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읽기] ‘99억의 여자’ 조여정 ‘열등감 하드캐리’, 폭력을 정당화한 ‘99억짜리 욕망’
입력 2019. 12.05. 16:11:32

KBS2 ‘99억의 여자’ 조여정

[더셀럽 한숙인 기자] ‘99억의 여자’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끔찍한 가정 폭력으로 서두를 열었다. 몰입 여기에서는 단연 최고로 칭할만한 정웅인과 조여정은 폭력의 강도를 떠나 때리는 자와 맞는 자의 차디찬 감정을 생생하게 그렸다.

4일 첫 회가 방영된 KBS2 월화 드라마 ‘99억의 여자’는 시대착오적인 ‘맞는 여자’ 설정은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정웅인과 조여정은 실감나는 연기를 펼쳐 논란이 될 법한 소재인 가정폭력을 다루는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조여정은 여성 폄하 논란이 일으킬 만한 남성의 폭력과 유행 지난 90년대 홍콩 느와르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착오적 장면의 거부감을 기대감을 바꾸기에 충분한 ‘차가운 광기’로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열등감이 만들어낸 현대인의 뒤틀린 오만함을 표현하는 데는 다른 어떤 배우도 따라올 수 없는 그는 전작들을 통해 높아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남자들끼리는 직업이나 수입 이런 열등감 때문에 우정이 깨질 때가 많거든요”라며 홍인표(정웅인)가 친구 사이의 ‘열등감’을 언급하자 윤희주(오나라)는 “네 인생에 더 솔직해져”라며 자신에게 늘 담담한 장서연의 행동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에 정서연은 “그래서 친구놀이 하는 거야. 네가 너 부러워하는 모습 네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라며 차갑게 윤희주를 질책한 듯 노려보며 담담한 모습 뒤에 감춰둔 ‘열등감’을 드러냈다.

조여정은 소파 위에서 미동도 없이 미세한 얼굴의 떨림만으로 열등감의 깊이를 시청자에게 날것 그대로 전달했다.

2016년 KBS2 ‘베이비시터’, 2017년 ‘완벽한 아내’, 단 두 편의 드라마로 ‘집착’과 ‘광기’에서만큼은 경쟁자를 찾을 수 없는 독보적 영역을 구축했다. ‘베이비시터’ ‘완벽한 아내’가 남성 우월주의에 근간을 둔 남성에 집착하는 의존적 여성으로서 천은주, 이은희를 그렸다면 ‘99억의 여자’ 정서연은 남자가 아닌 돈으로 대상을 전이했다.

집착의 대상은 바뀌었지만 ‘집착’이라는 행위와 그것을 유발한 시작점인 열등감은 더욱 단단해지고 무거워졌다. 무엇보다 ‘99억의 여자’에서 새롭게 등장한 ‘폭력’은 정서연의 돈을 향한 욕망의 크기와 정확하게 정비례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했다.

남편 홍인표로부터 육체적 폭력을, 친구 윤희주로 부터는 정서적 폭력을 당하는 정서연이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 눈앞에 99억이라는 엄청난 돈이 주어졌다.

그는 자신에게 구애하는 친구 남편 이재훈(이지훈)에게 “그럼 같이 죽을래요. 이러고 사는 꼬라지 이제 지긋지긋하거든”라며 열등감으로 점철된 인생살이에 지쳐 동반 자살을 요구하다 돈을 보고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돈을 가지자는 제안을 망설이는 재훈에게 정서연은 “더 이상 망가질 것도 없어요. 그런데 이 돈이면 다 바꿀 수 있어요 빽도 없고 길도 없이 살았는데. 이 걸로 내 인생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요. 이건 기회예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야”라며 돈을 움켜쥐었다.

조여정은 ‘청춘스타’ 이력이 믿기지 않은 서슬 퍼런 연기로, 열등감이 욕망으로 변질되고 욕망이 광기가 되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해 대체불가 배우로 부상했다.

‘평생 뼈저리게 고독했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여자가 스스로 강해지고 거듭나는 이야기’라는 설명대로 ‘99억의 여자’가 정서연이라는 인물이 광기를 벗고 주체를 가진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의미 있는 결말을 도출해낼지, ‘완벽한 아내’처럼 배우 조여정의 현란한 연기만 보여 준채 막을 내릴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가슴을 졸이게 한다.

[더셀럽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KBS2 ‘99억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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