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지 않았다면 출연 NO" 공유,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소신 [인터뷰]
입력 2019. 11.08. 17:28:30
[더셀럽 김지영 기자]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 공유에겐 굳은 심지가 느껴졌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는 논란에도 소신을 밝히며 작품의 본질을 이야기했다.

지난 달 개봉한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에서 공유는 평범한 남편, 보다 더 다정하려고 노력하는 대현 역을 맡았다. 극 중 아내 김지영(정유미)의 이상증세를 먼저 알아차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지영을 걱정한다.

영화는 평범하게 살아온 1982년생 김지영을 다룬다. 남들과 다를 것 없이 딸 둘에 막내 남동생인 가정에서 학창시절을 거쳐 대학교에 진학하고 회사를 다닌다. 취업이 되지 않아 전전긍긍하던 지영에게 아빠는 위로의 말이랍시고 “시집이나 가라”는 말을 듣고, 회사에선 여자라는 이유로 TF팀에 발탁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다. 능력 있는 여자 선배가 차별을 받는 것들을 지켜보고 회사와 공공화장실에서 몰래 카메라의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극적인 연출이 아니다. 실생활에서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극 중 지영과 비슷한 세대를 거쳐 온 공유는 지영에게 전적으로 공감했다. 비록 지영과 같은 성별이 아닐지라도 경상도 출신에 누나와 함께 자라온 그였기에 더욱 마음이 기울었다. 영화가 지영의 삶을 조명하고 있는 만큼, 대현의 분량은 적은 부분에 속하지만 공유에게 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대현에 충실 하는 게 1차적인 저의 일이었다. 대현이 이해가 되더라. 공감이 안됐다면 사실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공감도 필요하겠지만 캐릭터의 공감도 중요하다. 이야기가 끌렸던 것은 사실이고 캐릭터도 불편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은 없었다. 저랑 비슷한 사람처럼 보였다. 답답하기도 하고. 무난하기도 하면서 적당히 자상하지만 누군가가 봤을 땐 답답한 사람처럼 보였다.”

대현의 공감을 넘어서 지영이 사회에서 겪어온 차별을 이해했다. “공감하지 않았으면 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고 단언하는 그였다. 더욱이 영화 출연 전부터 개봉 이후까지 거세진 젠더 이슈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당연히 지영이 겪는 차별을 이해하고 공감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이 영화 안했다.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관점을 무시하거나 틀렸다고 보지 않는다. 각자 다른 환경, 시대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는 것은 정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일방적인 비난은 안타깝다. 제 상식의 기준에서 일방적인 비난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안타까운 것은 일방적이며 악의적인 비난이다. 나와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게 얼마만큼 어려운 일인지 알지만, 그걸 알려고 노력하면서 살 때 필요한 게 용기다.”



극 중 대현은 시댁에서 힘겨워하는 지영을 보고 먼저 “이제 가자”고 말을 해주고, 때때로 정신이 온전치 않은 그를 걱정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그에게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잖아.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대한민국 현실적인 여성을 그리는 지영과 달리 대현의 모습은 다정다감한 남편의 이상향 같기도 하다. 그러나 곳곳에서 드러나는 허점과 빈틈을 통해 그 또한 완벽한 남편은 아님을 보여준다.

“감독님한테 ‘대현이 너무 상냥하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대현이 너무 다정하고 ‘스윗’한 남편 같았다. 결과적으로는 지금의 대현의 톤이 영화 전체를 봤을 땐, 기능적으로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당한 수준이고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현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극적으로 바뀐다면 이거야말로 뭔가 오히려 더 현실적이지 못하고 영화적인 캐릭터로 소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영이 스스로 빙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점차 이상함을 느낀다. 기억이 드문드문 끊겨있고 대현은 계속해서 지영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을 것을 독려한다. 그러다 결국 대현은 지영에게 “네가 가끔 다른 사람이 돼”라고 내뱉으며 동영상을 보여준다. 서로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기에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지영과 대현의 모습을 통해 현실성을 높이고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공유에 따르면 이 장면은 원래 대현이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었다고.

“대현이 고개를 들어 지영에게 말을 하면서 눈물이 차오르는 게 정해진 설정이었다. 그런데 찍으려고 보니 고개를 못 들겠더라. 내가 우는 장면을 관객들이 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대현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대현의 입장에선 첫 속내를 아픈 아내 앞에서 토로하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지영에게 미안한 감정이 깔려있다. 그러니 지영을 차마 보지 못한다. ‘힘들었겠다’고 말하는 아내를 어떻게 똑바로 바라보냐. ‘네가 나한테 시집을 와서 이렇게 된 것 같다’고 주절거리는데 대현은 거기서 무너지고 죄책감이 드는 것이다. 원래 ‘착잡한 대현의 얼굴, 당황스러운 표정’ 정도의 지문이었는데 저도 이렇게 감정의 파장이 클 줄은 몰랐다.”

공유는 ‘82년생 김지영’이 보편적인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지만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여성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소설보다 넓은 인물들을 다루고 있는 것만큼, 지영과 함께 자라온 가족들, 남편, 직장사람들 등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사회 한 사람으로 살면서 접하고 느꼈던 부분들과 김지영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내가 아들로서 해야 할 몫이 잇지 않나. 딸과 아들의 역할이 있고 부모의 역할이 있는 것처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각자의 역할을 하느라 개인이 함몰되는 경우가 있다. 그건 본인들이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쉽게 토로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제 역할 속에서 지영은 자기 목소리를 잃었지만, 특정 인물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니다. 극의 말미 지영이 ‘왜 상처를 주지 못해 애를 쓰냐’고 항변하는 건 남자, 여자 상관없이 제가 세상을 향해서 하고 싶은 얘기기도 하다. 영화의 본질적인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82년생 김지영’과 떼려야 떨어질 수 없는 젠더 이슈부터 악플러들을 향한 일침까지 공유는 소신 있는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여자인 정유미에게만 향하는 비난 세례에 “공격하려면 같이 하셔야죠”라고 직언을 날리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공유지만 그 또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저도 노력 중이고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라 이런 저런 말들이 생겨나는 것 같다. 당연한 것 같고. 제일 중요한 것은 각자의 다름을 인정했으면 한다. 저 역시도 어떨 때는 굉장히 편협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특수성을 가진 직업인 사람이라 시야가 좁을 수도 있다. 최대한 제가 행하는 노력은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배척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고 맞고 틀림을 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 노력은 용기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나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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