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VIEW] 구해줘→아무도 모른다, 이단 종교 키워드 퍼진 브라운관
입력 2020. 03.25. 18:01:57

왼쪽부터. OCN '구해줘 2' 최경석(천호진), '구해줘' 백정기(조성하), '작은 신의 아이들' 왕태성(장광).

[더셀럽 최서율 기자] 이단 종교를 키워드로 내세운 드라마가 늘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종교의 자유는 보장받아 마땅한 권리지만 일부 그릇된 교리를 신봉하는 이단에 의한 폐해가 속출해 적정한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은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의 집단 감염을 기점으로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단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단 종교는 범죄 수사 및 스릴러 장르물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소재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극 중 이단 종교가 다뤄지는 방식에 다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고 있다.

OCN ‘구해줘’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이단 종교를 단순히 선정적 요소가 아닌 범죄물의 주소재로 선택해 이단을 대중의 현실로 끌어들였다. 이후 이단 종교는 드라마의 소재로 종종 등장해 극적 긴장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단 종교는 인간의 감정을 미끼로 삼고 악을 저지르는 세력의 이야기라는 점과 표면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종교 세계에 대한 내용을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각종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사용된다.

SBS ‘아무도 모른다’는 이단 종교 ‘신생명교회’의 범죄 행위를 좇는 것을 서사의 중심으로 잡으며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tvN ‘메모리스트’, SBS ‘하이에나’의 경우 드라마 자체가 사이비 문제를 조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회차를 통해 이단 종교가 개입된 사건이 발생한다.

OCN ‘구해줘’, ‘구해줘 2’ 스틸 컷.

◆ 구해줘·작은 신의 아이들, 어둠을 공략하는 이단

이단 종교를 전면에서 다뤄 인기를 얻은 드라마는 지난 2017년 OCN에서 방영된 ‘구해줘’다.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 집단에 빠진 첫사랑을 구하기 위해 동네 친구들이 힘을 모아 종교 집단에 잡입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 등장하는 종교인 무선원은 구원파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며 인구 5만 명의 소도시 무지군을 장악하는 세력으로 나온다.

악랄한 이단 종교 교주 백정기(조성하)가 결국 참혹한 최후를 맞았다는 점에서 ‘구해줘’는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자신으로 인해 이단 종교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임상미(서예지)를 향한 집착을 끝까지 놓지 못한 백정기는 “난 새하늘이야. 영생 불사”를 외치며 자신만만했지만 결국 스스로 낸 불이 온몸에 번져 고통스럽게 타 죽었다.

‘구해줘’는 영생과 희망이라는 인간의 원초적인 바람을 건드리며 사람들을 유혹하는 이단 종교의 실체를 자세히 파헤쳤다. 이어 잘못된 믿음에 빠져 버린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종교에 속절없이 당하게 되는지를 낱낱이 드러내 이단 종교 드라마물의 좋은 예시를 만들었다. 더불어 결국 믿음이라는 감정을 악으로 이용한 교주가 스스로 타 죽는 엔딩을 선사함으로써 통쾌함을 더했다.

‘작은 신의 아이들’은 ‘구해줘’ 이후 1년 만에 다시 부활한 OCN의 이단 종교 드라마다. ‘작은 신의 아이들’에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사이비 종파의 교주인 왕태성(장광)이 등장한다. 왕태성은 신도들 앞에서는 아버지 같은 인자함을 뽐내며 그들을 친절하게 대하지만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살인도 불사하지 않는 냉혹함을 가지고 있다. 신도들을 통해 쌓아 올린 부로 정치인들을 마음대로 조종하기까지 하는 왕태성은 20년 전 일어난 ‘집단 변사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왕태성의 최후도 ‘구해줘’의 백정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왕태성은 신(神)기가 있는 형사인 김단(김옥빈)이 “늙은 여우가 상여를 타고 가니 하늘에서 핏빛이 내린다”라며 미래를 예언하고 쏜 총에 맞은 후 옥상에서 떨어져 허망하게 죽었다.

그러나 OCN ‘구해줘 2’의 경우 전작인 ‘구해줘’와 ‘작은 신의 아이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말을 보여줬다. 잘못된 믿음의 근원지였던 목사 성철우(김영민)와 최경석(천호진)이 불길에 휩싸여 죽은 후에도 월추리 사람들은 이전의 믿음 탓에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거나 스스로 어두운 동굴 속에 들어가 계속해서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 사이비는 사라져도 그들의 나쁜 행태는 사람들의 행동 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 드러나며 씁쓸함을 전했다. ‘구해줘 2’는 앞서 방영된 이단 종교 드라마의 인기 요소였던 권선징악 엔딩에서 더 나아가 권선징악 이후의 사건까지 그리며 사이비 종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SBS ‘아무도 모른다’, ‘하이에나’, tvN ‘메모리스트’ 캡처.

◆ 아무도 모른다·하이에나, 거대 기업이 된 이단

‘구해줘’ 시리즈, ‘작은 신의 아이들’의 맥을 잇는 작품으로는 최근 방영 중인 ‘아무도 모른다’를 꼽을 수 있다. 성흔 연쇄 살인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이는 이단 종교 ‘신생명교회’의 정체를 형사 차영진(김서형)이 추리를 통해 서서히 밝혀낸다.

‘아무도 모른다’는 이단 종교라는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현실성이 돋보인다. 앞서 방영된 작품들에서는 시골의 어느 한 마을을 장악해 자유롭게 자신의 종교적 마수를 뻗치며 사람들을 현혹하는 교주들이 등장하지만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세상의 눈치를 살피는, 조금 더 현실적인 종교 운영자의 모습이 나타난다.

‘하이에나’에 등장한 이단 종교 트리니티의 교주 백희준(오윤홍)도 교주의 모습보다는 종교 운영인의 모습이 더 강조된다. 트리니티는 약품 옥토퍼슨의 부작용이 치매라는 사실을 은폐하며 제약 회사 그노시스를 이끄는 대주주 교단이다.

‘아무도 모른다’와 ‘하이에나’는 도심을 기반으로 전국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서 나아가 해외로까지 확장해 가고 있는 신천지를 연상케 한다. 이처럼 이단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법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메모리스트’ 경우 교리를 전파하는 척하면서 여성들을 잔혹하게 성폭행한 후 장도리로 살해한 이단 교주 박기단(이승철)이 등장한다. 그는 지난 4회에서 의문의 습격으로 인해 범죄 행각이 밝혀지기도 전에 죽음을 맞이했다. 형사 동백(유승호)이 기억 스캔을 통해 박기단 죽음의 전말을 알아내려 하지만 모든 신도들의 기억 속에서 박기단의 죽음 장면만은 면도날로 오려낸 것처럼 사라져 있어 의문을 자아냈다.

이단 종교 소재를 다각도에서 조명하며 풀어내는 중인 ‘아무도 모른다’와 ‘메모리스트’, ‘하이에나’가 이전 이단 종교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재미와 교훈을 또 그려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더셀럽 최서율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각 드라마 포스터, 스틸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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