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VIEW]"여배우 같지 않다"가 칭찬이 아닌 이유
입력 2019. 10.10. 13:55:45
[더셀럽 박수정 기자] "제가 만난 여배우 중에 가장 여배우 같지 않다" 배우 김상경이 tvN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 제작발표회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혜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연예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성차별 표현 중 하나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은 평등이지만, 남성중심 권력구조가 쌓아온 '평등'은 의도했든 아니든 성 불평등을 기저에 깔고 있다. 이런 체제의 근본적 불평등 구조가 최근 '페미니즘'에 의해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면서 '언어의 평등'이 화두로 부상했다.

'여배우'는 '언어 불평등'의 대표 사례다. 여배우 앞에 붙은 '여'는 생물학적 성별 구분 외에 '배려의 대상' '까탈스러움' 등이 함의돼있다. '배려'와 '까탈'이 여자의 성적 특징과 전혀 별개의 사안임에도 배우들은 특히 '남자' 배우들은 상대 배우에 대한 호감의 하나로 '여배우 같지 않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성차별 언어 개선' 요구는 이처럼 사회에 뿌리깊이 박힌 성과 성향을 동격화 하는 불평등의 심각성에 관한 인식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남성 혹은 여성, 특정 성 편향적 권력구조를 깨는 진정한 '평등사회'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성차별 언어 개선은 여교사, 여학생, 여의사, 여경 등 남성에게는 붙지 않는 성별 표기, 즉 직업에 '여(女)'를 빼는 지극히 단순하고 당연한 제안이다. 대중의 무의식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에서 사용되는 '여배우'라는 호칭의 개선이 시급한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예계에서 '여배우'가 아닌 '배우'로 호칭해야 한다는 제안이 '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은 현 사회의 뿌리 깊은 남녀 불평등을 입증한다.

남자 배우에게는 '남배우'라고 부르지 않으면서 여자 배우에게는 굳이 '여배우'라고 지칭하는 것에 많은 이들이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왜' '굳이'라고 묻거나 혹은 '딴지걸기'처럼 치부되고 있기까지 하다.

이처럼 이미 많은 이들이 공인들이 무심코 내뱉는 성차별 표현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 현 시점에서 공인이라면 '여성스러운', '남성답게' 같은 맥락에 있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성차별적인 표현들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여배우 같지 않다' 발언은 드라마 제작발표회, 영화 제작보고회 등 새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의 단골 멘트다. 배우 조한철은 영화 '더 펜션'를 통해 함께 작업한 동료 배우 박효주에 대해 "여배우 같지 않다.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준다. 막대해도 되는 친구 같은 배우"라고 말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 '여배우 같지 않다=성격이 털털하다' 정도로 해석되지만, 함축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남성 카르텔 안에서 그동안 '여배우'에게만 요구했던 한정적인 고정역할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여배우'라는 이유만으로 겪은 차별과 억압이 존재함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배우를 '꽃'으로 비유하는 표현도 같은 맥락에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여배우=꽃'으로 표현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올해 1월에도 정우성이 동료배우 염정아를 '꽃'에 비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나마 요근래 '여배우=꽃'라는 발언은 그 전보다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여배우=꽃'이 성차별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여배우=꽃'이라는 표현이 성차별 표현의 상징적인 하나의 예로써 남녀 성역할을 반전한 '미러링' 기법 등을 통해 각종 미디어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정우성의 발 빠른 피드백도 이 같은 변화를 보여준다. 정우성은 논란 직후 "표현한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받아들이는 대상이 불편한 마음을 느꼈다면 그 표현은 지양돼야 하고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하며 "개인적으로 이 기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쓰이는 차별적 표현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또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미디어와 대중에게 노출되는 공인의 말은 의도와 상관 없이 오해를 받기 쉽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만 한다. 성평등 교육 전문가들은 공인들이 대중들에게 끼치는 막대한 영향력에 대해 강조하며 공인으로서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변신원 교수는 "남녀를 구분짓고 성별로 나뉜 고정 이미지에 집중하기보다는 한 인격체로서 바라봐야 한다. 성역할보다는 각 개인의 특성에 집중해야한다. 무엇보다 같은 직업을 가진 동료로서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 더셀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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