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준, ‘오! 문희’에 스며드는 법 [인터뷰]
입력 2020. 09.09. 16:35:45
[더셀럽 김지영 기자] 매 작품마다 캐릭터에 스며드는 배우가 있다. 자신도 모르게 캐릭터에 빠져들고 또 다음 작품에선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는 배우, 이희준이 이번 ‘오! 문희’에서는 억울함을 장착하고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희준은 지난 2일 개봉한 ‘오! 문희’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한 딸의 아빠 두원으로 분했다. 정확한 일 처리로 회사에서도 강한 신뢰를 얻고 있는 두원은 갑작스럽게 하나밖에 없는 딸 보미(이진주)이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이 무너질 듯 괴로워한다. 더군다나 자신이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치매인 엄마 오문희(나문희)가 애를 데리고 나가 사고를 당했다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진다.

유일한 사고의 목격자인 오문희는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평소에도 자주 속을 썩였던 만큼 두원은 더욱 화가 난다. 그러나 오문희가 이따금씩 정신을 차릴 때 결정적 증거를 전하고, 정신이 온전치 않을 때 하던 헛소리마저 증거 중 일부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딸의 진범을 찾아 나선다.

가족 코미디 작품으로 가족 관객을 노린 ‘오! 문희’는 예상치 못하게 눈물을 터트리게 만들고 묘한 감동도 선사한다. 여기에 이희준은 나문희와 함께 애틋한 모자지간을 보이다가도 상대방으로 인해 상처받은 가족의 아픔을 면밀하게 보여주며 극에 스며들었다.

최근 ‘남산의 부장들’을 비롯해 ‘미성년’ ‘미쓰백’ ‘마약왕’ ‘1987’ 등 다소 무게감 있는 작품으로 관객과 만났던 그는 오랜만에 이전보다 밝은 분위기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는 “필모그래피에 변호를 주고자 한 출연 결정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대본을 보니 재밌었다. 롯데크리에이티브 공모전 시나리오 부문 우수상 당선작인데 시나리오를 보니 재밌었다. 소소하지만 시골에서 버티고 사는 인물들,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담겨 있고 너무 좋았다. 신나게 감독님을 만나자마자 ‘내일 당장 찍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좋았다.”



‘오 문희’는 대단한 인물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지도, 감당할 수 없는 범죄사건을 해결하지도 않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 모성애에 이은 부성애로 가족을 지키는 문희와 두원, 평소 함께 지내면서 가슴 속에 뒀던 응어리를 여러 사건을 통해서 풀고 또 진심을 주고받는 힘이 있다. 이는 이희준에게도 가슴 속 따뜻하게 다가왔다.

“대단한 영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큰 사건이 일어나서 엄청난 범죄를 해결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아이를 친 뺑소니범을 찾는다는 게. 그것도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대단하고 극적인 사건도 아니지만 소시민인 인물이 헤쳐나가는 모습이 오히려 촬영하면서 더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함게 사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사고가 난 뒤에 더 느꼈을 것이고. 가족과 내 아이가 함께, 같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소중함을 전하는 영화다.”

대구광역시 출신인 이희준은 두원 캐릭터를 위해 생전 써보지 않은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사인 ‘엄니’를 맛깔나게 소화하기 위해 서른 번을 넘게 외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함께 호흡하는 나문희에게 칭찬을 받고자 더욱 노력을 기울였다.

“나문희 선생님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이자 선생님이니 잘 보이고 싶었다. 칭찬받고 싶었다. 촬영 전 대본 리딩에서 제가 ‘엄니’를 하니 나문희 선생님이 ‘더 맛있게 해봐요’하시더라. 그래서 ‘엄니’만 서른 번 한 적도 있었다. 맛있게 한다는 것을 저도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잘 알긴 하지만 표현이 잘 안 되더라. 선생님께서 들어주시고 봐주셨다.”

