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와 ‘시장의 우상’
입력 2022. 11.22. 16:19:57

김건모

[유진모 칼럼] 지난 2일 서울고등법원 제30형사부가 유흥업소 여종업원 A 씨가 가수 김건모(54)를 상대로 제기한 성폭행 혐의에 대한 재정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3년 걸린 그의 성폭행 혐의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지난 21일 뒤늦게 알려졌다.

재판부는 “신청인이 피의자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사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불기소 처분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된다.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라고 판결했다.

A 씨는 2019년 유튜브 채널 ㄱ에서 김건모가 2016년 유흥업소에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며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A 씨는 이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지난 6월 또 다시 기각됐다. 이후 다시 한 번 재정 신청했지만 결국 법원은 김건모의 손을 들어주었다.

과연 해피 엔딩일까? 앞으로 김건모가 평화롭게, 순조롭게, 당당하게, 보람차게, 행복하게 살 제2막을 알리는 결과일까? 그는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진행 중이던 전국 투어를 취소하는가 하면 고정 출연 중이던 SBS 예능 ‘미운 오리 새끼’에서 빠지며 사실상 칩거 생활에 들어갔다.

그는 1992년 데뷔하자마자 스타덤에 올랐다. 타인의 곡을 받기도 했지만 자작곡도 꽤 보유한 싱어 송 라이터이다. 그동안 많이 벌기도 했지만 죽기 전까지 받을 저작권료도 꽤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투어 취소로 금전적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재산 규모에 비해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미운 우리 새끼’로 그가 특별한 부가 수입을 올린 게 보고된 바 없기에 출연 중단으로 입을 경제적 피해 역시 출연료 정도로 미미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소송으로 실질적으로 그가 입은 경제적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정신적 피해이다.

그는 사건이 진행되던 시기에 장모 씨와 결혼했다. 결과적으로 악의적 모함에도 불구하고 그와 장 씨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믿음을 꿋꿋하게 지키며 동거와 결혼으로 이를 입증했다. 하지만 결국 별거와 이혼으로 결말을 맺었다. 추측컨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마음이 변했을 것이다.

고소가 진행되는 동안 A 씨 측에서 폭로한 ‘혼자서 하룻밤에 수백만 원어치 술을 자주 마셨다.’라는 내용은 성폭행 행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김건모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에 충분했다. 아무리 슈퍼스타라고 하지만 ‘N포 세대’ 젊은이들의 한 달 급여를 거의 매일 술값에 썼다는 데 그것을 좋게 볼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이는 그가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소주를 즐겨 마시는 소박한 주당의 이미지를 그렸기에 더욱 가증스럽게 느끼도록 만드는 강력한 근원이 되어 주었다. 그러니 그가 ‘저 성폭행 안 했어요.’라고 진심으로 외쳐도 대중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리 없었던 것이다.



‘돈이 중요한가, 정신이 중요한가?’라는 인식론의 문제는 유물론이냐, 관념론이냐의 과제이겠지만 김건모 정도 되는 부자에게는 그런 질문은 필요하지 않다. 지금까지 풍요롭게 살아 왔고, 이대로 은퇴해도 죽을 때까지 매우 풍요로울 터이니. 그러니 그에게는 이번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 실추된 명예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정신적 고통은 세월이 해결해 줄지 몰라도 실추된 명예의 회복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쩌면, 아니 법이 판단한 바에 의하면 A 씨와 ㄱ 채널이 프란시스 베이컨의 ‘4가지 우상’을 절묘하게 활용해 나락으로 떨어뜨린 대표적인 우상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종족의 우상’은 인간이란 종족이 갖고 있는, 자연과 동물 등에 대핸 비뚤어진 우월감, 의인화 경향, 그리고 인간이라는 종족이기에 갖게 되는 편견을 말한다. 김건모 사건을 포괄하는 편견이다.

‘동굴의 우상’은 최소한 김건모의 경우라면 ‘종족의 우상’과 비슷한 맥락이다.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김건모를 둘러싸고 풍겼던 각종 소문만으로 그의 성품을 예단하는 선입견을 가진 다수의 개인적 편견이 ‘카더라.’라고 소송이 시작되자 ‘맞더라.’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만든 것이다.

‘시장의 우상’은 언어를 잘못 쓰거나 잘못 받아들여 생기는 오해와 편견, 혹은 소문에 휘둘려 믿게 되는 오판을 말한다. 김건모 사건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극장의 우상’. 사람들은 영화나 연극이 연출된 것임에도 빠져 들면 사실로 착각한다. 기존의 이념이나 이론 등 철학 체계의 도그마에 빠져 판단 착오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이번 사건은 김건모에게는 매우 불행한 3년이었고, 향후 장기간의 트라우마를 예고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교훈이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얼마나 많은 우상들을 만들어 내고, 그 우상에 현혹되어 판단 착오를 일으키고 있는지에 대한 가르침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우려되는 건 ‘혹시 원고가 유흥업소 여직원이었기에 검사와 재판부가 우상의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이기는 하지만 재판부를 신뢰하는 게 순리이자 속 편해지는 방법일 터이니 믿는 게 답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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