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감독이 밝힌 ‘82년생 김지영’의 모든 것 ①[인터뷰]
입력 2019. 11.11. 18:14:41
[더셀럽 김지영 기자] 배우에서 감독으로 전향한 김도영 감독이 ‘82년생 김지영’을 장편 입봉작으로 선택했다. 동명의 원작 소설이 젠더이슈로 많은 화제를 모았으나 이는 그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지난달 개봉해 11일 기준 누적 관객 수 317만 4044명을 기록한 ‘82년생 김지영’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다. 영화 기획 소식이 전해지자 배우와 영화에 악플이 달렸으나 영화가 개봉한 후엔 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남녀노소에게 공감을 끌어냈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라는 포스터 속 문구처럼 ‘82년생 김지영’은 관객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일각에서는 ‘편협한 시각’ ‘피해의식’ 등을 이유로 영화를 비난했으나 영화를 본 실관람객들이 높은 평점을 주거나 입소문으로 장기간 흥행에 성공했다.

베스트셀러가 된 ‘82년생 김지영’을 영화화하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을 터다. 더셀럽은 최근 김도영 감독을 만나 영화의 기획단계부터 영화 속 연출까지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소설 ‘82년생 김지영’부터 젠더이슈로 화제가 됐었다. 첫 장편 연출작인데, 영화를 기획하고자 했을 때의 걱정은 없었나.

논란이 많은 소설이라고 해서 부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원작이 시사하는 바도 많고 화두도 던졌고 많은 독자들이 사랑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잘 만들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오히려 컸다. 그런 고민만 있었다.

소설을 영화화해야 하는 작업이 쉽진 않았을 것이다. 기획 단계에서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지점이 있었나.

주의해야겠다는 것보다는 내가 원작에서 감동 받고 공감했던 지점이 무엇이었을까, 어떠한 것들이 내 마음에 와 닿았을까하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런 것들을 관객들과 나눌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 원작의 결을 따라가고 싶었다. 원작이 말하고 있는 바를 뛰어넘는다든가 하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원작의 미덕이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을 믿고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작 소설에는 지영(정유미)이 겪는 일들을 기사와 설문조사, 데이터 등을 가지고 뒷받침한다. 이러한 내용이 상당하다. 지영의 일대기로만 이뤄진 소설이 아닌데.

제가 합류한 시점에는 초고 시나리오가 있었다. 소설은 르포르타주(기록문학, 사실에 관한 보고) 형식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김지영의 삶을 차분하게 다루고 있다. 영화에선 데이터를 살리는 것보다 지영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에 데이터가 들어갈 수는 없지 않나.(웃음) 책의 결과와 맞게 담백하게 그려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소설에서 근거 자료로 뒷받침을 하는데 이를 부인하는 평이 있다. 영화도 외면하려 하고.

조남주 작가의 말 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극 중 김지영의 생일은 4월 1일, 만우절이다. 어떤 분들은 김지영의 삶이 행복하다고 볼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그런 게 어딨어’라고 한다. 거짓말처럼 보일 수도 있고. 그래서 만우절이라고 하더라. 소설에서 그렇게 많은 통계를 제시했음에도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는 것은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웃음)



연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지점은 무엇이었나.

초고에서 큰 서사를 따왔고 밑은 제가 채워야 했다. 저는 이 영화의 중심 서사가 ‘말을 잃은 여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마지막에 빙의되지 않고 자신의 입으로 말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면 지영이 왜 아픈지 보여주면서 에피소드들이 나열이 된다. 그런데 지영의 동선이 길지 않다. 다양하지도 않고. 하지만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 다 비슷하다. 길을 가거나, 친구를 우연히 만나거나, 친정을 만나는 정도다. 그래서 과거를 돌아보면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시기별로 에피소드를 뽑아놓고 회상을 하면서 들어가는 식으로 구성을 했다.

촬영을 하고 편집하는 과정 중에 빠진 장면이 있다고 했었다. 넣지 못해 가장 아쉬운 장면은 무엇인가.

지영이의 실내화 사건이다. 지영이 학교를 다닐 때 짝꿍이 괴롭히고 실내화를 던지는데, ‘지영이를 좋아해서 그래’라고 하는 장면. 아역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찍었는데 다 넣으니 러닝타임이 너무 길더라. 그 신을 넣을 수 있는 구간이 없기도 했다. 많이 고민을 하다가 편집기사님이 빼자고 하셔서 빼기로 결정을 했다. 여전히 지금도 아쉽다. 만일 감독판이 나온다면 어디에 넣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공유 씨도 편집된 장면을 아쉬워하더라. 그 장면은 무엇인가.

영화의 출발점은 남편 대현(공유)이 지영의 아픔을 알고 정신과에 가는 것이다. 편집된 장면은 병원에서 돌아오는 대현의 모습이다. 지하철에서 멍하게 비치는 얼굴이다. 공유 씨가 정성을 들여서 연기하셨지만, 그 외에 좋은 장면들이 많아서 편집하게 됐다.(웃음)

빌런(악당)를 영화에 담고 싶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런 이유에서 대현을 나쁜 남편으로 그리지 않았던 것인가. 사실 현실엔 더 나쁜 남편들이 많고, 평에서도 ‘대현 정도면 괜찮은 남편’이라는 말이 있는데.

빌런을 그리고 싶지 않았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을 그리고 싶었다. 지영의 아빠도 그렇고 동생도 그렇다. 남편도 그런 맥락이다. 조남주 작가님이 ‘82년생 김지영’을 ‘식초에 담긴 오이’라고 표현을 했었다. 신선한 오이더라도 식초에 담겨있으면 흐물흐물해지지 않겠나. 어디에 담겨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 관습, 세상이 변했음에도 깨지지 않고 있는 것들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현은 경험치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 시댁에서 신경을 써주는 듯 하지만 눈치 없이 행동하고, 아내가 빨래를 개는데 도와주기는커녕 맥주를 마신다. 그리고 대현의 역할은 지영을 정신과로 보내는 것이다. 남편이 걱정하는 모습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안내하는 역할이다.

소설에선 정신과 의사가 남자이지만 영화에선 여자다. 성별을 바꾼 이유가 있나.

소설에선 남자인 이유가 있다. 경력단절 된 지영의 삶을 걱정하지만 결국 남자 의사도 보편적인 사회 남성과 다르지 않은 생각으로 반전을 준다. 한 방 맞은 느낌을 주고. 하지만 저희 엔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굳이 남자일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 전문직은 남성이 많으니까 영화에서는 여성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지영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역할이 여자 의사였으면 했다.

②에 이어서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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