이희준의 상황에서 대선배와 하는 연기는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았을 터였다. 그러나 그는 “칭찬받고 싶은 게 컸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고, 나문희의 조언을 이해해 습득하고 표현하려 신경을 썼다. 결국 나문희에게 칭찬받은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영화 촬영 시작하고 일주일쯤 뒤에 선생님께서 ‘너무 잘한다. 희준 씨 마음대로 해봐. 다 받아줄게’라고 하셨다. 감사하다고 한 뒤 모니터 뒤쪽으로 돌아가니 감독님께서 저에게 ‘엄지 척’을 날려주시더라. 그걸 오디오로 듣고 칭찬도 받으니 너무 좋았다. 선생님하고 3개월 정도 충청도에서 함께 지내니 한 달쯤 됐을 때는 ‘컷’ 했을 때도 ‘엄마’라고 할 정도로 편했다.”



대사의 가장 기본인 사투리에 중점을 두고 난 뒤 두원의 상황을 이해하려 했다. 치매를 앓고 계시는 엄마를 모시고 사는 것, 여섯 살 난 딸을 아내 없이 혼자 키우는 워킹대디 두원에게 빠져들었다.

“가족에게 너무 살갑게 표현하는 것은 리얼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희 할머니도 치매신데 어머니가 할머니를 대하는 걸 보면 정말 애정이 있지만, 일상에서는 표현이 다르다. 두원의 상황에서도 삶을 버티는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고 있었는지 표현해보려고 공감하려고 애를 썼다. 치매 걸린 엄마와 여섯 살 난 딸을 혼자 키우면서 버티고 있는 게 어떤 마음일까, 어떤 심지로 버티고 있을까하는 것들에 공감하려 했다. 사실 그게 가장 어려웠다. ‘왜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지. 나라면 도망가고 싶을 텐데. 도망가고 싶다고 말하지도 않네’라고 생각하면서 두원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다가가고 빠져들고 스며들었다. 스스로 “영화에 젖어 드는 편”이라고 밝힌 그는 매 작품마다 맡은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하고자 일상생활도 영향을 받는 스타일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딸이 불행하게도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억울한 심정을 부여잡고 범인을 잡는 아버지가 된 그는 일상에서도 억울함이 스며들어있었다.

“‘1987’을 했을 때는 아내 이혜정 씨가 ‘기자처럼 날이 서 있다’고 하더라. ‘미쓰백’ 찍을 때는 형사처럼 또 변해갔다. 저는 잘 모르겠다. ‘남산의 부장들’ 촬영 중에는 밤샘촬영을 하고 새벽 서울행 KTX를 타고 올라가는데 뒷자리에서 폰 게임을 하시더라. 평소에는 참는데 그때는 ‘무음으로 하시죠’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남성분이 ‘죄송하다’고 하시는데, 차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100kg 이 넘어 무서워보이는 거구의 아저씨더라. 그때 ‘나도 다른 사람들한테 이런 말을 하는구나’ 싶었다. 이번 작품을 할 때는 PD님이 계속 억울해 보인다고 했고. 두원은 잘 살려고 하는데 자꾸 힘든 일들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억울한 정서가 담긴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개봉을 독려하기에도 난감한 상황에 이희준은 “영화를 봐 달라고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어쩔 줄 모르면서 말문을 이어나갔다.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고 영화관에서 이희준과 나문희의 코믹한 부자케미, 그 속에 짙은 가족애, 감동을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되게 복합적인 것 같다. 시국이 이래서 영화를 봐 달라고 말씀을 드리기도 어렵다. 반면에 작년 추석에 개봉을 하려고 했지만 어쩌다 보니 이번에 개봉하게 됐는데, 지금이라도 개봉하게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어벤져스’ ‘테넷’도 아니지만 금산에서 일어나는 농촌 수사극이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테넷’도 저도 봐서 재밌었지만, 바람 쐬고 싶으실 때 부모님 모시고 나들이로 다녀오시면 ‘오! 문희’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여러분들 모두 힘내셨으면 한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CGV 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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