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오달수 “나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삶, 가족 소중함 느껴” [인터뷰]
입력 2020. 11.27. 17:16:30
[더셀럽 전예슬 기자] “너무너무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연기, 현장, 복귀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았다.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으로 약 3년의 공백을 깬 오달수다.

오달수는 지난 2018년 2월 ‘이웃사촌’ 촬영을 마무리했으나 크랭크업 직후 발생한 성폭력 의혹으로 연기 활동을 잠정 중단, 긴 칩거에 들어간 바.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논란 후 기자들과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간담회 때도 그렇지만 많이 떨리고, 겁나고, 낯설고, 두려웠다”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이어갔다.

“개봉 날짜는 정해졌고, 관객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그리고 어떻게 보실지 기대가 돼요. 일들이 있어 영화의 개봉이 불확실 했잖아요. 미래라는 게 불확실하지만 이렇게 무한 책임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기자간담회 때도 말씀드렸듯이 지금이라도 개봉하는 것에 대해 다행스러운 생각이에요.”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돼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달수는 극중 자택격리된 정치인 의식 역을 맡았다. 그동안 유쾌하고 코믹스러운 역할을 맡아 감초 연기를 펼쳤던 그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정의롭고 가슴 따뜻한 인물로 분했다.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드린 이미지라고 할까요? 관성을 막기가 촬영할 때 힘들더라고요. 쭉 달려오면서 밀리기도 하고, (코믹함을) 최대한 누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인데 너무 진중하면 관객들이 힘들어하셨을 텐데 코믹한 부분은 이웃집에서 고맙게 해주시니까 부담이 덜 했죠.”

‘이웃사촌’은 지난 2013년 개봉돼 1280만 관객을 동원했던 ‘7번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의 신작이다. ‘7번방의 선물’에서 소양호 역을 맡았던 그는 ‘이웃사촌’을 통해 다시 한 번 이환경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환경 감독님과는 감독과 배우 사이, 그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이 작품을 제의 받았을 때 막거리 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다가 마지막에 감독님이 ‘읽어나 보세요’하면서 주셨죠. 그 말이 ‘우리 같이 합시다’로 들렸어요. 물론 그렇다면 무조건 해야 하는 게 맞아요. 그러나 처음엔 두 번 정도 고사를 했어요. 초고에는 전라도 사투리로 나와 있었거든요. 사투리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다, 가능성이나 철학 등이 많이 배어있어야 하는 역할이라 부담스러웠죠. 전라도 사투리를 조금이라도 못하면 큰 누를 끼치기에 고사를 했어요. 사투리를 가지고 감독님과 제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감독님께서도 후엔 바꾸는 게 좋겠다고 하셨죠. 새롭게 시나리오를 고치셨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 두렵긴 했지만 함께 영화를 열심히 만들기로 했죠.”



오달수가 연기한 의식은 실존 인물인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사건인 ‘정치인 가택 연금’이나 묘사된 정황 등 때문. 실존했던 인물을 연기하는데 뒤따른 고충은 없었을까.

“아무래도 부담이 컸어요. 대놓고 그 시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 상황 등을 얘기하는 영화가 아니라, 80~90% 이상은 휴먼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큰 부담은 없었지만요. 제가 87학번이에요.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과 함께한 분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받고 지냈죠. 그때 그 시절, 한 번쯤 거리에 안 나가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지내왔기에 특별히 준비하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또 관련된 다큐멘터리 정보가 많았으니까요.”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지만 이날 대화의 과녁은 ‘미투 논란 그 후’에 맞춰있었다. 마침표가 될 줄 알았던 배우 생활에 복귀를 향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2년 9개월 근 3년 동안 혼자 지내면서 가족, 친구들과 거제도에 있으면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보냈어요. 무한 책임을 져야하는 처지였기에 편하게 농담하고 그럴 처지가 아니었죠. 떨리고, 두렵더라도 영화를 찍었으면 홍보를 해야 하는 의무감이 있었죠. 어떻게 보면 그 시간은 저에게 귀한 시간이었어요. 단순하게 생각도 했고요. 이렇게 단순하게 산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스님들이 수련을 하시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정말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근육을 움직여서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 거제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간을 보냈죠. 3년 정도 그런 생각들을 비워버리면서 살았어요. 저에겐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 됐고요. 그런 저에게 큰 힘이 된 건 가족이었어요. 24시간 저의 곁을 떠나지 않고, 제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옆에서 돌봐주셨죠. 이번 영화를 보면서도 가족이 참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동안 저는 저밖에 모르고 살았구나도 생각하게 됐죠.”

지난해 초 경찰로부터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됐다는 처분을 받은 오달수. 그는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고, 독립영화 ‘요시찰’을 촬영하며 복귀 시동을 켰다. 3년을 표류하다 지난 25일 개봉한 ‘이웃사촌’까지, 활동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작품을 통해서 판가름 날 것 같아요. 저는 저대로 어떤 사건이 터지기 전으로 돌아갈 거고요. 작품이 들어오면,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읽어볼 거고, 그 시나리오가 좋으면 감독님이 누군지 알아볼 거고, 정확하게 잘 하고, 들어갈 수 있는 영화인지, 제 마음에 드는지 등을 보겠죠.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는 게 무섭고, 두렵고, 떨리지만 제가 해야 하는 일이에요. 제가 꼭 해야 할 몫이고, 무한 책임을 져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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