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스위트홈’으로 방점을 찍다 [인터뷰]
입력 2021. 01.20. 17:05:30
[더셀럽 김지영 기자] 화려한 액션 연기가 가능한 배우 중 이시영은 단연 으뜸에 속한다. 날렵한 몸동작, 한 컷을 만들기 위해 쏟아붓는 열정은 다른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번 ‘스위트홈’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열정을 쏟았고, 그에겐 아쉬움 없는 작품으로 남았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극본 홍소리 김형민 박소정, 연출 이응복)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평범하던 일상에 인간 내면의 욕망이 괴물화를 발현시키며 세상이 하루 아침에 망해버린다. 극의 중심 배경이 되는 그린홈에서 각 인물들은 괴물에 맞서 다른 주민들을 구하거나 남아있는 주민과 함께 협력해 생존한다.

이시영은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인물 특전사 출신 소방관 서이경으로 분했다. 모두가 괴물을 보고 겁에 질려 있을 때 전면으로 나서는 강인함, 주민들을 이끄는 리더십, 일반 남성보다 뛰어난 체력과 카리스마로 똘똘 뭉쳐있는 인물이다.

‘스위트홈’에 출연한 다른 배우들은 원작을 참고하거나, 혹은 참여하지 않고 자기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면서 작품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시영은 다른 작품을 전혀 참고하지 않았고, 이응복 감독과 수많은 대화 끝에 서이경을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제 생각이 어떤지 많이 물어보셨다. 그런 부분이 너무 감사하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서이경은 밝고 정의감 넘치고 직업정신이 투철한 소방관까지 됐기에 남자친구가 세상의 전부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잃고 직업도 놓아버리면서 안쓰럽고 슬프게 느껴졌다. 사실 이경이에겐 세상의 종말이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와중에 새 생명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고 달라진다. 감독님이 여기에 맞춰 디렉팅을 해주셨다. 제가 다 담아냈는지는 모르겠다.”

참고할 수 있는 대상이 없었기에 이시영은 온전히 이응복 감독의 말에 의존했다. 이시영은 이응복 감독과 작가들이 새로 만들어낸 서이경이 한정된 공간에 갇혀있는 그린홈 주민들과 외부 세계와 연결해주는 인물이란 설정에 만족감을 표했다.

“상상을 할 수 없었기에 작가님과 감독님이 말해주시는 서이경이 저에겐 100%였다. 감독님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담감보다는 재미가 있었다. 많은 분들이 서이경이 주체적인 여전사 면모에만 포커싱이 있다고 보시는데, 사실 아니다. 그린홈 외부로 나가는 유일한 한 명이 서이경이다. 서이경으로 하여금 ‘스위트홈’의 세계관이 넓어지고 그런 점에서 저는 재미를 느꼈다. 세계관이 넓어지면서 원작과 다르게 상상할 수 있는 게 좋았다. 작품에 임하는게 즐거웠고 스스로도 영광이었다.”

전직 소방관이라고 자신을 설명하지만 뛰어난 몸놀림, 파워풀한 액션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특전사 출신인 소방관이었던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후 곧바로 일을 그만둔다. 이시영은 서이경의 전사에 대략적으로 생각을 해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실제로 군대 생활을 하고 나서 소방관을 하시는 분도 많고 경호원쪽이나 지도자의 길을 걷거나 소방관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더라. 저도 ‘스위트홈’을 하면서 알게 됐다. 이경이는 본인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군대에 익숙해진 삶이고 사회에 나와서도 소방관을 선택한 걸 보면 이경이의 선택은 직업적인 게 크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그의 존재감이 컸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소방관, 내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었는데 이 사람을 잃게 됨으로써 부딪히는 여러 사람으로 이경이의 세계가 무너진 것이 아닌가. 이경이의 전사는 그녀의 직업과 사랑하는 사람으로 그려질 것 같다.”

