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도, 첫 연기“ 이성민이 ‘미스터 주’ ‘남산의 부장들’로 얻은 경험 [인터뷰]
입력 2020. 02.12. 16:36:08
[더셀럽 김지영 기자] 도전을 좋아하는 배우 이성민에게 공교롭게 개봉 시기가 겹친 ‘미스터 주’와 ‘남산의 부장’들은 첫 시도였고 큰 의미였다. 할리우드에선 자주 다뤄졌던 소재인 ‘미스터 주’, 국민 대부분이 얼굴과 성향을 알고 있는 인물을 체화하고 연기하는 것은 데뷔 30년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달 개봉한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갑자기 동물의 말이 들리게 된 국정원 에이스 요원 주태주(이성민)가 동물혐오를 무릅쓰고 군견 알리와 함께 없어진 VIP를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동물의 말이 들리고, 동물과 인간이 원활하게 소통하는 가족극은 주로 할리우드에서 다뤄져 왔다. 동물의 입과 사람의 뜻대로 움직이기에 어려움이 있는 동물을 영화로 재현할 때 VFX(시각 특수효과)를 주로 사용해 예산 등의 문제가 따르기 때문. 이로 인해 한국에선 시도되지 않은 소재였으나 ‘미스터 주’가 첫 시작을 알린 셈이다.

극 중 주태주처럼 동물을 무서워한다고 밝힌 이성민이 ‘미스터 주’의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이와 같았다. 한국에 없어서 출연을 결정했고 그 이상의 목표가 있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특이한 경험을 많이 했다”며 ‘미스터 주’와 관련된 소회를 털어놨다.

“처음 하는 것이니 해보고 싶었다. 사실 ‘미스터 주’는 굉장히 익숙한 이야기이지 않나. 해외에서 했지만, 한국에선 없었으니까 할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출연하게 됐다. 동물을 무서워하는 것은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마음이었다.(웃음) 촬영 과정에서는 물론 낯설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성민은 극 중 알리와 탈을 쓴 동물들 외에 형체가 없는 허공 혹은 VFX 작업 전 녹색 타이즈를 입은 대상을 바라보며 연기를 해야 했다. 상대와 호흡을 주고받지 않고 정확한 시선 처리와 같은 기술적인 연기가 필요해 어려움이 따랐을 터지만 그는 “‘로봇, 소리’도 했었는걸요”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실체가 없는 것과 연기를 하는 것은 ‘로봇, 소리’에서 경험해 노하우가 있었다. 하지만 기운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기는 하더라. 간달프 역을 맡았던 이안 맥켈런이 이런 촬영을 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다고 하는데, 이해했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그래도 주로 함께한 강아지 알리는 실사였기 때문에 사람이 조종하는 로봇과 달라서 재밌게 촬영을 했다.”



강아지와의 공조를 전면으로 내세운 ‘미스터 주’였기 때문에 이성민은 알리와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 극 초반 등장하는 알리의 목욕신을 찍으면서 실제로도 힘들어했다고 밝힌 그였으나 알리와 친해지는 것에 중점을 뒀다.

“초반에 목욕하는 것을 찍었는데 실제로 힘들었다. 몰랐는데 알러지도 있더라. 간지럽고 빨갛게 올라왔다. 그러고 나서 놀이터에서 강아지가 저한테 달려들어서 제 얼굴을 핥는 장면이 있다. 참치기름이 얼굴에 묻곤 했다. 그래도 촬영 들어가고 나서 알리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원반던지기도 하고 소시지도 던지고 했다.”

주태주와 공조를 이루는 알리는 많은 장면에서 이성민과 함께 등장한다. 강아지에겐 사람처럼 설명하고 이해를 시킬 수 없어 적지 않은 시간이 투자됐다. 알리의 컨디션에 따라 촬영 스케줄이 달라지기도 했다.

“생각보다 강아지랑 나란히 걷기 힘들다. 앞을 보면서 예쁘게 걸어가는 모습이 잘 안되더라. 같이 걸어갈 때 앞에서 공으로 유인하는데 알리가 계속 옆을 바라보게 되더라. 그런 단순한 장면들이 힘들었다. 뛰고 도망가는 장면도 앵글에 필요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가야 하는데 강아지는 전속력으로 달려가니까 제가 알리에게 속도를 맞추기도 했다. 현장에서 알리의 컨디션에 맞춰 콘티가 자주 바뀌었다. 일반 촬영보다 5, 6시간 더 걸린 것 같다.”

특히 연출을 맡은 김태윤 감독은 동물을 사랑하고 영화에 출연하는 고양이를 비롯해 세 마리의 반려묘가 있다고 밝힌 만큼, 현장은 동물들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성민은 “촬영하면서 따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어떤 동물이 나오든 간에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였다. 촬영 당시 폭염이어서 점심시간을 두 시간으로 늘리기도 했다. 영화에도 불편한 장면은 거의 다 편집을 하셨더라. 극 후반부 알리가 드미트리(데이비드 맥기니스)와 몸싸움을 하는 장면은 녹색 포대를 가지고 촬영했었다.”

