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 귀수편’ 김희원, 확신 안 섰던 똥선생 그럼에도 출연한 이유 [인터뷰]
입력 2019. 11.07. 17:08:04
[더셀럽 전예슬 기자] 없어선 안 될 인물이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감독 리건)에서 똥선생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을 적재적소에 날리는 유머로 극을 환기시켜 준다. 이를 배우 김희원이 맡아 활력을 더하는데 힘을 보탰다.

기자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김희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크린, 브라운관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였던 그이지만 실제론 털털하면서 친근함이 돋보였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대답한 모습 때문일까.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가 짧게 느껴지기도.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만난 김희원은 “전작이 잘돼서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라고 말문을 이어갔다.

“‘다르게 보여야 된다’라는 부담감은 있어요. 주인공 옆에 따라다니는 웃긴 애, 뻔한 캐릭터로 보이면 안 되겠다, 그러면 큰 일 나겠다라는 부담이 많았죠. 작품을 선택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이런 걸 못하는 배우인데 왜 나랑 하려고 하나 생각이 들었거든요. 감독님에게도 못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꼭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과 가장 많이 만난 작품이에요.”

‘신의 한 수: 귀수편’은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귀신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영화다. 이 영화는 2014년 356만 관객을 동원한 ‘신의 한 수’ 스핀오프 작품. 전작에서 선보인 세계관은 확대되고 새로운 캐릭터들도 대거 등장한다.



김희원은 극중 실력보다는 입으로, 한 발 앞선 정보력으로 버텨온 관전바둑의 대가 똥선생 역을 맡았다. 바둑의 고수를 찾아다니는 귀수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판을 짠다. 툭툭 내뱉는 듯한 특유의 화법은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만큼 살아 숨 쉰다. 하지만 이런 똥선생 캐릭터를 소화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님은 저에게 ‘무조건 신중하게 해라’고 하셨어요. 제가 신중하게 하면 좋긴 하지만 이 영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죠. 무거운 하드한 영화에 계속 진지하게 하면 재미없잖아요. 위트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감독님과 신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촬영 때 신중하게 하면 오케이를 안 하시다가 살짝 더 하면 오케이를 하시더라고요. (웃음) 결국에는 신중하게 하는 척하면서 살짝 웃기고 위트 있게 표현했어요. 그런 결정이 힘들었어요. 진지하게 하면 제 자신만 믿고 하면 되는데 재밌나, 재미없나는 제 마음이 아니니까요.”

김희원은 자신이 표현하는 똥선생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고 한다. 마냥 가볍게만 그릴 수 없었기 때문. 진지함과 가벼움, 그 중간에서 줄타기를 해야 했던 그의 고충이 느껴졌다.

“우는 신에서 울고 난 후 진실하게 했는지 안했는지는 제 자신을 아니까 판단이 서요. 잘했다, 못 했다를 알 수 있죠. 그런데 웃긴 신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특히 촬영장에서는 사람들이 잘 안 웃으니까 확신이 안 갔어요. 감정의 흐름상, 대본을 봤을 땐 이 장면이 웃겼는데 막상 영화로 나오니까 엉뚱한 곳에서 터지는 경우처럼. 이 캐릭터는 관객들이 어디서 웃을지 모르니까 늘 불안했던 거죠.”

똥선생은 바둑 대국에서 누가 이기든 살아남는 캐릭터다. 바둑 실력보다는 입으로 먹고 사는 인물인 것. 영화에서 숨통을 트이는 역할로서 똥선생만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의상부터 대사까지 면밀히 고민했다고 한다.



“설레발을 치는 게 캐릭터의 특징이에요. 뒤로 빠져있으면서 웃기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 말을 할 때 어미를 항상 흐렸어요. 나서지 않고 뒤에 언제나 빠져있고, 살짝 자신감도 없어 보이지만 귀엽고 웃긴 콘셉트를 잡은 거죠. 다른 영화의 감초들은 ‘내가할게’라면서 나서는 식의 웃음인데 저는 ‘하지 마, 그만 하자’라고 말려요. 어미나 연기, 행동을 그렇게 잡은 거죠.”

귀수 역을 맡은 권상우와 호흡에 이어 홍마담의 유선과의 러브라인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다. 김희원은 유선과의 러브라인 때문에 이 영화에 출연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멜로 때문에 이 영화를 한 것도 있어요. (웃음) 감초 연기도 좋지만 멜로가 영향이 컸죠. 아쉬웠던 건 유선 씨와 티격태격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그런 라인이 편집됐어요.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후 결혼을 하는데 그런 식으로 결혼하면 백번도 더하겠더라고요. 하하. 키스신도 있었는데 빠졌어요. 감독님에게 아쉽다라는 말을 많이 했었죠.”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데뷔한 김희원은 어느덧 데뷔 12년차 배우다. 카리스마 있고 강렬한 캐릭터들을 주로 맡아왔던 그에게 ‘신의 한 수: 귀수편’의 똥선생은 또 다른 연기 변신이다. 다양한 역할을 해보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밝힌 김희원. 다양한 얼굴로 대중 앞에 설 그에게 기대감이 모아진다.

“똑같은 역할만 누가 하고 싶겠어요. 다양한 역할을 해보자는 목표로 살고 있어요. 비슷한 건 해봤지만 안 해봤던 캐릭터라 선택한 거죠. 안 해본 것을 하는 건 배우로서 도전이에요. 정말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 사람이 영화에 나오면 ‘믿고 본다’라는 말이 참 좋더라고요. 지금 하던 대로 건강하게 연기를 했으면 해요. 건강해야 연기를 오래 할 수 있으니까요.”

[더셀럽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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