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소녀’ 이주영, 동력을 얻고 나아가는 법 [인터뷰]
입력 2020. 06.25. 17:35:04
[더셀럽 김지영 기자] 영화 ‘야구소녀’ 속 주수인은 강한 신념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 여러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가, 자신을 보고 꿈을 키우는 후배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배우 이주영 또한 자신을 응원해주는 대중에게 동력을 얻어 조금씩 나아간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야구소녀’는 어렸을 적엔 ‘천재 야구소녀’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던 주수인(이주영)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프로야구 입단에 좌절되지만, 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성장 드라마. 이주영은 뛰어난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으나 국내엔 아무도 걸어가지 않은 여성 프로야구 입단을 준비하는 주수인으로 분했다.

KBS2 드라마 ‘오늘의 탐정’ 종영 후 제안 받은 ‘야구소녀’는 이주영의 마음을 단번에 홀렸다. 때마침 영화 작업에 목이 마른 상태였고 여성 캐릭터가 주가 돼서 극을 이끌고 나가는 작품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 그간 많은 청소년 성장 영화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힌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야구소녀’는 그에게 ‘안 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 더욱이 여성 중심으로 이뤄진 영화지만, 한쪽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아닌 성장기를 겪고 있는 혹은 겪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 더욱이 ‘야구소녀’에 매료됐다.

“표면적으로는 여자가 끌고 가는 영화고 주수인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부분을 중점으로 가져가면서 다른 캐릭터들에게서 오는 감정에서 수인이가 느낄만한 지점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가 포괄적인 의미에서 얘기하는 꿈, 현실,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 있어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주수인은 엄마 신해숙(염혜란)의 반대, 코치 최진태(이준혁)와의 갈등, 프로 입단을 준비하는 이정호(곽동연)를 보면서 낮아지는 자존감 등 다양한 감정을 속으로 삼키고 고민에 빠진다. 엄마와의 의견차이로 언성을 높이는 게 몇 번이지만 그럼에도 훈련을 강행하고 속앓이를 한다. 실제 야구선수처럼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신경 쓰기도 했지만, 이주영은 주수인의 소신이 고집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수인이는 안하무인이고 자기 꿈밖에 모르지만 자기 꿈만 이루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는 외골수처럼 보이진 않았으면 했다. 수인이에게 모진 말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애정이 기반 돼 있다. 우리 영화에선 악인이 없었으면 했고 선한 이야기, 모두가 이해받을 수 있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으면 했다. 또한 최코치가 수인이를 지도하면서 프로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수인이의 자의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이 아닌 코치에게 끌려다닌다거나 코치의 선택으로 아이가 길을 걷게 되는 양상으로도 보이지 않았으면 바랐다.”

주수인은 여러 인물과 갈등과 언쟁을 벌이면서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식의 청소년기다운 대꾸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외부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듯하지만 모두가 잠든 밤 혼자 방에서 고민하거나, 학교 화장실을 라커룸으로 개조한 자신만의 공간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것으로 내면적 갈등이 표현된다. 그러면서도 이정호에게는 기저에 깔린 감정이 겉으로 표현된다.

“수인이가 남들에게 감정을 표출하는 지점이 많지 않다. 혼자 울거나 고민하고 부모님에게 화를 내는 식이다. 그 중에 수인이의 감정 표현 중에 하나가 정호와의 대화다. 정호는 리틀 야구단이나 중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수인이보다 왜소하고 실력으로도 부족했는데 체격, 성별의 차이를 체감하지 않나. 수인이는 정호를 보면서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것보다 더 큰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후 정호에게 사인볼을 받으면서 진심으로 응원해줘서 좋았다. 만약 차이를 느끼거나 프로에 간 정우를 질투했다면 다른 영화와 비슷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악인이 없는 영화를 바랐던 이주영은 극 중 주수인과 척을 지고 있는 인물이 아무도 없다는 것에 더욱 만족감을 표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두에게 ‘서로를 응원하면서 안 되는 것은 보완하고 나아가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이야기하는 ‘야구소녀’에 “선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극의 말미, 주수인의 방향이 어느정도 잡혀가자 최코치는 주수인을 따로 불러 원서 한 장을 보여준다. 주수인의 후배로 들어오게 될 여자 고교 야구선수로, 최코치는 “네가 롤모델이래”라고 말해준다.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걸으면서 좌절하고 무너지길 여러 번이었으나, 자신의 행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힘이 된다는 것이었다.

“최 코치가 주수인에게 ‘이 선수가 여기를 오고 싶은 것은 너의 덕도 있다’고 말했을 때 실제로도 많은 울림이 있었다. 그게 단순히 아무도 못 가는 길의 포문을 열었다는 것보다 주수인은 하고 싶은 것, 나의 길을 갔을 뿐이고 포기하지 않은 것뿐인데 이 길을 달려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것이다. 그런 경험도 없고 스스로 의심하고 힘들어하는 게 컸을 텐데 그것 하나로 보상받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주수인이 느꼈던 마음을, 이주영도 공감했고 그러한 경험이 있었기에 더 큰 울림이 왔을 터다. 독립영화 ‘춘몽’ ‘꿈의 제인’ ‘메기’ 등 다양한 작품에서 여성 혹은 약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들에 출연하면서 자신만의 목소리로 소신을 표하는 그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롤모델이다.

“가끔가다가 정말 그런 얘기를 해주시는 팬들이 있다. ‘이주영 배우처럼 살고 싶어요’라고 한다던가. 저의 영화나 작품들을 보시고 대중이 그런 얘기를 해주실 때, 꼭 연기 측면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감정을 느꼈고, 살아가면서 어떤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연기하는 즐거움이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고 느낀다. 이런 부분이 저한테도 동력이 된다.”

이주영은 예고치 않게 찾아오는 슬럼프를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는 단계가 됐다며, 그럴수록 더욱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말한다. 그는 주수인처럼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시련과 고비가 부딪혀 올 때면 온몸으로 맞서며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인이에게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은 외압을 받지만 내적으로 고민에 빠지고 견딘다. 만일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력에 수인이가 발산하듯 ‘다 해낼거야’ 했으면 평범하고 안하무인인 캐릭터가 됐을 것이다. 그렇게 접근하기 보다는 내면적으로 고민을 더 많이 한다. 저도 그런 쪽에 가까운 것 같다. 남들이 안 된다고 평가할 수도 있고 평가받는 위치이기도 하고, 남들이 저에 대해 한계를 정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스스로에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앞으로 가게 될 길을 모르는데 어떻게 아냐. 저는 직접 부딪혀보는 스타일이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싸이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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