가족을 주된 관객으로 설정한 ‘미스터 주’가 편안한 분위기, 유머러스한 전개로 극이 이어지지만, 촬영한 이성민에게는 늘 긴장이 필요하고 변주가 있던 현장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과거 ‘로봇, 소리’에서 체득한 기술을 ‘미스터 주’에서 사용해 이성민은 이와 비슷한 작품이 들어오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스터 주’의 속편이 나온다면 그때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경험이 많이 쌓여서 이제 동물영화도 잘할 수 있다. 깡통하고도 호흡을 맞췄으니까.(웃음) 진짜 노하우가 생겼다. 그리고 사실 영화의 주인공은 알리다. 알리랑 저의 버디무비라고 보면 되는데, 강아지는 인터뷰를 못 하니 아쉽다. ‘미스터 주’에서 최고의 연기는 알리라고 본다.”



긴장해있었던 ‘미스터 주’ 촬영 현장과 달리 ‘남산의 부장들’은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고 취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다. 국내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모였기 때문일 터다. 우민호 감독의 전작 ‘마약왕’에 출연했던 이성민은 이를 계기로 ‘남산의 부장들’의 박통 역도 제안받았다.

“처음부터 박통 역을 제안받았다. 워낙에 박통을 하신 분들이 많지 않나. 그래서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그 캐릭터를 맡을 기회가 많지 않으니 해보고 싶다는 결심이 들었다. 감독님과 분장을 하자고 얘기를 한 뒤, 걸음걸이와 제스처 등은 자료를 보고 비슷하게 연습했다. 의상도 그분의 옷을 만드셨던 분이 계셔서 그분이 입었던 스타일대로 입었다. 귀는 두 시간씩 특수분장을 하고 입안엔 보철물을 꼈다. 너무 불편해서 한 컷 끝나면 뺐다.”

이성민은 전작 ‘공작’에서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리명운으로 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박통 역은 달랐다. 리명운이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지만 자료가 없어 상상만으로 캐릭터를 쌓아나간 것과 달리 박통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이들이 그를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리명운은 본적도 없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상상으로 만든 캐릭터였다. 그런데 박통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가장 큰 숙제였다. 얼마나 비슷하게 할 수 있고, 또 그것이 관객의 몰입도를 해치지 않는 선이 중요했다. 그래서 분장까지 하고. 저도 실제로 있던 사람의 목소리, 걸음걸이, 제스처를 따라 하는 연기는 처음 해봤다. 그것이 가끔 맞아떨어질 때 희열 아닌 희열을 느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살을 더 빼지 못해 아쉽다.”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정권 말기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은 사망하기 직전, 여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심신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고 전해진다. 이성민과 우민호 감독은 이를 영화에 담아내고자 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허술하게 쌓아 올린 모래탑 위에 성을 쌓은 권력자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함, 그로 인한 욕망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감독님과 박통이 말년에 얼마나 피로해 있는지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로 인해서 판단력도 흐려질 것이고. 그래서 영화 초반과 달리 마지막 부분에 지쳐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계산해서 지쳐있는 얼굴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특히 이성민은 이번 작품을 통해 만난 이병헌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평소에도 눈여겨보고 있었던 이병헌을 ‘남산의 부장들’에서 만나 그가 연기하는 것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고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저는 늘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존경해왔다. 뭔가 배우로서의 모범답안 같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가 보여주는 변화들이 다양하지 않나. 그래서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연기하면서, 결과물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정갈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굉장히 절제된 연기를 하셔서 부러웠다. 촬영할 때도 부러웠고. 가끔 작은 동작이 크게 느껴지는 연기를 하니까 그런 계산을 하는 걸 보면 한 번 더 감탄하고 참 잘한다고 느꼈다. 그렇게 장르를 다양하게 하는 배우도 드물지 않나.”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작품이기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성민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았다”고 속 시원하게 답했다. 그는 이보다 동시기 개봉을 걱정했다. “정치적 해석 여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검증이 돼 있는 사실이 아닌가. 그보다 영화 두 편과 드라마까지 동시에 시작해서 걱정이다. 관객들에게 미안하고 너무 많이 남발하는 것 같아 죄송하다. 아시겠지만 ‘미스터 주’와 ‘남산의 부장들’은 같은 시기에 촬영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돼버려서…. 사실 한 편으론 세 번 나눠 맞을 매를 한 번에 맞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웃음)”

개봉을 앞두고 있었던 이성민은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관객들을 세분화하며 두 작품의 관람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미스터 주’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는 작품이 하루빨리 등장할 수 있기를 바랐다.

“가족들과 어린 아이들이 있을 때는 ‘미스터 주’, 어른들과 볼 때는 ‘남산의 부장들’이 나을 것 같다. 저도 조카가 오면 ‘미스터 주’보라고 할 것이다.(웃음) 그래서 잘 되면 나아진 기술력으로 다음에 한 번 더 동물하고 어드벤쳐 영화를 찍고 싶다. 이번 ‘미스터 주’를 통해 기술력이 쌓였으니 다음엔 더 기대해볼 만하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리틀빅픽처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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