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악플러 유죄 판결의 교훈
입력 2022. 06.23. 15:08:13
[유진모 칼럼] 아이유(29, 본명 이지은)의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1일 아이유를 향한 악성 게시물을 게재한 한 누리꾼에 대한 형사 고소 결과를 공개하며 “어떠한 선처나 합의 없이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담은 2019년부터 인터넷 게시판 등 정보 통신망을 통해 수십 차례에 걸쳐 아이유에게 도를 넘는 모욕과 인신공격의 악성 게시물을 상습적으로 게시한 가해자를 고소했다. 그 결과 모욕죄 및 명예 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8개월, 집행 유예 2년, 180시간의 사회봉사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악플’은 ‘나쁠 악(惡)+리플’의 신조어로서 인터넷과 SNS가 실생활에 자리잡으면서 생겼다. 악플러는 악플을 상습적으로 다는 사람을 가리킨다. 기존의 신문, 잡지, TV, 라디오로 대표되던 구 미디어는 일방적이었다. 리포터가 매체를 통해 기사를 게재하면 소비자는 그냥 그걸 소비하면 끝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미디어는 쌍방향 소통 형식이다. 각종 미디어가 보도를 하면 소비자는 곧바로 그에 반응해 자신의 소견을 밝힐 수 있다. 기존의 일방적 미디어 시절에는 오보를 잡는 게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결 수월해졌다. 바로 댓글을 통해 반박 의견을 달면 미디어 측에서 확인을 통해 잘잘못을 가리고 수정하는 시스템이 된 것.

그런데 쌍방향 소통의 시대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댓글 시스템은 더 이상 생을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하나의 인격이 파괴되는 무시무시한 폭력이 가능해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비호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더군다나 그들 중 일부는 악플이 주는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런 안타까운 선택을 한 케이스도 있어 더욱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만든다. 연예인이라고 특별한 건 아니지만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과는 정신이나 감성이 다른 것은 맞다. 흔히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하는데 그게 예술성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자신의 업무의 결과에 대한 평가에 예민한 것 이상으로 연예인은 자신의 활동의 결과에 대해 민감하다. 그게 배우 혹은 가수로서의 실력과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인 동시에 그로 인한 눈앞과 향후의 수익, 그리고 진로에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생활 관련 입소문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그런 모든 게 이미지와 직결되고 그건 곧 수입과 생명력에 연결되기 마련이어서 그렇다. 가수의 가창력과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소비자의 냉정한 평가와 냉철한 비판은 당사자에게 당장은 아프지만 미래지향적이다. 그걸 통해 연예인은 자칫 오만할 수 있는 자만심을 억누르고 객관적으로 반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정상적이고 보편적이며 합리적인 평판이 아닌, 사소한 개인적인 평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구나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추축 혹은 작위라면 매우 곤란하다. 요즘은 연예인도 공인 축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아무리 사생활일지라도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하면 당연히 처벌받고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비공식적 루머나 더 나아가 조작이나 주작이라면, 그런 악플이 인터넷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난무한다면 그 작성자를 따끔하게 처벌해 일벌백계의 교훈을 남겨야 당연하다. 이번 아이유 악플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대표적이다. 모든 동물 중 유일하게 인류가 말과 글이라는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 코토다마(언령, 言靈)라는 말이 있다. 말에 혼이 깃들어 있다는 것인데 굳이 일본이 아니더라도 어느 나라이건 언어와 문자가 가진 힘과 특유의 문화를 인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라는 등의 많은 교훈을 주는 말에 관한 격언이 전승되어 왔다.

말과 글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랑그(언어 체계, 이를테면 스포츠의 규칙)와 파롤(구체적 발화, 대결로 치면 전술)의 기호학이나 그를 이은 롤랑 바르트의 신화적 기호학에서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언어, 글, 신화, 영화, 광고 등 현대의 모든 기호 체계에는 이데올로기가 있다는 의미이다.

미디어 탄생 이래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테제가 이어져 왔는데 인터넷의 시대인 요즘에도 이는 어느 정도 적용되는 명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 댓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감수성이 유난히 예민한 연예인(예술인)이라면 더욱 그럴 터. 디지털 문화는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냈다.

향후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더 깊이 메타버스의 세계로 진입할 것이다. 그럴수록 댓글에 대한 반응 역시 더더욱 날카로워질 것이다. 과거에는 언어폭력을 물리적인 폭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평가했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의 잣대가 변하듯 이런 기준 역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사법권은 물론 입법권이 문자 폭력의 처벌 수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오죽하면 유명 포털 사이트가 연예 섹션에서 댓글 시스템을 폐지했을까? 적지 않은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의 배경에 악플이 있었음을 대놓고 토파했기 때문이었다.

[유진모 칼럼/ 사진=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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