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혁 Mnet 기행, 예술인가, 무례인가?
입력 2022. 10.21. 14:32:19

이찬혁

[유진모 칼럼] 가수가 생방송 무대 위에서 내내 카메라에 등을 돌리고 노래를 불렀다. 그래서 화면에는 그의 얼굴이 안 보이고 등과 뒤통수만 보였다. 어떤 의미일까? 시청자에 대한 무례는 아닐까? 지난 방송된 Mnet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한 악동뮤지션 이찬혁의 이야기이다.

이찬혁은 최근 ‘파노라마’를 앞세운 솔로 1집을 발표하였다. 이날 출연은 솔로 음반 홍보를 위해 사전에 섭외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출연 하루 전인 19일 그와 걸 그룹 프로미스나인 멤버 이새롬과의 열애설이 각 매체와 인터넷을 도배하다시피 하였다. 다음날 이찬혁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의 사생활이라 확인 불가.”라고만 답하였다.

그 코멘트에 이어 이찬혁은 생방송 ‘엠카운트다운’에 출연한 것이다. 그는 솔로 1집 제목인 ‘ERROR’가 크게 적힌 흰색 마스크를 쓰고 카메라 앞에 섰다. MC 남윤수와 미연은 통상적인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미연은 솔로 데뷔 소감을 물었지만 이찬혁의 대답이 없자 “솔로 데뷔를 기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자문자답하였다.

악동뮤지션과 솔로의 활동의 차이점에 대한 물음에 이찬혁이 여전히 묵묵부답하자 남윤수는 “텔레파시가 왔다. 악뮤 때와 큰 차이 없이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라고 역시 대신 답변하였다. 버킷 리스트를 묻는 질문에도 대답이 없자 두 MC는 “무대를 보면 된다고 한다. 방송으로 직접 확인하라는 말이다.”라고 수습하였다.

그리고 이어진 무대는 그야말로 ‘방송 사고’에 가까웠다.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거나 최소한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먼저 ‘파노라마’의 가사. 대략 ‘잠에서 깨어나 보니 나는 죽었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남았고, 얼마 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죽을 수 없다, 지나간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라는 내용이다.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가사이다. 코미디일 수도, 엄청난 비극일 수도 있다. 따라서 객석과 카메라에 등을 대고 돌아서서 노래 부르는 걸 퍼포먼스라고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카메라의 정면을 바라보지 않았다. 직전의 인터뷰 때에는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예술가는 자신의 창의력, 상상력, 감성, 그리고 감정까지 마음대로 작품 속에 녹여 낼 수 있다. 전위 예술가는 보편타당한 정서에서 굉장히 일탈하는 작품 세계를 그리거나 그런 행위를 할 수도 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연예인을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경향이 짙고, 우리나라 역시 그런 흐름에 편승하는 분위기이다. 실제 연예 기획사는 가수, 뮤지션, 배우 등의 표기보다는 ‘우리 아티스트’라는 표현을 즐긴다. 그만큼 그들을 예우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

그렇다면 연예인이란 어떤 사람일까? 일상 대화나 언론 보도 등에서는 보통 연예인이라고 표현한다. 현행 대한민국 법으로는 대중문화예술인이 정확한 표현이다. 즉 아티스트이기는 하지만 순수예술이나 전위예술이 아닌,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가수, 배우, 무용가 등의 아티스트라는 이야기이다.

그냥 문화가 아니라 대중문화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대중문화를 ‘대중이 형성하는 문화. 생활수준의 향상, 교육의 보급, 매스컴의 발달 따위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문화의 상품화, 획일화, 저속화 경향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라고 적고 있다.

먼저 대중이 형성하는 문화라고 했다. 즉 대중이 주인공(소비자)인 문화이다. 대중음악과 관련된 모든 활동과 더불어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이다. 결론적으로 대중이 없으면 안 되는 문화이다. 전술한 사전은 순수예술을 ‘순수한 예술적 동기에 의하여 창조된 예술. 예술의 절대적 독립성을 주장하며, 오로지 예술을 위하여서만 있어야 한다는 예술 지상주의적인 예술이다.’라고 썼다.

전위예술은 ‘이전의 것을 배격하고 새로운 표현 수법을 시도하는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예술.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앙티로망 따위를 이른다.’라고 정의하였다. 이렇듯 대중문화, 순수예술, 전위예술 등은 모두 분명하게 구분되는 한 단어들이다. 근대의 유명 화가 다수는 극빈자였다. 고흐가 대표적이다. 예술가는 예술이 먼저이지 소비자가 먼저가 아니다.

하지만 대중문화를 만들고 판매하는 자들은 대중을 염두에 두고, 배려하며, 어려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중문화의 소비자이자 주인은 대중이기 때문이다. 현대에서 순수예술과 전위예술과 대중문화를 절묘하게 줄타기하는 대표적인 예술가로 앤디 워홀을 들 수 있다. 이찬혁은 워홀의 장르가 아니고, 그의 음악이 순수예술이나 전위예술은 더더욱 아니다.

물론 워홀조차도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대중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두 가지 전제하에 그의 돌출 행위를 바라보자. 먼저 열애설이 사실이 아닐 경우. 그럴 경우라면 여유 있게 웃으면서 ‘사실과 전혀 다르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해명하면 끝이다. 마스크를 쓰고 입을 봉하거나 무대에서 등 돌릴 필요가 없다.

만약 사실이라면 마스크 착용의 묵언과 등 돌림은 언론과 대중의 태도가 불만스럽다는 강력한 항의로 해석된다. ‘왜 내 사생활에 너희들이 왈가왈부하느냐?’는 시위로 비칠 수 있다. 혹시 그런 생각이라면 대중문화를 하지 말고, 순수예술이나 전위예술을 할 일이다. 그냥 죽어도 연예인을 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서태지처럼 완벽하든가.

[유진모 칼럼/사진=YG엔터테인먼트, '엠카운트다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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