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읽기] ‘그것이 알고 싶다’ 설리死 되짚기, 성급했던 가해자 몰이
입력 2019. 11.18. 15:35:20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더셀럽 한숙인 기자] 설리는 생전에는 SNS 논란의 아이콘으로, 사후에는 악성댓글의 희생양으로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설리를 향한 시선은 극단적이었다. SNS를 통해 공개되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일부는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무관심 혹은 냉담하게 ‘스타의 관종 놀이’쯤으로 치부해 버렸다. 설리는 이처럼 민감과 냉담의 극단적 온도 차에 노출되다 어느 순간 세상에서 사라졌다.

설리의 죽음은 원인을 밝히고자 한다면 난청이 돼버린 현대사회의 소통 체계 문제를 파고들어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 미디어는 설리와 다중을 성급하게 피해자와 가해자로 단순 분류함으로써 특정인의 죽음을 절대 다수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1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대중의 시선이 유독 설리에게만은 혹독했다며 그의 SNS 논란社를 조망했다. 친구들과 파티 하는 모습, 노브라 등 SNS에 업로드 돼 논란이 됐던 사진과 영상들을 보여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자기주장이 강한 인물로 묘사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악성댓글을 단 악플러들과 선정적 기사를 작성했던 미디어 기자들을 인터뷰해 설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지만 다중이 그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시사했다.

설리가 그의 친구들과 방송의 주장대로 대중의 비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음은 부정할 수 없다. 또 친구들이 말했듯이 그는 생각과 달리 유약하지 않아 안심했었다는 말 역시 사실인 듯 보인다. 무엇보다 악생댓글의 수위가 수용과 이해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논쟁이나 논지가 다 그렇듯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관점을 모두 견지해야 함에도 ‘그것이 알고 싶다’는 가해자로서 다중의 ‘과도한 힐난’에만 초점을 맞추고 피해자를 만들어낸 SNS의 폐해는 접어둠으로써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 걸었던 기대를 무산했다.

소셜 미디어는 인플루언서라는 신종 직업군을 소비시장에 내놨다. ‘사회에 영향력이 큰 사람’을 의미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아닌 최진리가 설리가 선택한 또 하나의 사회적 역할이었다.

설리 논란社를 되짚어보면 그가 인플루언서로서 좀더 명민하게 자신의 사적 생활 노출 수위를 조절하지 못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언급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불필요한 악성댓글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설리의 노출은 지나칠 정도로 순수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어니스트 배커는 그의 저서 ‘죽음의 부정’에서 “유치한 어리석음이 성숙한 인간의 소명”이라는 말과 함께 ‘정당한 어리석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같은 견지에서 설리는 정면 돌파가 아닌 선별적 일상 공유를 통한 선 가르기가 필요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패션 정치이자 페미니즘의 한 축으로서 노브라의 정당성은 좀 더 강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친구들과의 가장 편안한 일상은 사적 영역으로 제한했다면 악성댓글의 수위는 현저하게 달라졌을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대중이 설리를 편협한 시선으로만 바라보다 놓친 의미 있는 그의 행보들 끌어냄으로써 다중이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다중이 그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채 가학 행위를 했듯 설리 역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을 치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사회인으로서 개인은 적당한 감춤이 필요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는 ‘일상 노출’은 ‘일상 노출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역효과가 심각하다. 어린아이가 어른으로 사회화 되는 시작은 ‘수치심’을 인식하면서 부터다. 이를 기점으로 아이는 감춤과 노출을 조절하면서 사회 속에서 자신이 두발을 딛고 설 공간을 넓혀간다.

사회성을 길러야 할 10대를 연습생과 톱스타로 보낸 그는 순수했지만 자신의 순수를 사회적 성숙으로 전환할 만한 기회는 갖지 못했던 듯 보인다. 설리는 자신이 스스로 현대사회의 파놉티콘으로 불리는 소셜 미디어 안으로 들어가 그 어느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였다.

설리의 죽음을 악성댓글이라는 다중이 가한 가학행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어떤 상황도 개선하지 못한 채 제 2, 제 3 의 설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보다 집단주의의 미덕이 소멸되고 개별화의 가치만 높이 평가받는 사회에서 자신을 표현하는데 서툴렀던 25살 청춘의 아픔에 주목해야 한다.

[더셀럽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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