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 정지소의 꿈, 팔색조 같은 배우가 되는 길 [인터뷰]
입력 2020. 03.18. 16:18:02
[더셀럽 최서율 기자] ‘방법사’ 백소진 역으로 드라마 첫 주연을 맡음과 동시에 무한한 변신이 가능한 배우라는 칭찬을 듣고 있는 정지소가 그의 꿈 역시 팔색조 같은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소가 출연한 tvN 월화 드라마 ‘방법’(극본 연상호, 감독 김용완)은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을 통해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 백소진과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 임진희(엄지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다.

‘방법’은 일반적으로 16부작 완결인 타 드라마와는 달리 12부작으로 콤팩트한 전개를 만들며 지난 17일 종영했다. 짧지만 긴장감 넘쳤던 호흡의 ‘방법’은 토착 무속 신앙과 오컬트가 합쳐져 한국판 판타지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 ‘방법’이라는 소재를 처음 마주한 정지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렵다기보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원래 아주 좋아해서 흥미로웠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본 편이다. ‘렛 미 인’이나 ‘트와일라잇’ 같은. 그래서 첫 방송도 흥미롭게 봤다. 첫 대본과 비교했을 때 수정을 많이 거친 첫 회였는데 굉장히 뿌듯했다. ‘선배님, 감독님, 작가님께서 다 같이 노력해서 만들었구나’ 같은 뿌듯함이 있었다.”

뿌듯함 이면에는 말하지 못할 부담감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방법’은 ‘부산행’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의 첫 드라마 집필작이기도 하고 성동일, 조민수, 엄지원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선배 배우들과 정지소가 한 공간에서 연기를 펼쳐야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정지소는 어려움과 부담감이 분명 있었지만 촬영에 집중해야만 하는 요소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님의 첫 드라마 집필작이라는 게 일단 실감이 안 났다. 그리고 오디션에서 통과 될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근데 딱 소진 역으로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부터는 걱정과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선배님들이 먼저 다가오시고 알려 주시고 조언해 주시면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러면서 혼자 생각도 많이 하고 대본도 많이 보면서 점점 촬영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극 중 백소진은 진종현(성동일)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집념의 인물이자 강력한 방법술로 카리스마를 뽐내는 인물이다. 정지소는 백소진과 전혀 닮지 않은 성격을 가졌다고 밝히며 백소진으로 분하기 위해 늘 지니고 있었던 생각에 대해 털어놨다.

“실제 성격은 소진과 많이 다르다. 제가 친구들 사이에서는 ‘정지소의 50가지 그림자’라고 불릴 만큼 기분에 따라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소진을 연기할 때는 최대한 분위기 있고 뻔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기존에 있었던 캐릭터와는 다르게 색다른 매력을 표현하고 싶었다.”


색다른 매력을 보이기 위해 쇼트커트를 시도하기도 한 정지소는 짧은 헤어스타일을 택하는 과정에서 김용완 감독의 아이디어가 많이 첨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할 수 있다면 머리 정도는 당연히 잘라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방법’을 마주하며 불태웠던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열정으로 뭉친 정지소지만 열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난제들도 분명 존재했다. 정지소는 “천보산에서 진종현을 만난 장면이 그랬다”라고 운을 뗐다.

“천보산에서 진종현을 만나 ‘우리 엄마 왜 죽였나’라고 호소하는 장면이 힘들었다. 여러 컷을 찍었다. 똑같은 연기를 계속하며 소리를 질렀어야 했는데 노하우가 깊지 못해서 조절과 절제가 서툴러 지쳐 있었다. 분출하는 것이 힘들었다.”

힘들었던 장면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장면도 분명 있을 수밖에 없다. 정지소는 무당 진경(조민수)이 방법을 당하는 장면이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자 인상 깊었던 장면이라고 말하며 조민수의 연기력에 존경을 표했다.

“지하철에서 조민수 선배님을 방법하는 장면에서 놀랐다. 신인 배우들도 그렇게까지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선배님이 직접 몸을 꺾으시고 핏줄이 서는 모습까지 표현하셨다. 거기에 CG만 조금 덧댄 것이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하셨다. 그 모습을 보며 혼자 숙연해졌다. 더 신경을 많이 쓰게 되기도 했다. 선배님보다 더 열연해야 한다는 생각에 욕심도 났던 것 같다.”

