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김현주, 25년 연기 발자취에 남겨진 또 다른 도전 [인터뷰]
입력 2021. 12.03. 15:57:34

'지옥' 김현주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오로지 연기로 스토리를 설득시킨다. ‘지옥’의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을 잡고 끌고 갔다. 배우 김현주의 연기 내공이 빛난 순간이다.

‘지옥’은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부산행’ ‘반도’로 세계관을 구축한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 집필을 맡아 화제를 모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김현주는 ‘지옥’으로 ‘연상호 옴니버스’에 탑승하게 됐다.

“현장에서 편집본을 보기도 했지만 전편을 다 본 건 오픈되고 다음날이었어요. 현장에서 못 느꼈던, 못 봤던 장면들,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주신 것 같아 배우로서 배울 점도 있었고, 기분 좋은 일이었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더라고요. 제가 하는 작품에 대해 기대하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인데 재밌게 잘 봤어요.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셨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 감사드려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제가 원래 하던 그런 류의 연기나, 장르가 아니어서 걱정되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웹툰을 본 후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웹툰에서 인물 묘사들이 사실적, 현실적으로 다가왔죠. ‘영상화했을 땐 어떨까’란 배우로서 기대감이 있었어요. 다른 인물들은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증도 생겼고요. 연상호 감독님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서 같이 작업하고 싶었어요.”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지난달 19일 공개 후 하루만인 11월 20일 1위에 올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미 예전부터 한류 열풍,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해 관심이 높았어요. 그런 것들을 기반으로 해서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어 효과가 크게 나타난 거라 생각하죠. ‘오징어 게임’이 먼저 큰 인기를 얻었기에 그것에 대한 영향, ‘지옥’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두려움이 있었죠. 오픈됐을 때 ‘기대에 못 미치여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한국에서 배우를 하며 자부심이 있었어요. 한국의 작품성, 그것에 대해 임하는 배우들, 감독, 스태프들의 진심, 열의를 이미 현장에서 느꼈기 때문에 고무적인 결과고,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요. 넷플릭스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 도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김현주. ‘월드스타가 된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겸손함을 잃지 않은 그다.

“좋은 결과를 낳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체감하기엔 이른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도 지금껏 해왔던 생활 패턴, 배우로서 일하는 행보, 작품 선택, 자세에 크게 영향을 받을 거란 생각이 없어요. 작품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고 결정하며 똑같은 마음으로 임하게 될 거예요. 선택의 폭이 조금 넓어질 수는 있겠지만요.”

김현주는 극중 소도 합동 법률 사무소의 변호사 민혜진을 연기했다. 무섭게 세력을 키워나가는 새진리회와 맹목적으로 이들을 추종하는 열혈 신도의 대척점에 서서 인간을 바라보는 변호사로 활약했다. 앞서 드라마 ‘언더커버’에서 맡은 최연수 역은 민혜진과 같은 변호사 직업이란 공통점이 존재한다.

“‘언더커버’와 ‘지옥’을 동시에 촬영했어요. 같은 변호사 역을 해 배우로서 고심했죠. 직업은 배경의 하나이지, 캐릭터는 다르다고 생각해 병행할 수 있었어요. 연수 캐릭터는 티 없이 밝은, 건강한 사랑스러움이 있는 캐릭터였죠. 둘 다 정의감을 가진 건 동일했어요. 민혜진은 사회에 비뚤어진 면을 가지고 있어요. 사회에 대한 반항심이 있고요. 그런 게 민혜진만이 가질 수 있는 정의로움으로 표현되지 않았나 싶어요.”

‘지옥’은 3~4화를 기점으로 흐름이 반전되는데 민혜진 역시 역할이 전환된다. 3화까지는 변호사로서 새진리회와 대적하지만 4화부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구한다. 특히 6화에서는 사자들과 맞서는 액션으로 몸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이기도.

“너무 재밌었어요.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었죠. 여태껏 감정을 소비하는 연기가 많았는데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추상적이었다면 민혜진은 몸으로 연습해야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기에 캐릭터적으로 설레고, 흥분됐죠. 그렇지만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액션팀이 도와줘서 즐기며 하고, 다치지 않게 할 수 있었죠.”



민혜진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맞서는 인물이다. 정의로운 민혜진 역할에 김현주는 어느 정도 투영됐을까. 그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정의롭기보다 비겁한 쪽에 가깝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신념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사건, 행위에 대해 외부 환경적인 자극에 갖는 태도, 사고방식이라는 건데 저 같은 경우, 맞서 싸웠던 적은 없고, 그런 형태의 사람은 아니었죠. 나와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이 제 앞에서 싸워주길 바라는 사람이더라고요. 무언가 제 의견을 피력하거나 그런 류의 사람은 보기보다 아니었어요. 그래서 민혜진과 차이점이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민혜진을 표혆는데 있어 진지하게 임할 수 있었어요. 그런 게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1997년 MBC 드라마 ‘내가 사는 이유’로 연예계에 데뷔한 김현주는 25년 동안 드라마, 영화를 불문하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쳤다. 한 장르와 캐릭터에 국한되고, 안주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그는 매번 ‘도전’에 나섰다.

“예전에는 제가 캐릭터를 장시간 유지했어요. 의도하기보다 그런 부분을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셨기에 그런 장르의 작품들이 많이 들어왔죠. 그 안에서 선택하다보니 그런 캐릭터를 계속 해올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도전은 두렵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기에 퇴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있었어요. 다른 것을 선택해 나아가야한다는 계기가 있었죠. ‘왓쳐’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스스로에 어색함이 있었어요. 그러나 좋게 봐주셔서 지금까지 온 게 아닌가 싶어요. 계속 이 분위기를 고수하는 건 아니에요. 다양한 작품,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어요. 딱히 선호하는 장르는 없어요. 앞으로 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늦은 감은 있지만 하나씩 해보려 노력 중입니다.”

김현주는 ‘지옥’을 통해 25년 배우 생활의 갈증을 해소시킨 것일까.

“재발견에 대해 부끄럽고, 감사한 마음이에요. 앞으로는 조금 더 다양한 것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스스로 가지고 있는 틀을 깰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노력하고, 용기를 가져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죠.”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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