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영화·방송의 중심축으로 등장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
입력 2019. 07.01. 17:07:40
[더셀럽 윤상길 칼럼] 미디어 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즈’ (One Source Multi Use, 이하 OSMU)의 시대를 지나 트랜스미디어(Trans-media) 시대로 진입했다. OSMU와 트랜스미디어는 언뜻 유사해 보이지만 그 환경은 다르다. 가장 확실한 차이는 시간성의 문제다. OSMU는 단기적이지만 미디어콘텐츠는 장기적인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차이이다.

영상물의 융복합 시대가 열리면서 트랜스미디어가 주목받고 있다. 트랜스미디어는 횡단 또는 초월을 뜻하는 트랜스(Trans)와 미디어(Media)의 합성어. 미디어 간의 경계를 넘어 서로 융합하는 현상을 말한다. 영화 방송 모바일 게임 웹툰 광고 SNS 따위의 미디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특징을 지닌다.

미디어업계의 효자 콘텐츠이었던 OSMU의 가장 큰 이점은 콘텐츠 사이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 마케팅 비용을 상대적으로 최소화하고 이미 성공한 콘텐츠를 활용하여 다른 콘텐츠 장르의 매출에도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콘텐츠의 경제적 이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공한 원천 콘텐츠에 편승하여 반복 활용하는 수준에 머문다는 흠결을 지닌다.

반면, 트랜스미디어는 콘텐츠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원천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을 유지하면서 또 다른 스토리를 연속적으로 만들어간다는 장기적 콘텐츠로서의 시간적 이점을 지닌다. 이 콘텐츠는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지 않고, 콘텐츠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면서 기획된다. 다시 말해 기존 콘텐츠의 소비자(팬)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소비자를 창출하는 형식이다.

이해를 돕자면,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물에서 ‘속편’ 또는 ‘시리즈’ 넘버 등으로 제작되는 콘텐츠가 바로 트랜스미디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 제목은 소비자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오래 전부터 사용됐고, 현재도 여러 영상물이 극장과 TV에서, 모바일의 웹드라마에서 쓰이고 있다. TV의 경우 드라마뿐 아니라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 콘텐츠를 선호하고 있다.

TV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tvN)는 시즌17까지 진행됐고, ‘응답하라’(tvN) 시리즈도 특정 시기를 지정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 종영된 OCN의 ‘구해줘 2’와 ‘보이스 3’, 방영 중인 MBC ‘검법남녀 시즌2’도 트랜스미디어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동상이몽2’, ‘연애의 맛2’, ‘대화의 희열2’, 최근에 소환된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등 예능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다.

영화에서의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는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를 입증하듯이 해외에서는 트랜스미디어 이론을 적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일찍이 탄생했다. 1962년에 발표된 ‘007 살인번호’에서 ‘007 스펙터’까지 총24편이 제작된 ‘007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반지의 제왕 시리즈’, ‘스타트렉 시리즈’도 빠질 수 없는 콘텐츠이다.

최근 들어서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가 트랜스미디어의 대표주자로 나섰다. ‘어벤져스’에는 요즘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하지만 여전히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헐크’ 등이 중심이다. 각 히어로들은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고유 스토리가 있는 시리즈를 갖고 있다. 다른 시리즈와도 연관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벤져스’는 대표적 트랜스미디어이다.

한국영화에서의 트랜스미디어 현황은 어떠한가. 전문가들이 꼽는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는 ‘설국열차’(봉준호 감독)와 ‘부산행’(연상호 감독)이다. ‘설국열차’는 프랑스 만화 ‘Le Transperceneige’가 기획의 계기가 되었고, 윤태호 작가의 웹툰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이 영화 완성을 도왔다.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영화 ‘설국열차’는 원작과 연결되는 세계관을 유지한 것이다.

‘부산행’은 스토리의 진행 주체인 좀비 바이러스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영화 ‘부산행’은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연결된다. ‘서울역’은 ‘부산행’의 프리퀄(시간상으로 전편보다 앞선 이야기)이다. ‘부산행’과 ‘서울역’은 서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고 동일한 매체가 아닌 서로 다른 매체 변환을 통해 콘텐츠가 제작되었기 때문에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라 할 수 있다.

1000만 관객 동원 영화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 시리즈도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 볼 수 있다. 1편 ‘죄와 벌’, 2편 ‘인과 연’ 모두 저승과 현실의 심판을 다루었다는 점, 출연배우의 연속성 유지로 볼 때 유사한 스토리텔링에 따른 별개의 콘텐츠란 평가다. 제작진은 ‘신과 함께 3편’을 오는 2021년 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유바리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아타미영화제 개막 초청작 등의 성공을 거둔 문신구 감독의 종교영화 ‘원죄’가 시리즈물로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사이비 신앙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그릇된 교조를 비판하는 ‘원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은 ‘불꽃’이란 제목으로 곧 촬영에 들어간다. 문신구 감독이 1편에 이어 연출을 맡고, 출연배우는 거의 교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 콘텐츠의 기본은 스토리텔링이다. 따라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핵심도 스토리텔링에 있다. 그래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속편이나 시리즈의 개념처럼 구분할 수 있다. 원작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주인공이나 줄거리는 전혀 다른 것으로 창작자에 의해 오리지널 작품에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콘텐츠로 소비자를 만난다.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는 영화와 TV드라마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서 환영받고 있다. 무대에서도 오래전부터 이 콘텐츠는 재해석 재구성 등의 이름으로 공연된다. 정극 무대에서 뮤지컬 무대로 옮겨지고, 시대를 앞서거나 뒤로 돌려 극을 구성하기도 한다. 대중음악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방탄소년단(BTS)의 학교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렇듯 트랜스미디어는 대중문화 전반에서 지속가능한 콘텐츠로 문화산업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 오늘날 많은 나라가 문화산업을 경제 성장의 중심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문화 산업의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문화산업의 성패는 전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중심에 트랜스미디어 콘텐츠가 자리하고 있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드라마,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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