이스를 맞춰 하려했다”라고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정주리 감독은 오유진 역을 형사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우리 삶의 형사라기보다, 정확히는 기자분들, 노동계에서 이 사건, 그 이후 여러 다른 사건들, 현장실습 문제에 대해 고민하신 교육계 분들이 실제 모델이다. 저도 몰랐던 그 당시 사건을 꾸준히 취재해 오신 기자분들이 계신다. 저도 이걸 알게 된 결정적 계기가 ‘그것이 알고 싶다’였다. 그 이후 자료들을 찾아가면서 아주 거대한, 전체 사회가 집중하는 이슈가 당장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이 문제를 지적하고,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계셨다. 그분들이 유진의 모델”이라며 “굳이 형사가 된 건 소희가 죽자마자 그곳에 나타나는 역할이어야 했다. 한편으로는 공직에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 그래서 경찰 유진이 탄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진은 극 중반부에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관객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동시에 마지막까지 긴장과 감정을 끌고 가는 인물이다. 이러한 유진 역에 배두나를 캐스팅한 이유로 “(오유진은) 너무나 어려운 역할이고 연기였다. 그 감정을 표현하는 건 섬세함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시나리오 쓸 때부터 그런 인물이어야 했다. 제대로 연기할 사람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배두나여야 했다”라고 강조했다.



약 7년 만에 배두나와 다시 만나 작업 호흡을 맞춘 정주리 감독은 “‘도희야’를 개봉하고 나서 아무와 연락하지 않고 지냈다. 배두나 배우에게 이 시나리오를 보냈을 때 아마 깜짝 놀랐을 거다. 그 다음에 만나 나눈 이야기가 이민 간 줄 알았다더라. 연락하지 않고 지내다가 시나리오를 써서 보낸 것”이라며 “이 사람은 내가 쓴 대로 이야기를 봐줄 것이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알아 줄 것이라 확신했다. 고맙게도 같이 하겠다고 연락 주셨다”라고 했다.

이를 들은 배두나는 “‘다음 소희’ 시나리오는 누구에게 보내도 읽었을 거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어떤 여배우라도 다 하겠다고 했을 거다. 저에게 먼저 와서 다행”이라며 “(감독님과) 다시 해서 너무 좋았다. ‘도희야’가 초저예산 영화였다. 그 당시 동거동락 하고, 24시간 촬영하며 고생했다”면서 “감독님이 두문분출하시다가 시나리오를 주셨다. 더 깊은 동지 의식, 끈끈한 감정이 생겼다. 여러 시간을 사색하고, 명상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다가 저를 다시 찾아주셔서 믿음과 신뢰가 더 돈독해졌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진과 달리 소희는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참신한 얼굴이길 바란 정주리 감독은 소희 역에 신인배우 김시은을 캐스팅했다. ‘다음 소희’가 첫 장편 데뷔작인 김시은은 “시나리오를 읽고, 촬영하며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제가 생각할 땐 한국적 정서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다. 해외에 나가니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구나, 다른 나라 곳곳에도 소희가 존재하구나’를 깨달았다. 세상에 알리게 해주신 감독님에게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김시은은 춤을 좋아하는 당찬 고등학생이자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김소희 역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김시은은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좋은 역할이더라. 감독님에게 빠르게 답변 드리고 오디션 보러갔는데 ‘다음에 우리 만나면’이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그날부터 소희가 됐다. 실감이 안 나더라. 평범하게 대화를 나눈 게 다였다”면서 “정주리 감독님, 배두나 선배님과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다니란 생각이 들며 책임감과 부담감이 들었다. 첫 장편 영화가 해외에서 호평받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 들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정주리 감독은 소희의 죽음과 그 이후에 느낄 유진의 무력감을 현실적으로 그린다. ‘다음 소희’의 ‘다음’은 우리 곁의 수많은 소희를 위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정주리 감독은 “영화 속에서는 소희도 그 전에 돌아가신 팀장님의 다음 친구다. 소희가 가고 나서 소희 다음에 올 친구들을 걱정하는 유진의 마음도 있다. 영화 형식에선 소희 주인공 다음에 유진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도 있다”라며 “하나의 사건만이 아닌, 그 이전과 다음, 영원히 반복되어야 하는 건지 묻는 저의 마음도 있다”라고 제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영화를 한창 준비하고 있을 때 촬영이 얼마 안 남을 때였다. 여수에서 요트 바닥에 있는 따개비를 따다 죽었다는 뉴스를 봤다. 그 학생도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그때 뉴스가 나오고, 사회적 이슈가 되고, 분노가 일었다. 심지어 교육부 장관이 나와 사과하고, 대통령도 사과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일어났지만 잊혀졌다. 그걸 보는 자체가 참담했다. 이런 영화를 만들고 준비하는데 또 일이 생기니까 다음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사실적 요소들을 기반으로 현실적으로 만들려고 했다. 한 특성화고에서 콜센터로 실습나간 여학생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모든 학생들의 경우라고 말할 순 없다. 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한 파고 들고, 최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만들려고 노력한 것”이라며 “그래서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보시고, 전체의 이야기로 생각하기보다 구체적인 한 아이가 살았던 이야기, 비록 현실에서 그 친구는 죽었지만 영화를 통해 다음 삶을 살아갔으면”이라고 바랐다.

‘다음 소희’는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바. 상영 후에는 7분간의 기립박수로 극장을 뜨겁게 달구며 개봉 전부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월 8일 개봉.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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