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가 이야기하는 ‘82년생 김지영’, 진심을 전달하기까지 [인터뷰]
입력 2019. 11.08. 14:59:28
[더셀럽 김지영 기자] "우리가 느끼고 영화로 만들었던 것들을 그대로 바라봐주셨으면“

배우 정유미의 바람은 하나였다. 영화 제작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계속해서 악성댓글과 평점테러를 받아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하나만 바랐다. 영화를 만든 메시지 그대로 관객들이 받아주는 것이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정유미)이 평범한 삶을 살아오면서 누구나 알았지만, 또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 소설을 알고만 있었던 정유미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접하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지영’의 이야기가 정유미의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머릿속엔 가족들의 모습이 찬찬히 흘러 지나갔고 ‘여자’라는 성(姓)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정유미의 마음에 스며든 ‘82년생 김지영’은 어떠한 외부 공격이 있어도 끄떡없었다. 이전부터 젠더 이슈가 있었던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정유미가 영화 속 김지영 역을 맡는다고 확정되자 일부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럼에도 정유미는 이 작품에 임하고 김지영으로 분하는 것을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러한 논란 때문에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것보다도 그저 다른 작품을 찍을 때와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임했다.

“이 이야기가 저에게 온 게 감사했다. 제안을 주신 제작진에게도 정성이 느껴졌다. ‘82년생 김지영’이 신생제작사인데, 회사를 먼저 소개하고 제 이미지를 따서 시나리오 책자를 만들어주셨다. 그게 ‘82년생 김지영’과 첫 만남이다. 되게 ‘섬세하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처음부터 몽글몽글하게 다가왔다. 예전엔 주인공을 하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82년생 김지영’은 내가 부담스럽지 않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정유미에게 ‘82년생 김지영’은 가슴을 따듯하게 만들어줬고, 또 몰랐던 것들을 상기시켜줬다. 잊거나 애써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미안함, 이로 인한 인지, 또 지금이라도 알게 됐다는 다행한 마음까지. 여러 감정을 부추겼다.

“큰 깨달음보다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어 시나리오에 감사했다. 자식으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제 상황에 대입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지 않나. 더 나아가서는 관객들한테는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제가 느끼고 받아들인 것들을 선택한 이상 표현해내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정유미가 1982년생 김지영이 되고, 정유미로 느꼈던 것들을 김지영이 되어 표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공감이었다. 배우와 감독, 스태프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 이야기하는 것들을 관객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 들어주는 것이었다. 정유미는 극 중 김지영이 겪어온 직장생활, 결혼, 육아, 시댁 등을 겪어보지 않았으나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주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관찰을 통해 김지영을 만들어나갔다.

“모든 것을 경험하고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렇게 다가가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배우가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선 공감을 잘해야 한다. 여러 가지로 보편적이지 않은 삶이라고 해도 다르게 겪는 건 작품을 선택한 저의 몫이다. 또 캐릭터를 구현해내는 것이 저의 일이기도 하고.”



영화의 중반부를 넘어가고 나서부터 가장 클라이맥스는 단연 김지영과 모친 미숙(김미경)의 대화다. 미숙이 김지영의 병세를 알아차리는 중에 외할머니의 목소리를 내는 지영은 미숙을 위로한다. 지영과 미숙은 서로의 아픔을 알아봐주고 목소리를 대신 낸다.

“감정전달이 제일 먼저라고 생각했다. 스태프들도 많이 긴장을 한 것 같았다. 전날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톤으로 갈지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전달이 먼저라는 얘기를 나눴었다. 외할머니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어서 외할머니 역이셨던 예수정 선생님께 따로 대사를 읽어달라고 했었다.”

분명 정유미가 연기를 하고 김미경을 보듬는데, 정유미에게 예수정이 보인다. 빙의가 된 것 마냥 완벽히 외할머니로 변해 자신의 엄마를 얼싸안는 정유미의 모습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연기는 제가 하지만 저한테는 외할머니가 엄마한테 하는 이야기이지 않나. 엄마가 딸한테 하는 이야기고. 그래서 예수정 선생님께 대사를 읽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정작 연기를 하니 제가 읽을 때와 선생님의 느낌이 많이 달랐다. 예수정 선생님의 녹음본을 ‘연기를 해야지’하면서 들은 게 아니었는데 그걸 듣고 눈물이 나더라. 그런 감정을 빌리면 되겠다싶었다.”

영화가 개봉한지 3주차에 접어들면서 300만 명을 고지에 두고 있음에도 공감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입장이 팽팽하다. 1980년대에 태어난 여성만 공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같은 세대를 살아오고 있는 다른 나이, 성별은 이해하지 못하는 입장이 적지 않다.

“한 여자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상처를 받은 한 사람, 그리고 사회로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도 상관이 없고. 극 중 김지영 같은 삶을 살아보진 않았지만 제 감정이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그래도 이 여자에게서 주변 사람들을 봐왔고 또 나였을 수도 있으니까 선택했던 것 같다. 김지영은 여성들에 대한 인식이라기보다는 상처를 받고 뚫고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정유미는 한 성별에게 국한된 영화가 아님을 강조했다. 더불어 어떠한 요소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대적일 수 있다며 그래서 더욱이 영화의 결말을 만족스러워했다. 극 초반엔 타인의 악담에도 대꾸하지 못하고 자리를 뜨며 빙의를 통해서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에 반해 극의 말미엔 직접 소리를 낸다.

“지영을 보면서 ‘나는 어떤 상태인가’라고 생각해 봤을 때 나도 분명 불편한 게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한테는 배부른 소리라고 들을 수 있고. ‘너만큼 힘들어’가 아니라 그것 또한 상대적이라고 본다. 그래서 여러 가지 고민과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결말이 희망적인 게 더 좋았던 이유기도 하고. 지영이 앞으로 잘 살기 위해서, 잘 나아가기 위해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하루아침에 대단하게 바뀌고 크게 변하는 게 아니지 않나. 잘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와 닮았는지, 혹은 얼마나 닮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작품을 관람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게 아니지 않을까. 정유미와 김도영 감독, 공유, 그 외 많은 스태프들이 ‘82년생 김지영’을 이야기하면서 느끼는 것을 관객도 오롯이, 오랫동안 전달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기대되는 반응은 없었다. 특별히 기대하는 반응보다도 이 영화를 우리가 느끼고 만들었던 것들을 그대로 바라봐주시면 좋겠다. 찍을 때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처럼 영화가 완성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나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저한테 연기적 아쉬움은 있지만.(웃음)”



[더셀럽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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