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정우 “스스로 괴롭혔던 연기, 이젠 즐기고 싶어요” [인터뷰]
입력 2020. 11.26. 16:51:23
[더셀럽 전예슬 기자] 가장 잘하는 연기다. 생활밀착형 연기로 웃음 짓게 만들다가도 인물의 복잡미묘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으로 돌아온 배우 정우의 이야기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정우와 만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돼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정우는 극중 좌천위기의 도청팀장 대권 역을 맡았다. 도청 대상인 의식(오달수)과 우연한 계기로 마주치며 자신의 신념에 의심을 품으면서 호소력 짙은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대권이라는 캐릭터를 봤을 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았어요. 가부장적이고, 투박한 인물이었던 것 같았죠. 이웃을 감시하고, 마주하게 되면서 캐릭터에 변화가 있기 시작해요. 마지막에는 어떤 사람에 대한 인정, 따뜻한 이해, 도덕적인 공익 모습에 매력을 느꼈어요. 냉철한 모습을 보이지만 왠지 모르게 연민이 느껴졌죠. 그래서 대권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어요.”

정우는 ‘재심’에 이어 ‘이웃사촌’을 통해 또 한 번의 ‘정의로운 소시민’을 보여준다.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에 다수 출연한 그는 끌리는 지점이 있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런 작품에 끌리게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저런 일이 있을 수 있겠구나, 저런 일이 있으면 힘이 될 수 있겠구나’하는 작품에 끌리는 것 같아요. 무시무시한 힘이 있거나 상상할 수 없는 권력이 있어 움직이기 보다는 힘없지만 소시민의 도의적인 행동으로 인해 변화할 때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소재, 정치적 이야기에 대해선 크게 관심이 없어요. ‘재심’의 경우, 또 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하죠.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이고, 피해자가 억울한 상황에 처해있으니까. 그 외에는 이야기의 힘 때문에 선택했던 것 같아요. ‘이웃사촌’ 캐릭터도 마찬가지로 연기를 할 때 베이스가 된 건 진정성이었어요. 테크닉으로 커버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정우가 연기한 대권은 감정의 기복도 있고, 감정신도 많은 역할이었다. 연기의 진폭이 크기에 표현해낼 때 뒤따르는 고충도 컸을 터.

“감정신이 많다 보니까 단순히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소리를 지른다’는 느낌이 아닌 제 연기를 봤을 때 관객들이 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욕심이었어요. 스토리에 맞게 장면에서 해내야한다는 중압감이 많이 들었죠. 작품을 선택한 이후로 매일매일, 한 장면 촬영할 때마다 허들을 뛰어넘는 느낌이었어요. 도청팀이다 보니까 말로 표현하는 게 아닌 시선 처리, 눈빛, 미세한 떨림, 호흡, 디테일한 표현이 필요했죠. 아무래도 눈에 드러나지 않으니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했고요. 냉철해보이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지만 그 속에 연민이 있어야하니까 그 중간점을 찾아가는 게 숙제였던 것 같아요.”

정우의 묵직하면서 진정성 있는 연기는 이번에도 통했다. 그의 실감나는 눈물연기는 보는 이들마저 눈물짓게 만든다. 감정 소모가 많은 신은 체력적으로도 힘이 들 법도 한데 말이다.

“사실 그런 신이 있으면 굉장히 무섭고 두려워요. 그날도 마찬가지였죠. 두려움을 가지고 현장에 갔어요. 촬영 현장 상태가 매번 배우에게 다 맞춰줄 순 없어요. 때로는 예상치 못한 물리적인 상황이 있기 때문이죠. 모든 감정 위주로 찍을 수 없는 상황이라 그날도 여러 테이크를 가게 됐어요. 제가 준비했던 감정들이 닳아서 없어지는 느낌에 ‘제로’가 됐죠. 사실 다시 연기를 하려면 굉장히 속상해요. 그때 그 순간 배우들은 억장이 무너지죠.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감독님이 큰 힘을 주셨어요. 제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이야기나, 극중에서 단순히 대사 몇 마디를 바꿨을 뿐인데 새로운 감정이 일어났죠. 저를 위해서 다가와주는 편이 있다는 행위 자체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됐어요. 저는 감독님을 소위 가슴으로 연출하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의 도움 덕에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죠.”



2001년 영화 ‘7인의 새벽’으로 데뷔한 정우는 2009년 영화 ‘바람’과 2013년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특히 ‘응답하라 1994’를 통해 큰 주목을 받은 그는 ‘히말라야’ ‘재심’ 등 작품을 통해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연기자의 길을 20년 넘게 걸어온 그다.

“제가 아직도 마흔을 넘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경험하고, 지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채워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나이를 조금씩 먹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죠. 나이를 먹는 게 또 다른 감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전엔 뜨겁고, 직진만 하고, 위로 솟아오르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조금 비워내고 싶어요. 다른 걸 채워 넣고 싶죠. ‘이웃사촌’ 촬영이 끝난 후 ‘뜨거운 피’까지 하면서 감정적으로 고갈이 됐어요. 감정을 고갈시키는 어떤 상황이나 그런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 감사하긴 하지만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고 싶어요. 제 자신을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서죠. 그래서 배우로서 연기를 즐기고 싶어요. 예전에는 제 자신을 괴롭히는 편이었다면 이제는 즐기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하여금 촬영하고, 연기하고 싶습니다.”

정우는 ‘이웃사촌’을 시작으로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 김민수)와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또 최근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카카오TV 웹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X’(감독 이태곤) 촬영에 돌입했다. 다양한 얼굴로 대중과 만날 그의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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