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알람’ 김소현, 교복은 그대로 내면은 한 층 더 [인터뷰]
입력 2019. 09.21. 17:08:01
[더셀럽 김지영 기자]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지 않아요.”

작년 배우 김소현은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를 끝낸 후 학교물은 조금 시간이 흐른 뒤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약 일 년 만에 다시 교복을 입고 만난 작품 속 김소현에겐 전에 보지 못했던 감정의 깊이가 드러났고 교복을 입었을 뿐, 내면은 더욱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공개된 세계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좋아하면 울리는’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김소현은 극 중 선오(송강)와 혜영(정가람)의 사랑을 받는 고등학생 조조로 분했다.

웹툰으로 접할 때까지만 해도 김소현은 자신이 작품의 주인공이 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선오와 혜영 사이에 서 있는 조조를 응원하는 팬일 뿐이었다. 특히나 KBS2 드라마 ‘후아유- 학교 2015’ ‘페이지터너’ ‘악몽선생’ 등 다수의 고교물에 출연했던 그는 ‘라디오 로맨스’를 발판으로 성인 캐릭터로의 도약을 꿈꿨었다.

그러나 운명처럼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 ‘좋아하면 울리는’은 김소현의 결심을 흔들었다. 일정에 쫓겨 급하게 촬영해야 하는 채널 편성 드라마가 아니었고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시청자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전개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안심이 들었다. 특히나 ‘성인이 되면 교복 입는 연기는 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먹었던 생각은 막상 성인이 되고 보니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깨달았기에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원점으로 돌아갈 것 같아서’ 학생연기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작년에 했다. 교복을 입으면 어린 느낌이 남아있고 애처럼 보이니까. 그런데 막상 스무 살, 성인이 되니까 크게 달라진 게 없더라. ‘성숙해 보이려고 노력을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했던 것도 대중들이 ‘좋아해 주시는 작품이 뭘까’하고 생각을 하니 그 시절의 풋풋한 모습을 좋아할 것 같았다. 이제 막 10대를 벗어났는데 10대를 다시 기억하는 느낌도 있었고. 작품에선 성인 된 조조의 모습도 있으니 저를 기념하는 작품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걱정은 다른 부분에도 있었다. ‘언플러그드 보이’ ‘오디션’ 등으로 유명한 24년차 만화가 천계영 작가의 팬층이 두터웠고 더욱이 김소현 본인도 ‘좋아하면 울리는’의 애독자였기에 웹툰에서 구현되는 삼각 구도를 드라마로 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됐다.

“걱정이 많이 됐다. 원작 팬층이 단단했고 저도 봐온 사람으로서 삼각 구도를 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로 잘못 표현이 돼서 반감을 사거나 실망을 많이 하면 어쩌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갖고 간다고 들어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좋아하는 웹툰이기도 하니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하게 됐다.”

두 남자 캐릭터에게 관심을 받는 여자 캐릭터는 긍정적이고 밝게 그려지는 것이 로맨틱 장르 드라마의 일반적인 서사다. 그러나 ‘좋아하면 울리는’의 조조는 사고로 가족을 잃고 이모 집에서 얹혀 지내며 무시와 핍박을 견디며 자랐다. 경제적 지원도 없어 고등학생임에도 두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이를 친구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했던 거짓말이 왕따라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결국 조조의 곁에 남는 것은 선오 뿐이다.

하지만 많은 일을 겪고 성장하는 조조를 몰입하는 데 어려움은 딱히 없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고 이에 따라오는 힘듦과 그간 작품 속 다양한 캐릭터로 변하면서 겪은 감정은 조조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됐다. 그러나 캐릭터와 하나가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조조의 고통은 김소현에게도 정신적으로 지장을 줬다. 하지만 속으로는 무너지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을 다잡으며 우울감을 떨쳐냈다.

“촬영 중에는 심적으로 지치게 되더라. 그런데 제가 캐릭터에 깊게 빠져들어서 못 헤어나오는 성격은 아니다. 촬영이 끝나고 한 달 정도 여운을 갖고 있긴 하다. 그 시기를 그냥 내버려 둔다. 그리운 대로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된다. 굳이 억지로 ‘안 되지’하는 것보다 받아들이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지면 활발해진다.”



자신이 모태솔로라고 밝힌 김소현은 로맨스 작품을 하면서 연애의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김소현과 함께 호흡한 송강은 촬영 중 김소현에게 ‘심쿵’을 느낀 적 있다고도 털어놨다. 김소현은 쑥스러워하며 “둘 다 쑥스러워할 수는 없지 않냐”며 선배로서의 의젓함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뭔가를 할 때 제가 더 적극적으로 했던 것 같긴 하다. 손잡는 것이라든지 여성 시청자들이 볼 때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다정하고 배려받는다고 느껴지는 포인트들을 먼저 생각해냈었다. 예를 들면 은행나무 길에서 걸어갈 때 손깍지를 끼자고 먼저 말을 했었다. 하지만 골목 키스씬만큼은 적극적이지 않았다.(웃음) 실제로도 많이 설렜다. 원작에서도 좋아했던 장면이었는데 촬영장도 예뻤고 가까이서 교감한다는 게 설레고 예쁘더라.”

‘좋아하면 울리는’이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만큼, 대부분 배우가 신인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촬영장에서도 ‘너는 잘하잖아’하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었다. 김소현은 “감사하지만 부족해도 말을 하면 안 되나 싶어서 혼란스러웠다”고 솔직하게 말했으나 지금은 부담보다는 기분 좋은 기대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기대를 부담으로 생각해 ‘더 잘할 수 없을까’하는 걱정, 우려보다는 자신의 할 몫을 다 해내는 책임감 있는 배우로 성장하기 위함이었다.

“연차에 대한 부담보다 기대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지 않나. 사실 그것에 대해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온전히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연기 선생님에게 이를 털어놨었다. 선생님께서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생각한다고 잘해지냐’라며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잘하고 있다고 해주셔서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 그때부터는 내려놓고 한다. 이젠 그런 말을 들어도 ‘제가 뭐라고요’하고 가볍게 넘기고 신경을 크게 쓰지 않는다. 제가 할 몫만 하자는 마음이다.”

김소현은 차기작으로 KBS2 드라마 ‘조선로코- 녹두전’으로 결정지었다. 이 역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 대중이 선호할 만한 작품을 선택하는 능력이 탁월한 그는 작품을 통해 자신감을 배우기도 한다며 훗날엔 더욱 당당하고 강한 캐릭터를 맡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인간으로서 단단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할 때 힘이 많이 됐고 그런 캐릭터가 저한테 잘 맞는 것 같다고 생각을 했었다. ‘페이지터너’ 윤유슬이 그랬었다. 당당하고 할 말 다 하는 캐릭터인데 당시 저와는 반대되는 캐릭터여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작품을 소화하고 난 뒤엔 자신감이 생겼고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역을 만나고 난 뒤 나중엔 센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김지영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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