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찬 감독 “설명 많은 한국영화, ‘다만 악’에선 피하고 싶었다” [인터뷰]
입력 2020. 08.14. 16:15:43
[더셀럽 전예슬 기자] 시원한 타격감의 액션, 스타일리시한 색감의 연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액션 영화’를 탄생케 했다. 이국적 풍경과 강렬한 캐릭터들로 화려한 색채를 스크린에 녹여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홍원찬 감독이다.

지난 5일 개봉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의 대결을 그린 하드보일드 액션이다.

데뷔작 ‘오피스’(2015년)로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홍원찬 감독 이번엔 하드보일드 액션 장르로 돌아왔다. 장르적 매력이 극대화된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인남 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들을 좋아해요. 이런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한 번은 해보고 싶었죠. 이게 한 편으로는 올드하게 보일 수 있지만, 원형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익숙한 이야기 안에서 최대한 다르게 보여드리려 했죠. 다르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기도 했고요. 그 지점이 보시는 분에 따라 서사가 단순하게 보일 수 있고, 액션이나 스타일 등 과감하게 앞으로 달려가는 이야기란 점을 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어둠의 세계에 존재하는, 원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다른 사람을 구하게 되면서 본인도 구원받는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극중 레이는 악(惡)중의 악, 무자비한 캐릭터로 설정되기도.

“악이 특정한 누군가와 대상을 지칭하는 건 아니었어요. 비정하고 냉정한 세계가 우리 주변에 존재해요. 우리가 모르는 세계에는 세계관이 있다는 게 중요했죠. 태국을 배경으로 아동들을 학대하는 모습들이 나오는데 그것도 어떠한 세계인 거죠. 레이가 속해 있는 세계도 있고요.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이지만 우리 일상에는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구원’이라고 하면 거창한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든 희망을 찾아보려고 해요.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결론을 생각했어요. 레이가 무자비하게 등장하는데 비정한 세계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필요했어요. ‘이렇게 까지 해?’하는 인물이 인남 입장에서는 비정한 세계를 대변하는 인물이에요. 인남은 원죄를 가진 인물이고, 무자비한 인물이 쫓아오는 대립구도를 의도한 것이죠.”

레이는 한 번 정한 타깃은 절대 놓치지 않는 인물이다. 자신의 형제 고레다가 인남에게 암살당한 것을 알게 된 레이는 그를 향한 무자비한 복수를 계획하고 인천, 방콕까지 쫓아간다. 극중 대사에서는 레이를 ‘편집증’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레이는 내가 움직였으면 무조건 잡아야하는 인물이에요. 레이에 대한 설명을 의도적으로 많이 보여주지 않으려고 한 것도 있어요. 편집증이 있다고 소문났고, 이런 식으로 사람을 처리하고, 사이코패스 같은 악명이 높은 인물인데 이를 인남도 알고 있고요. 이 인물에게는 방아쇠가 당겨져서 출발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형(고레다)과 레이와의 전사를 보여주고 싶진 않았어요. 한국영화가 설명이 많잖아요. 대사도 많고, 표면적인 것들을 다 짚어주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걸 피하고 싶었어요. 제 나름대로 시도일 수도 있는데 ‘인물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게 과연 매력적일까?’ 싶었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구석도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레이에게는요.”



레이는 첫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을 확실하게 한다. 화이트 색상의 재킷, 올백 헤어스타일, 선글라스, 구두 등을 입고 장례식장에 등장한 그는 이후에도 화려한 컬러감과 스타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은 홍원찬 감독과 이정재 배우의 노력과 고민 끝에 탄생했다.

“흔히 보는 한국의 느와르처럼 조직이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배경에서 등장했어야 했죠. 그래서 의도적으로 일본으로 설정한 거예요.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이방인으로 설정했죠. 장례식장에서 혼자 하얀 옷을 입고 등장하는데 만화적일 수 있게 등장시킨 거예요. 이런 인물에게 개연성을 주고, 이 이유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다, 형과 우애가 깊었다는 걸 설명하고 싶지 않았죠. 이정재 선배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레이는 표정이 중요하다고. 이 인물은 말을 안 하기에 레이의 섬뜩한 표정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의상, 헤어 등 아이디어도 내주셨죠. 지금 레이의 의상과 문신을 처음 봤을 땐 당황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일본 배경에 화면으로 찍고 나서 봤더니 ‘이래서 선배님이 의도하신 거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만족스러워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치 이방인의 시선에서 보는 듯 아시아 3개국의 각기 다른 개성을 극대화해 이국적 풍경을 스크린에 펼쳐낸다. 특히 한국, 일본, 태국의 색감을 다르게 연출,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데 일조한다.

“외국을 배경으로 한 다른 영화를 봤을 때 아쉬운 면이 있었어요. 그 지역이 나오면 지역만의 색깔이 정확하게 묻어나야한다고 생각했죠. 공간이 기능적으로만 등장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은 일본의 색차가 나와야했죠. 카메라의 구도나 이런 것들을 촬영 감독님과 얘기해서 일본영화의 느와르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했죠.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도시들마다 빛이 다르잖아요. 야경만 봐도 일본만의 빛, 태국만의 빛이 있고 한국도 다르게 차이가 났으면 했어요. 촬영감독님이 정말 장인이셨죠. 능통하신 분이에요. 방콕은 뜨거운 동남아의 오렌지빛 태양이 메인이 되게 설정하셨어요. 인천은 인남의 감정에 따라 새벽의 푸른 빛, 노을의 붉은 빛이 메인이었죠. 일본은 차가운 느낌을 주려고 회색과 모노톤으로 했어요.”



치밀하고 밀도 있는 액션 시퀀스도 쾌감을 끌어올린다. 홍원찬 감독은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선 컷을 줄여야한다는 목표로 여러 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한 테이크로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하는 길을 택했다. 여기에 스톱모션 기법을 차용해 프레임을 나눠 촬영함으로써 인물간의 부딪힘을 리얼하게 구현했다.

“실제 타격감을 주려고 했어요. 이 영화만의 스타일을 만들자고 이야기 했죠. 무술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내주셨어요. 구현을 하기 위해선 카메라 기법 등이 필요했는데 배우들이 합을 맞춰야 했죠. 프레임은 고속으로 가지만 배우들은 저속 연기를 하는 거예요. 선배님들도 처음으로 해보셨을 거예요. (웃음) 처음이라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다 해주셨죠. 다른 액션영화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서.”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신호탄을 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누적 관객 수 270만 1725명(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인 이 영화는 신작들의 공세에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장기흥행에 돌입했다. 배우들의 연기, 액션, 연출 등으로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하고 있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남길 원할까.

“악은 특정 대상보다 그 세계를 묘사하고 싶었어요. 레이도 일본에서는 이방인이고 인남도 마찬가지예요. 모국에서 쫓겨나 비정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죠. 여기서 표현하는 악은 그 세계관을 담고 싶었어요. 구원이라고 하는 건 이런 인물들이 누군가를 구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선한 인물이 되는 건 아니에요.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일지언정, 본인도 희망을 찾는 의지,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인남이 파나마로 떠나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림을 보는 장면은 단지 밝지만은 않아요. 해질녘에 붉은 배경으로 남자의 뒷모습이 있어요. 이 사람이 파나마로 가고자하는 도피와 동시에 왜 가는지에 대한 힌트가 있는 거죠.”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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