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규환' 정수정 "부끄럽지 않은 필모, 실패 두렵지 않아"[인터뷰]
입력 2020. 11.19. 11:15:43
[더셀럽 박수정 기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실패를 안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요(웃음). 그래도 뭐, 실패는 할 수도 있는 거니까. 다음에 더 잘하면 되죠."

배우 정수정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애비규환' 주인공 토일처럼 "망해도 괜찮아"라는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첫 스크린 데뷔작 '애비규환'을 선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첫 영화 개봉을 앞두고 더셀럽과 만난 정수정은 "처음에는 부담감이 있었다. 덜컥하겠다고 했는데 제가 감당할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근데 막상 촬영을 하면서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더라. 촬영을 시작하니까 오히려 더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개봉 6일째인 지난 18일 2만 관객 돌파,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애비규환'은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정수정)이 15년 전 연락이 두절됐던 친아빠와 집 나간 아이 아빠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정수정이 첫 영화로 독립영화를, 그리고 임산부 역할을 택한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파격적이다" "놀랐다" "의외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작 정수정을 잘 아는 그의 지인들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단다.

"가족들도 그렇고, 제 친구들도 사실 별 다른 반응이 없었어요(웃음). 그런데 저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임산부 역이라고 하니 많이 놀랐던 것 같더라고요. 제 주위 사람들은 오히려 '재밌겠다', '빨리 보고 싶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랬고요."

주인공 토일(정수정)은 연하 남자 친구 호훈(신재휘)과의 불꽃 로맨스로 덜컥 임신을 하고, 5개월이 되고 나서야 직접 세운 '출산 후 5개년 계획'과 함께 결혼을 선언한다. 자칫 일생일대의 선택을 별일 아닌 듯 쉽게 해치워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을 사랑하는 동시에 치열하게 내면을 들여다보며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를 결과와 책임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물이다.

"토일이는 당차고 당당해요. 자기 자신을 굳게 믿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하죠. 그런 부분들은 실제 저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임신 사실을 숨기거나 그런 건 전 못해요. 못 숨겨요. 무서워서. 점점 성장통을 겪으면서 토일이가 깨달아가잖아요. 그 과정에서 갈등도 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당황하기도 하고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 같다'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제가 그렇게 느꼈던 것처럼 많은 분들이, 특히 여성분들이 토일이를 보면서 공감하시는 포인트들이 분명히 있으실 거예요."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로 변신한 정수정은 기대 이상으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그야말로 '정수정의 재발견'이었다. 그는 "간접 경험을 한 것 같다"며 임산부 분장을 한 이후 자연스럽게 임산부처럼 자세나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처음에는 주변에 임신한 언니들이 있어서 많이 물어보기도 했었어요.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공부를 하긴 했는데 처음에는 그 포인트들을 제대로 캐치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배 분장을 하니까 너무 자연스럽게 다 나오더라고요. 진짜 임신한 것처럼요. 저도 신기했죠. 다리가 모아지지 않으니까 벌리고 앉게 되고, 배가 있으니까 자세도 자연스럽게 구부정해지고요."

하지만 더운 여름, 임산부 분장을 한 상태에서 하루 종일 촬영을 계속 이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수정은 "(배 모형을) 최대한 가볍게 한 거다. 그런데도 무겁긴 무겁더라. 2달간 하루 종일 서 있다 보니까 몸이 망가지는 느낌이 들더라. 특히 허리가 너무 아파서 촬영이 끝나고 나서 도수 치료를 받기도 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애비규환'은 단편 '고슴도치 고슴'으로 주목받은 최하나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이기도 하다. 정수정은 1994년생, 최하나 감독은 1992년생으로 또래다. 개봉 전 90년대생 감독과 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진짜 편했어요. 또래인 감독님과 함께한 작업도 처음이었고, 여자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것도 처음이었거든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진짜 진짜 비슷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좋아하는 음악, 영화, 음식, 브랜도 비슷했어요. '어 뭐야? 친구 생겼다'라고 생각했죠. 이런 분이 저의 첫 영화 감독님이니까,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촬영장에서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면서 최선을 뽑을 수 있게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극 중 토일의 부모로 나온 장혜진, 최덕문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 역시 정수정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

"선배들은 촬영이 길든 짧든 에너지가 정말 똑같아요. 그 에너지가 정말 부럽더라고요. 본받고 싶어요. 저는 체력이 굉장히 빨리 떨어지는 타입이거든요. 좋은 기운을 모두에게 주니까 덕분에 촬영장 분위기도 엄청 좋았어요. 저 역시 연기하기 정말 편했고요. 사람이 가진 힘이 이런 거구나 느꼈죠. 선배들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선배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어요."



2009년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의 크리스탈로 데뷔한 정수정은 2010년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으로 연기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 '상속자들'(2013)',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 '하백의 신부 2017(2017), '플레이어'(2018)', '써치'(2020)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올해로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째가 된 정수정은 "제가 했던 작품들 다 좋아한다. 제가 선택한 것들이고. 저 나름대로 다양한 걸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다. 부끄럽지 않은 필모그래피다. 지금처럼 잘 쌓아가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의도치 않게 '플레이어' 이후에 2년간의 공백기가 생겼어요. 사실 그 기간 동안 저는 열심히 일했거든요. 작년에 '애비규환', '새콤달콤' 촬영을 마쳤고, 올해에는 '써치' 촬영에 집중했고요. 그런데 제가 TV에 나오지도 않고 딱히 결과물이 없으니까 뭐하는지 다들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요즘 저도 차기작을 기대하고 있어요. 다음 번에는 로코(로맨틱 코미디)나 사극도 해보고 싶어요. 회사 대표님에게 물어봐요.'저 이제 뭐해요?'라고(웃음). 잘 몰랐는데 쉬면 근질 근질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너무 바빴으니까 저의 성향을 잘 몰랐었거든요. 어느 정도 일을 해야 즐거운 사람이더라고요(웃음). 일 많이 하고 싶어요."

[더셀럽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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