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네임’ 김진민 감독에게 주어진 도전 과제 [인터뷰]
입력 2021. 10.21. 16:57:44

'마이 네임' 김진민 감독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청소년 범죄란 민감한 소재를 다룬 ‘인간수업’으로 파격적인 설정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김진민 감독이 두 번째 넷플릭스 시리즈물로 돌아왔다. 1회부터 마지막까지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액션의 신세계를 보여준다. ‘새로운 액션 누아르’의 지평을 연 김진민 감독이다.

김진민 감독의 넷플릭스 두 번째 연출작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다. ‘마이 네임’은 공개 후 한국에서 ‘오늘의 Top 10’ 1이에 이어 오프닝 스코어 월드 랭킹 4위에
이름을 올리며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4위에 랭크됐다는 것에 대한 감이 별로 없어요. ‘오징어 게임’이 이 길을 활짝 열어줘서 편하게 진입한 게 아닌가 싶죠. 하하. ‘오징어 게임’이 큰 역할을 해주셨고, ‘마이 네임’을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수업’은 자극적인 소재와 폭력 묘사로 문제작으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날카로운 메시지를 지닌 전형성을 탈피한 성장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은 바. ‘인간수업’에 이어 최근 전 세계 흥행 열풍의 중심에 서있는 ‘오징어 게임’ 뒤를 이어 나온 ‘마이 네임’이기에 공개에 따른 부담감은 없었을까.



“부담이 없었다하면 거짓말이에요. ‘인간수업’과 다른 결의 작품이고, ‘인간수업’보다 흥행을 더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죠. 소재나 이야기를 다루는 점에서 ‘인간수업’에서는 인간에 대한 평가가 중요시됐지만 이 작품은 흥행이 되지 않으면 못 만든 작품이 될 수밖에 없는 성질의 콘텐츠라고 생각했거든요. ‘오징어 게임’이 워낙 큰일을 해줘서 넓혀진 길에 들어서는 사람으로서 막아서면 안 되고, 함정을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론 고맙고, 한편으론 부담이 많이 됐죠. ‘인간수업’은 대본을 봤을 때 작품 자체가 문제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작품이 사람들한테 다가갈 때 굉장히 큰 벽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이 네임’은 작품 자체가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클래식한 언더커버를 가지고 있기에 이는 이미 자리를 잡은 소재여서 이 두 가지 차이가 컸어요. ‘인간수업’은 청소년 문제를 다루다 보니 사회에서 여러 시선이 존재하는 작품이었죠. ‘마이 네임’은 드라마잖아요. 대중의 호응이 있지 않으면 본질적으로 가진 가치보다 깎여서 받아들여지는 지점이 있어 흥행을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했어요. ‘인간수업’은 문제의식에 집중하고, 그 부분을 가감 없이 하되 거부감이 들면 안 됐죠. ‘마이 네임’은 흥미가 있어야했어요. 텐션을 굉장히 잘 유지해서 시청자들이 끝까지 보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김진민 감독이 정의한 ‘마이 네임’은 ‘재미있는 복수극’이다. 한 사람이 자기를 찾아가면서 복수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을 잃어버리는 이야기를 장르적 재미와 함께 완성도 있게 담아낸 것. 기존의 남성 캐릭터가 주를 이뤘던 액션 누아르, 언더커버 장르와 달리 여성 캐릭터가 메인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클래식한 주제인 ‘복수’를 관통한다.

“언더커버가 자리를 잡았기에 이를 넘는 게 큰 도전 과제였어요. 작가님이 어떻게 쓰셨는지 궁금했죠. 대본을 받았을 때 ‘여자로 성별만 바뀐 건가?’ 생각했는데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 기존 드라마와 달랐죠. 복잡하게 엮지 않으면서도 변화가 상당하고, 그 인물들이 극중 강력한 역학들의 몫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지점이 훨씬 재밌었죠. 7명 정도 되는 인물들이 각각 던지는 캐릭터의 매력이 드라마를 하게 됐어요. 그걸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게 제 책임이었고요. 대본을 봤을 때 복수극인데 들어오는 인물들이 재밌었어요. 안보현, 김상호, 이학주가 잔잔하게 있다가 전면으로 부상했을 때, 그리고 장률 씨의 역할이 4회부터 나오면서 등퇴장의 긴장감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죠. 8부까지 가는데 지루하지 않게 진행됐으면 했어요. 복수라는 구조가 입체적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했고, 작가님도 그렇게 글을 써주셨어요. 또 액션이 많은 작품이라 액션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했어요. 액션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는데 관계에서 벌어지는 주인공의 태도 변화 등을 굉장히 많이 신경 썼죠. 만나는 사람들이 복수에 있는 사람이라 주인공 감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반응하는가에 신경 썼어요. 한소희 씨와도 두 가지 지점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했죠.”



