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리포트'의 필요성과 효용성
입력 2022. 07.06. 16:37:39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유진모 칼럼] 부부 사이의 내밀한 성 문제를 굳이 지상파 방송사에서 다뤄야 할까?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이 3%대의 시청률 속에서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불쾌하다는 반대 의견을 듣고 있다. 밤 10시 30분이라는 늦은 시각에 시작되고, 19살 이상 시청 가라는 등급이 매겨져 있기는 하지만 지상파 방송이라는 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정신건강의학 박사 오은영(57)을 필두로 아나운서 박지민, 연예인 소유진, 하하, 김응수가 함께 진행을 맡는다. 정체성은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들이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하여 갈등의 고민을 나누는 리얼 토크멘터리’이다. 그런데 부부 문제이다 보니 성 문제가 항상 도마 위에 오른다.

진행자인 소유진부터 셋째를 낳은 이후 남편 백종원과의 부부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출연 부부들은 더욱 적나라하다. 지난 4일 방송에는 빅 데이터 전문가 전민기와 기상 캐스터 정선영 부부가 출연했다. 그들은 스킨십 횟수, 잠자리 빈도, 성욕의 정도 등 부부 관계에 있어서 서로에게 불만이 쌓인 모습이었다.

더 나아가 이 부부의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부부 성생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부는 성욕이 낮아진 이유, 각자의 성욕 해결법, 서로의 성적 취향 등을 공유했다. 과연 지상파 방송에서 이렇게 디테일하게, 적나라하게 다뤄져도 될 만한 정보일까? 그렇게 즐겨도 될 재미일까?

부부 관계라는 단어에는 혼인한 사이에는 성관계가 이루어진다는 뜻이 당연히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영원히 원만한 성생활을 이어 가는 부부가 몇 쌍이나 될까? 대부분 내색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긍정적인 부부보다는 그렇지 못한 부부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해결하기 위해 심리 상담을 받는 부부도 있다.

그렇다. 그런 문제는 성 전문의나 심리 전문의 등의 진료실에서 내밀하게 이루어질 일이지 수상기만 갖고 있으면 18살 이하의 ‘어린’ 사람일지라도 시청할 수 있는 지상파 방송에서 다뤄질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전두환 정권이 우민화 정책으로 노골적으로 3S 장려 정책을 펼친 데에 이미 답이 있다.

3S란 Sex, Sports, Screen을 말한다. 이 셋 중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흥미와 구미를 당기는 데 모자람이 없다. 이 중 두 개 이상이 결합하거나 돈이 끼어든다면 더할 나위 없다. 영화 ‘신세계’의 에필로그에서 과거에 이자성과 ‘일’을 마친 정청이 “떡 영화 보러 가자.”라고 말하는 시퀀스는 그런 시너지 효과를 웅변해 준다.

‘옐로우 저널리즘’은 언론사라면 누구나 피해 가기 힘든 유혹 중 하나이다. 요즘처럼 여러 플랫폼에 시청자들을 빼앗기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로서는 애간장이 탈 만도 하다. 이해는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체성과 체통마저 잃으면 곤란하다. 아예 보도 기능이 없는 케이블 TV나 OTT 서비스라면 몰라도 지상파는 체면을 지켜야 한다.

오은영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이고, 특히 아동 심리 상담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녀는 의사로서의 활동은 물론 엄청난 방송 활동으로 인해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수많은 CF 출연이 대표적인 증거. 그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로서도 엄청난 상담 이력을 뽐낸다. 그녀의 상담료는 10분당 9만 원.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상담 예약이 부동산 전성기 때의 청약 경쟁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그녀의 이력에서 보듯 그녀가 뛰어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이고, 훌륭한 아동 심리 상담사라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그녀가 부부 문제 전문가 겸 성 문제 전문가일까? 이런 포맷이 지상파에 꼭 필요한 것일까?

다수의 철학자는 자신만의 Theory를 만들고, 그 이론 안에 자신만의 전문 용어를 설정한다. 하이데거 등이 Extension이라는 뜻의 연장을 ‘길이(크기, 형체, 형상)’로 바꾼 것처럼. 마찬가지로 프로이트는 모든 심리학적 문제를 인간의 성욕과 연관 지어 리비도라든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든가 하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이렇듯 전문가가 그 분야의 최고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의 이론이 모든 분야에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게 입증된다. 많은 철학자를 비롯해 프로이트가 후학들의 비난의 대상이 된 이유는 어느 정도의 도그마(교조, 독단)와 독사(억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니체는 천재이지만 나치의 선전에 교묘하게 이용당한 바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스승 플라톤을, 하이데거는 자신의 스승 후설을, 융은 자신의 스승 프로이트를 각각 비난하며 등을 돌렸다. 스승과 제자 중 누가 옳다고 보기보다는 모든 이론에는 나름의 함정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인 것이다. 특히 확고부동한 일방적인 이론일수록 그런 의외성이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과연 오은영의 정신건강의학은 부부 문제나 성 문제에서 매우 전문적인 고도의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전가의 보도일까? 소위 공영 방송이라는 MBC가 시청률 때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공공방송을 하기 위해 부부의 성 문제를 히든카드로 꺼내 든 것일까? 부부의 성 문제 솔루션 프로그램이 공공방송에 필요하기는 한 걸까?

부부 문제, 특히 성 문제는 그렇게 공개적으로, 또 아무나 다룰 게 아니다. 그렇게 쉽다면 우리나라가 이혼율 1위일 리 없다. 제우스는 최고 미녀 헤라와 결혼했음에도 수시로 외도했다. 하느님은 솔로이고, 성모 마리아는 육체관계 없이 예수를 낳았으며, 예수도 공식적으로 미혼이다. 신화이든, 종교이든 그런 설정은 다 이유가 있다.

[유진모 칼럼 /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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