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은의 첫 ‘시동’, 믿고 보는 배우로 가는 길 [인터뷰]
입력 2020. 01.09. 16:04:17
[더셀럽 김지영 기자] 충무로를 이끌어갈 혜성 같은 신인이 출사표를 던졌다. 강렬한 첫 등장, 흠잡을 데 없는 연기,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 ‘시동’ 속 최성은의 얘기다.

최근 개봉해 관객 310만 명을 돌파한 ‘시동’(감독 최정열)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조금산 작가의 웹툰보다 조금 더 밝고, 유쾌한 면모를 더해 연말과 연초에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재미를 추구했다.

극을 이끌어 나가는 반항아 택일(박정민)은 엄마와의 불화로 무작정 떠난다. 가장 빠른 차표를 끊어 도착한 곳이 군산이었다. 택일은 낯선 곳에서 가장 먼저 빨간 머리 가출 소녀 소경주(최성은)를 만난다. 택일과 경주는 서로 곱게 바라보지 않는 눈빛으로 오해가 생겨 첫 만남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어설프게 반항하고 일탈을 하는 택일과 달리 경주에겐 사연이 있어 보인다. 어딘가 슬퍼 보이는 눈과 어두운 분위기는 그의 전사를 대략 짐작케 한다. 더군다나 함께 모텔에서 숙박하던 가출 청소년들이 데려온 남성과 시비가 붙자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장면에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최성은은 이런 소경주에게 마음이 이끌렸다. ‘시동’이 데뷔작이 된 그는 최정열 감독과의 오디션에서 자신이 소경주와 닮아있음을 어필했다. 수준급의 복싱을 하는 소경주와 더욱 일체화되기 위해서 2, 3주간의 시간동안 복싱 준비에 매달렸다. 마침내 ‘시동’에서 박정민, 마동석, 정해인 등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



기존의 오디션보다 합격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만 심적으로 지치는 것은 없었다. 최정열 감독과 작품,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깊게 나누면서 소경주의 서사를 쌓아가고 ‘시동’을 알아갔다. 영화엔 소경주의 서사가 다소 생략돼 있으나 시나리오와 대본엔 최성은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을 정도가 있었다. 덕분에 연기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영화가 편집의 과정을 거치면서 전체적인 흐름과 톤, 맥락 때문에 감독님이 선택과 집중을 하셨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선택의 이유가 이해되더라. 촬영을 할 때는 서사가 있어 덧붙여야하는 어려움은 없었다.”

최성은이 소경주의 분위기까지 표현할 수 있었던 데엔 공감이 있었다. 처음 오디션을 준비하면서부터 소경주와 자신이 닮았다고 느꼈다. 속은 여리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애써 강한 척하며 살아가는 경주에게 자신을 봤다.

“상황도 경주를 그렇게 만들었다. 연민의 마음도 들고 안쓰러웠다. 소경주가 누구에게 의지할 만한 상황도, 상태도 아니었지 않나. 장풍반점 식구들 만나고, 영화 결말에서 경주를 봤을 때 오랫동안 경주를 연기했던 사람으로서 되게 좋더라.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해야 하나.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엄마의 잔소리와 손찌검이 싫어서 집을 나온 택일과 달리 경주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편안하지 않다. 가출청소년이지만 반항의 마음으로 나온 게 아닌, 살기 위해서 도망을 나온 느낌이다. 최성은도 미성년자의 일탈을 그리고 있는 ‘시동’에서 소경주를 이러한 면모를 더욱 돋보이게끔 신경을 썼다.

“하나의 도피, 탈출, 지옥 같은 곳에서 살기 위해 도망 나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택일이 같은 반항아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길 바랐다. 정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반항아 면모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서, 살길을 찾아서 떠났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나오길 바랐다.”



내면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외적으론 표현이 두드러지지 않고 말수와 표정의 변화가 적은 소경주를 표현하면서 신경을 썼던 부분도 이러한 것이었다. 초반과 ‘장풍반점’ 식구들을 만난 후 그들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분위기로 표현해야 했다.