지우 역에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 ‘알고있지만’ 등으로 매 작품 새로운 모습을 보였던 한소희가 캐스팅됐다. 오로지 복수를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는 지우는 처절하고 간절한 액션을 선보인다. 김진민 감독은 일주일 내내 액션 스쿨에 나가며 끊임없이 연습을 거듭한 한소희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소희 배우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찾아봤어요. ‘부부의 세계’ 때 다른 사람과 같이하는 것보다 혼자 있을 때 어떻게 소화하는지 봤죠. 혼자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이 궁금했거든요. 느낌이 조금 달랐고, 뭔가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는 것 같아 ‘저 배우 만나보고 싶다’란 생각을 했어요. 만나자마자 ‘작품 할 거예요? 말 거예요?’라고 물었더니 소희 씨가 ‘하겠다’라고 했죠. 그리고 ‘훈련 할 거예요? 말 거예요?’라고 했더니 훈련도 하겠다고 했어요.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 보고,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으니 사람들이 저 사람을 매력적으로 생각하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촬영하며 이 친구를 잘 지켜줘야겠다, 안 다치고, 이 작품을 즐겁게 마칠 수 있게 하는 게 내 역할이구나 생각했죠. 촬영에 들어가기 전, 소희 씨에게 대본을 보지 말라고 했어요. 대본은 나중에 보고, 몸을 만들어 자신감을 가지고 대본을 보라고 했어요. 역할이 고등학생 시절부터 격투기를 배운 설정이라 몸에 대한 감각이 있는 채 보는 것과 없는 채 보는 게 대본 해석이 달랐거든요. 소희 씨는 세 달 정도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다른 배우들과 합류하며 합을 맞추는 과정에서 액션스쿨에 가서 운동했다고 자랑도 하더라고요. 하하. 신경을 많이 쓴 건 부상에 대한 우려였어요. 다치면 다 소용없는 일이니까. 다치지 않기 위해 훈련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잘하는 것보다 다치지 않는 게 1번이었죠.”

‘마이 네임’은 세밀한 인물 묘사와 그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드라마의 깊이감을 선사한다. 이는 김바다 작가의 탄탄한 각본과 김진민 감독의 특유의 리얼하고 거친 연출로 완성돼 액션 누아르 장르의 매력을 담고 있다. 지우의 여정 속 복수와 배신은 매회 반전을 거듭하며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연출이 이야기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작가와 연출은 전혀 다른 사람인데 만나서 작업을 한다는 건 상대편 입장에 비슷하게 들어가 봐야 어떤 심정인지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것이죠. 대화나 공부를 통해 알게 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연출에서 벽을 치기 시작하면 작품의 진심에 다가가지 못했던 게 기억에 남아있어요. 바다 작가님에게 ‘왜 이 대사와 지문 한 줄을 굳이 썼는지, 뭘 썼다 지웠는지’도 늘 궁금해 했죠. 어느 순간 시너지가 나고, 배우들과 이야기를 하면 더 깊이 다가가기도 하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제 매직이 아닌, 작품의 매직이 돼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저는 늘 모든 답은 대본에 있다고 접근해요. 대본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보다는 이 대본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를 파악하는 게 제 철학이죠.”

잘 짜여진 이야기의 본질을 지키며 세밀한 연출을 통해 장르적 완성도를 높여 나간 ‘마이 네임’. 냉혹한 진실과 복수에 관한 이야기 ‘마이 네임’을 통해 김진민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복수가 들어가면 쉽게 다가가잖아요. 되갚았으면 하는 마음이 본연의 감정인 것 같아요. 극한 상황까지 몰렸을 때 드라마라고 이야길 해요. 드라마에 있어 내가 나를 잃어버리는 것과 복수라는 건 붙어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이름도 지워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살면서 복수를 꿈꿔요. 복수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과연 복수인가, 그 다음엔 나는 뭐지?라는 생각을 하는 작품이죠. 또 이 작품은 언더커버에 더 중점을 둬 훨씬 더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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