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읽기] ‘설리 핑크’ 21C 뷰티 아이콘 설리가 남긴 ‘우울의 핑크’
입력 2019. 10.15. 10:35:36

설리

[더셀럽 한숙인 기자] 지난 14일 오후 5시를 전후로 갑자기 설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제 저녁 거리에 짙게 깔린 어둠이 사람들의 얼굴에까지 드리웠다.

설리는 그를 지지하는 팬만큼이나 안티팬 역시 많았다. 그의 돌발 행동의 호불호는 갈려도 하얗고 투명한 얼굴에서 베어나는 요정 같은 신비한 마력은 이견을 달지 않았다.

설리는 짙은 아이섀도와 아이라인 같은 강한 색조 메이크업을 배제하고 피부 혈색과 가장 유사한 색인 피치 핑크로 볼터치와 눈가를 살짝 터치하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투명 메이크업’의 아이콘으로, 선망이든 질투든 모든 여성들의 워너비였다.

쿨톤이 아닌 웜톤의 피치 핑크는 ‘설리 핑크’라고 할 만큼 설리를 상징하는 색이다.

핑크는 관습적으로 ‘여자 색’으로 인식돼왔다. 이런 이유가 핑크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여성성의 거부’로서 핑크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졌다.

설리와 핑크는 이런 측면에서 일견 교집합이 있다. 핑크는 다수에게 ‘예쁨’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사랑받지만, 때로는 ‘예쁨’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존재 가치를 부정당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러나 핑크를 여자 색으로 규정한 것은 남성 중심 권력구조가 만들어낸 사회적 산물이고 핑크 그 자체에는 그 어떤 책임도 없다. 이처럼 핑크는 사회적 관습 속에서 사랑받거나 거부당하며 2019년 사회 격변기인 현재의 혼란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

설리는 세상을 향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되는 눈빛, 때로는 세상을 무시하듯 제멋대로 구는 듯한 눈빛 등 아이와 같은 표정으로 보는 이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녀의 볼에 살짝 얹혀진 ‘피치 핑크’와 이 색으로 인해 더욱 하얗고 투명하게 강조된 얼굴색은 설리의 내제된, 모든 사람에게 있지만 그에게만 유독 강렬했던 ‘묘한 이중성’을 부각했다.

관점을 달리하면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성별로서 핑크의 상징성은 무의미 해진다.

색채심리연구가 스에나가 타미오는 그의 저서 ‘색채심리’에 샹송 ‘장미빛 인생’, 영화 ‘술과 장미의 나날’, 피카소의 ‘장미시대’ 작품에서 분홍색이 인간의 행복감을 상징하는 색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이뿐 아니라 교화의 대부분이 천상의 색으로 엷은 분홍색을 사용하고, 불교에서 분홍색 연꽃은 열반의 상징으로 표현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스에나가 타미오는 언어의 색체 이미지 조사 결과도 언급했다. 조사에 따르면 ‘봄’ ‘따뜻함’ ‘달콤함’ 등의 언어에서 압도적으로 다수의 사람이 분홍색을 떠올리고, 분홍색에서 떠올리는 언어 역시 ‘봄’ ‘벚꽃’ ‘무릉도원’ ‘생명’ ‘만남’ ‘사랑’ ‘행복감’ 등이었다.

설리의 볼을 더욱 발그레하게 했던 피치 핑크는 스에나가 나미오의 언급을 토대로 해석해보면 행복을 열망했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심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대중은 비슷한 방식으로 행복감을 누리고 싶어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중은 피치 핑크를 ‘설리 핑크’로 오랜 시간 기억할 듯하다. 설리가 보여준 ‘예쁨’의 기억으로, 설리가 남긴 좌절된 ‘행복’의 기억으로, 한동안 핑크를 기억할 듯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설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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