“경주가 감정표현이 많은 인물이 아니고 자기 얘기를 하지 않는다. 말수도 없고. 감정표현이 크지 않은 인물이다 보니까 세세한 차이를 신경을 썼다. 처음에 경주가 등장했을 때의 무표정과 사람들과 가까워졌을 때의 무표정을 다르게 나타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액션 장면을 찍을 때 미숙해보이지 않고 싶었다. 웹툰에선 복싱을 하는 인물인데 영화에선 싸움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신경을 썼다.”

극의 말미 장풍반점에서 환한 얼굴로 일을 하고 있는 경주의 모습이 간략하게 그려진다. 최성은이 생각하는 경주의 극 이후 상황은 역시나 긍정적이었다.

“의지할 가족도, 상황도 없는 상태에서 경주에게 처음으로 가족의 존재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을 하고, 숙식도 하면서 새롭게 학교를 다니게 되고. 학교도 다니지 않았던 경주라는 아이가 사람들과 마음의 문을 열고 치유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학교를 다닐 수 있고 학생으로서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사람들과 정말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본인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현장이지 않을까싶다.”

최성은은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재학 중으로 ‘시동’ 출연 전까진 독립영화에서 크고 작은 역들을 맡았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상업영화를 경험하게 된 그는 “크게 차이점은 없는 것 같다”고 하면서도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했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많이 찍어보진 않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독립영화에 비해서 상업영화가 사람이 더 많고, 카메라가 더 많고 스태프가 많은 느낌이다. ‘시동’에선 무엇보다 더 많은 경력을 갖고 있는 선배들과 한 것은 처음이다보니까, 그런 것에 있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현장에서 어떻게 연기를 하고, 대기할 땐 뭘 하시고, 테이크를 몇 번 가면 어떻게 연기를 다르게 하고, 감독님은 어떻게 디렉션을 주고 하는 것들. 특히 박정민, 김종수 선배께 많이 배웠다.”

장풍반점의 공사장 역을 맡은 김종수는 최성은과 함께 촬영을 하던 중 넌지시 다르게 연기하는 법을 제안했다. 보통 ‘이렇게 해봐’라고 결과를 제시하는 반면 김종수는 최성은에게 과정을 설명했다. 또한 최성은과 같은 대학 동문인 박정민은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면서 도움이 될 만한 경험과 조언들을 해 그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김종수 선배님이 해주신 조언이 ‘그렇게 해볼까’하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변할 수 있게 인도를 해주셨다. 나도 나중에 좋은 방향으로 제안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달았다. 정말 감사하다. 박정민 선배님은 먼저 다가와 ‘힘들지’ ‘잘하고 있다’ 같이 힘이 될 수 있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또 연기생활을 하면서 직접 겪은 에피소드들을 말해주셨다. ‘열심히 달리지 않아도 된다. 지칠 수 있다’ ‘좋은 동료를 둬라’ ‘많은 영화를 보면 보는 눈이 생긴다’ 같은 것들. 본인이 직접 겪은 에피소드들을 말해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이제 배우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롤모델과 목표를 정해두지 않았다. 목표하는 지점이 없는 것보다 한계를 두지 않고 그저 연기를 즐기는 배우를 꿈꿨다. 오랫동안 연기를 해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바랐다.

“길을 가고 싶다고 정해놓은 것은 없다. 이번에 같이 촬영을 하면서 박정민 선배도 그렇고 오랫동안 연기를 하신 분들을 보면서 막연하게 ‘나도 저렇게 오랫동안 즐기고 재밌어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오랫동안 연기를 해도 선배님들이 행복해보이더라. 일상을 자신도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연기를 하면서 행복함을 느끼고 일상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최성은은 갖고 싶은 수식어로 ‘믿고 보는 배우’를 택했다. 대중과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배우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연기가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평가하는 게 다르겠지만 ‘저 배우라면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생각을 주고 싶다. 능력적인 차원이나 변화에 대해서 관객들로 하여금 걱정을 심어주지 않는 배우, 확신을 줄 수 있어서 믿고 볼 수 있는 배우이고 싶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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