위급한 상황에서 먼저 움직이는 서이경은 대부분의 장면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시선을 강탈한다. 서이경 그 자체였던 이시영은 서이경과 차이가 있다며 겸손함을 표했고 그러면서도 서이경의 한 부분에서는 공감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경이는 멋있는 사람이다. 연기를 하면서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저는 이경이처럼 그러질 못한다. 겁도 많고 위급한 상황에서 수동적이다. 만약 ‘스위트홈’ 같은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방어적인 역할을 할 것 같다. 싱크로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저도 아이가 있기에 그런 부분에서는 이경이를 이해했다. 이 사람의 감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비슷했다.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몰입할 수 있었던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스위트홈’에서 대중의 시선을 잡아 끈 건 단연 이시영의 등 근육이다. 극 중 거미괴물에게 잡힌 후 탈출할 때 상하의를 모두 탈의하게 되고, 거미괴물에 쫓겨 도망가다 등근육이 도드라지게 표현된다. 허리 부근에 선명하게 드러난 근육에 사람들은 ‘크리스마스트리 근육’이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했다. 이시영은 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수개월간 운동으로 몸을 만들었고, 지방을 태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노출액션은 저도 처음이라 어느 부위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촬영이 임박한 뒤 콘티를 보게 됐다. 전신을 다 운동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고 벌크업을 하기 위해 많이 먹었다. 많이 먹는 게 쉽지 않더라. 제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근육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촬영에 돌입해서는 식단을 지키는 게 힘들었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노출이 있는 첫 액션이어서 다른 때보다 부담감을 갖고 임했다.”

서이경의 완벽한 몸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어두워진 그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꼈다. 실제 자신의 성격과 거리가 있었고 서이경이 겪은 힘든 일들을 짐작하며 감정을 쌓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든 걸 잃고 난 사람의 어두움을 표현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저는 긍정적인 편이고 밝은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극 중 상황은 종말을 향해 치 닿고 있지 않나. 그런 이경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특히 이경이 임신 사실을 알고 난 후 현수(송강)를 이용하면서까지 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집중을 했다.”

서이경은 예비 신랑과 괴물 사이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그린홈 밖으로 나간다. 예비 신랑이 일하던 연구소에서 군인을 만난 서이경은 차현수를 이용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다시 그린홈으로 돌아온다. 그린홈 앞에서 프로틴괴물과 대적하고 있는 것을 본 서이경은 거대한 소방차를 이끌고 주민들을 돕는다.

“사실 소방관은 희생의 아이콘이지 않나. 사람을 구하고 자신을 희생한다. 소방관의 그런 면모를 ‘스위트홈’에서 다 보여줄 수는 없다. 선택을 해야 하고 집중을 해야 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을 때 몸을 다 던져야 했다. 그 장면이 소방차 운전 장면이다. 그래서 더 부담이 됐던 것 같기도 하다. 많은 분량을 차지한 건 아니어서 표현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잘 담아내기 위해 신경을 썼다.”



극의 말미 서이경은 그린홈 주민들과 함께 떠나지 않고 군인들과 동행한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하는 장면에 이시영은 시즌2를 생각해보며 무궁무진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시즌2가 나온다면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다. 사실 시즌1이 끝나면서 서이경의 아이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했다. 마지막에 군인들에게 협조하는 이유는 남편의 생사가 중요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과연 서이경이 낳은 아이가 괴물인지, 인간인지, 출산을 하는지, 안 하는지 궁금했다. 만약 괴물이 태어난다면 신인류의 시작이니까.”

그는 영화 ‘언니’ 드라마 ‘파수꾼’ 등 다양한 작품에서 액션 연기를 맡아오고 있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이미지 고착화를 가장 경계한다. 비슷한 장르와 분위기의 작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고, 발전하기에도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시영은 이러한 점에서의 고민은 없었을까. 그는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며 솔직한 답변을 이어갔다.

“지금은 이런 이미지를 제가 가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고 오히려 이게 확장이 되고 발전이 돼서 더 좋은 액션을 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운동하는 것도 좋아하고 액션을 하다 보니 액션이 좋아졌다. 사실은 ‘스위트홈’을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영광이었던 것 같다. 아시다시피 큰 제작비가 들어가고 크리처물이기 때문에 역동적인 액션을 할 수 있는 게 더 좋았다. 저는 더 바라고 있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부담감이나 안 좋게 생각하는 건 없는 것 같다.”

끝으로 그는 한 이미지로 강하게 기억이 남는 배우보다는 자신의 아이가 다 성장했을 때 까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를 꿈꿨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는 것보다는 아이가 컸을 때도 배우생활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너무 어리고 클 날이 많다. 출산 전후에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사랑하는 누군가가 생기고 가족이 생기면 저 개인적으로 행복하기도 하고 소중한 것이 생겼기 때문에 간절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경이를 연기하면서 아이를 지키기 위한 마음이 있어서는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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