무당 진경과 방법사 백소진은 ‘방법’ 속에서 대척점에 선 채 대결을 거듭하는 인물이다. 진경은 진종현을 보좌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백소진은 진종현을 죽이기 위해 복수의 칼날을 간다. 하지만 정지소의 일화 속에서 이들은 같은 지점에 서 있었다.

“조민수 선배님과 대치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선배님의 기에 마냥 죽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선배님께서 많이 이끌어 주셨기에 가능했다. 제가 먼저 다가가지 못할 때 먼저 와서 툭툭 치시기도 하고 말도 던지셨다. ‘선배들한테 많이 주고 뺏고 다녀라’ ‘선배들한테 좀 개겨도 된다’라고 하시면서 먼저 저를 편하게 해 주셨다. 그래서 연기할 때도 매우 편했다.”

정지소는 ‘방법’을 찍기 이전에도 조민수와 같은 대선배와 호흡을 맞춘 전적이 있다. 바로 영화 ‘기생충’에서다. ‘기생충’을 통해 시애틀 영화 비평가협회에서 최우수 앙상블상을, 미국 배우 조합상에서 영화 부문 최우수 연기 캐스팅상을 받으며 정지소는 값진 결과물을 많이 얻었다. ‘기생충’에서의 경험이 ‘방법’을 촬영할 때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정지소는 “‘기생충’이 있었기에 ‘방법’의 정지소도 있었다”라며 ‘기생충’ 출연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기생충’이 아직은 실감 나지 않는다. 제가 그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몸 둘 바를 모르겠는 느낌이다. 지금도 누가 ‘기생충’에 대한 축하의 말을 건네면 그렇다.”


정지소는 영화 ‘기생충’ 다음으로 드라마 ‘방법’ 촬영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방법’에서 드라마 촬영 현장이라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하며 ‘방법’ 촬영이 마치 영화 같았다고 말했다. 이는 ‘방법’의 김용완 감독과 연상호 작가가 모두 영화 감독들이기에 가능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방법’ 촬영장은) 영화 촬영장과 아주 비슷했다. 실제로 드라마지만 영화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고 방영할 때도 영화처럼 보여지더라. 영화인 듯, 드라마인 듯 중간의 분위기였다. 원래 드라마를 찍을 때는 쪽대본 같은 요소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런데 ‘방법’은 영화 촬영 현장처럼 편하고 여유롭게 찍었다.”

‘방법’은 선과 악으로 표현되는 인물들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여과 없이 보여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회적 평등, 선과 악의 의미를 조금씩 첨가한 ‘방법’을 직접 촬영하며 정지소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방법’에서 선과 악에 대해 확실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드라마 바깥에서도 어쩌면 선과 악의 정의를 확실하게 내리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만약 제 주변에서 저를 미워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계기는 됐다.”

‘기생충’의 다혜와 ‘방법’의 백소진은 아주 짧은 시기에 정지소에게서 탄생된 인물들이다. 이를 통해 정지소는 여러 가지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인 점을 대중에게 인정받았다. 정지소의 꿈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지소는 “팔색조 같은 배우, 이런 색깔 저런 색깔을 다 보일 수 있는, 변신이 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다”라며 이 순간 자신의 롤모델은 틸다 스윈튼이라고 고백했다.

“틸다 스윈튼의 연기는 그가 연기하고 있는 배역이 연기가 아닌 실제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연기 잘한다’라며 보기보다는 ‘저 나쁜’이라고 말하며 보게 된다. 틸다 스윈튼이 긴박한 연기를 할 때는 저도 같이 급박해진다. 그런 점을 닮고 싶고 배우고 싶다.”

차기작에 대해 정지소는 ‘방법’의 백소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여러 장르와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기는 하지만 차기작이 생긴다면 소진이와는 반대로 밝고 좀 바보 같은 면도 있으면서 환한 분위기의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 하이틴 로맨스도 괜찮다.”

[더셀럽 최서율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tvN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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