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시청률 시계제로, TV사극은 달라져야 한다.
입력 2019. 09.27. 15:13:57
[더셀럽 윤상길 칼럼] 지상파, 종편, 케이블TV, 드라마를 방송하는 모든 방송미디어가 초비상상태다. 많은 시청자가 유튜브 등 동영상 시스템인 OTT 쪽으로 몰리면서 시청률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 10%만 넘겨도 대박이란 소리를 듣는다. 실제로 2~3%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가 수두룩하다. 외주제작사를 포함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 모두가 난국 타개책을 세우기에 머리를 싸맨다.

안방극장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볼거리가 많아진 미디어 환경 탓이다. 리모컨 전쟁을 벌여야 했던 옛이야기가 그립다는 관계자도 여럿이다. 휴대전화 하나로 그보다 수백배 많아진 콘텐츠에서 볼 것을 찾는 요즈음이다. 그래서 방송 관계자들은 지금의 시청자 입맛에 맞는 드라마 찾기에 골머리를 앓는다. 가능한 모바일 기기에서 찾기 어려운 아이템을 개발하려 한다. 요즘 부쩍 TV사극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5~10분짜리 웹드라마가 인기다. 웹툰에 익숙한 젊은층이 드라마도 웹드라마 시청으로 기호를 바꿨는데, 유독 모바일에서 사극은 만나기 쉽지 않다. 게임처럼 제작된 CG 드라마까지 갖가지 형태의 드라마가 넘쳐나지만, 모바일용 사극은 제작되고 있지 않아서이다. 사극은 현대물에 비해 우선 제작비가 더 소요된다는 점도 작용한다. 사극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TV를 통해야만 사극을 만날 수 있다. TV사극이 계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방송된 TV사극은 2편. MBC ‘신입사관 구해령’과 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이하 꽃파당). ‘신입사관 구해령’은 26일 종영됐고, ‘꽃파당’은 3주차 방송을 앞두고 있다. 30일에는 KBS2에서 ‘조선로코-녹두전’ (이하 녹두전)이 시작되고, 10월 4일에는 JTBC에서 ‘나의 나라’가, 11월 중에는 TV조선에서 ‘간택-소녀들의 전쟁’ (이하 간택)이 방송될 예정이다.

TV사극의 시청률은 대체로 저조하다. ‘신입사관 구혜령’은 40부작이 방송되는 도중 최고 시청률 7.3%(10회차)에 줄곧 5~6%를 기록했고, ‘꽃파당’은 3%대로 시작해 4회차에 겨우 4%대에 도달했다. 하지만 ‘화제성’ 순위에서는 상위권에 오른다. 이는 TV 시청은 하지 않지만 모바일을 통한 검색의 빈도는 높다는 것이다. 시청률에 따라 광고 수주가 결정되는 현실로 볼 때 TV사극은 ‘속 빈 강정’ 드라마이다.

TV사극이 계속 등장하지만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장르만 사극을 택했을 뿐 그 안에 담긴 콘텐츠에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배진성 가천대 교수는 “사극을 장르로만 보면, ‘액션+로맨스’ 정도의 정보만 제공한다. 이것을 콘셉트로 풀면,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가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헤어지고, 사랑을 이루어내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액션이 펼쳐지는가‘가 된다. 여기서 ’어떻게‘라는 부분이 코드가 되는데 이 부분에 변별력이 떨어진다.”라고 설명한다.

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의 TV사극은 주인공의 신분과 캐릭터를 종전의 것들과 차별화 시키고 있다.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 특히 궁중에서의 암투나 그에 따른 액션물이 아니라 특별한 계층과 신분으로 포장된 인물을 앞장세우고 있다. ‘신입사관 구혜령’은 조선의 첫 여자 사관(史官)이, ‘꽃파당’은 남자 매파(중매쟁이)가 주인공이다. ‘녹두전’의 핵심 인물은 여장남장 기생이다. 이에 비해 ‘간택’은 왕비가 되려는 여인들, ‘나의 나라’는 정권 교체 시기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기존 사극의 콘텐츠를 빌려온다.

사극은 과거 어느 시대의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해서 드라마 장르로 승부를 건다. 그렇게 하면 대체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있었던 사건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봐야 할’ 드라마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TV사극은 가능하면 넓은 연령대의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드라마가 유리할 수 있다. 배진성 교수는 “앞으로 TV사극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장르를 겨냥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새로운 콘텐츠와 익숙한 콘텐츠의 경쟁에서 어느 쪽이 우세를 보일는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좋은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가 된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시청률이 높은 좋은 드라마가 되려면 TV사극은 어떤 콘텐츠를 가져와야 할까. TV사극은 원작이 있으면 유리하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원작, 또는 많이 알려진 원작을 드라마로 만들면 “시간이 아깝다”며 위험을 감수하는 소중한 시청자에게 리스크 해지가 되어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소설이든 웹툰이든 게임이든 상관없다. 대중적 지지를 이미 확보한 익숙한 것이라면 높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웹툰을 원작으로 한 ‘녹두전’은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원작을 드라마화할 때 시청자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역시 캐스팅이다. 물론 어느 드라마든 캐스팅에 신경을 안 쓰겠냐만 원작이 베이스가 될 때는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미 잘 알고 있고 익숙한 만큼 스토리에 대한 학습은 되어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청자는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싱크로율을 계산하게 된다. 그 인물이 스타파워를 지닌 빅스타라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요즘 TV사극에서는 빅스타를 만날 수 없다. 치솟은 출연료 때문이다. 제작사가 BEP(손익분기점)를 맞출 수 없는 상황에서 높은 개런티의 연기자를 기용하기 어렵다. 그 대신 새로운 스타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새로움은 있다. ‘꽃파당’의 김민재, 공승연, 서지훈, ‘녹두전’의 장동윤, 김소현, 이은형, ‘나의 나라’의 양세종, 우도환, 김설현, ‘간택’의 김민규, 이열음 등이 그들이다.

빅스타이든 신인스타이든 항상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출연배우의 사생활도 시청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방송 도중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방송 사고에도 늘 신경을 써야 하지만 출연배우의 예상치 못한 스캔들이 터지는 경우 시청률에 바로 영향을 준다. 시청률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동시간대 드라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드라마는 프로야구 가을잔치가 열리면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낮아진다. 따라서 10월 TV사극의 시청률 추이도 관심거리이다.

시청자는 어떤 유형의 사극을 좋아할까? 이와 관련해 TV사극을 분석한 자료는 아직 없다. 참고로 영화의 경우를 보자. 영화계에서도 사극은 환영받는 장르이고, ‘명량’, ‘광해, 왕이 된 남자’, ‘왕의 남자’ 등은 1000만 관객을 모았다. 한 영화 배급전문가는 “과거(시대) 실제 있었던 사건(실화 바탕)을 기준으로 한 드라마가 가장 환영받는다. 그 다음으로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준으로 만든 액션 장르가, 그리고 과거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족 드라마의 순서로 선호도가 높았다”라고 분석했다. TV사극 관계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KBS2 ‘조선로코-녹두전’, JTBC ‘나의 나라’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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