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봉준호 칸영화제 쾌거, 한국영화 100년 이후의 과제는?
입력 2019. 05.27. 13:47:02

봉준호

[더셀럽 윤상길 칼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는 BTS(방탄소년단)의 세계 팝시장 석권과 함께 한국 대중문화예술계의 저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올해 상반기 최대의 성과이다. ‘승리 스캔들’이 갉아먹은 한류의 치부를 한방에 덮어버린 쾌거이다. 대중문화예술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국력을 확대시켰다는 평가다.

영화계는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는 2019년, 모든 영화인에게 자부심을 안겨준 특별한 선물”이라고 한목소리로 축하의 말을 전한다. 올해는 1919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구토(義理的仇討)가 서울 단성사에서 상영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이다. 여러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계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있을 수 없다.

‘기생충’은 문화 변방 국가였던 한국을 이제 전 세계 시네필로부터 첫손 꼽히는 영화 강국으로 변화시켰다. 한국영화계의 칸영화제 도전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한국영화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처음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면서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본상에 해당하는 경쟁부문에는 1999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진출했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본상 수상은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2007년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이후 한국영화는 2016년 ‘아가씨’(박찬욱 감독), 2017년 ‘옥자’(봉준호 감독), ‘그 후’(홍상수 감독), 2018년 ‘버닝’(이창동 감독)까지 매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문을 두드렸다. 이처럼 이두용 감독을 시작으로 임권택,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칸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알려왔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드디어 그 정점에 섰다. 선배 감독들의 도전이 밑거름이 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칸 영화제 진출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06년 제59회 감독주간 초청작 ‘괴물’을 시작으로 61회 ‘도쿄!’, 62회 ‘마더’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2017년 ‘옥자’로 경쟁부분에 첫 노미네이트되었고,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는 ‘하나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도전이 필수’라는 ‘과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유의미한 결과는 그저 얻어지지 않는다. 무단한 노력과 상당한 대가를 치를 때에 얻어진다. 영화감독에게 칸영화제는 꿈의 공간이다. 모두 칸의 레드카펫을 밟고 싶어 한다. 칸의 초청을 받으려고 이 영화제 수준에 걸맞은 작품을 내놓으려 노력한다. 수많은 영화인의 힘이 모아지고, 적잖은 경제적 지원이 그 대가로 지불되어야 가능하다.

봉준호 감독의 오늘의 영광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의 결과가 아니다. 그의 시작은 미약했다. 그러나 남달랐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영화아카데미에서 1년 동안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그는 단편영화 연출로 감독생활을 시작했다. 첫 연출작은 24살에 만든 18분짜리 단편 ‘백색인’, 그 다음해에 30분짜리 단편 ‘지리멸렬’을 발표했다.

‘백색인’과 ‘지리멸렬’은 감독 지망생에게 ‘사전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교과서와 같은 작품이다. 이들 단편영화를 통해 그는 선배 영화인들에게 주목을 받으면서, 장편영화 감독으로는 빠른 편인 31살에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 다음 작품인 ‘살인의 추억’으로 스타 감독으로, 이제는 ‘1000만 감독’은 물론 해외 영화계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한국의 대표 감독이 되었다.

칸영화제는 작품을 출품하고 싶다고, 참석하고 싶다고 해서 출품하고 참석하는 영화제가 아니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로부터 초청을 받지 못하면, 자국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작품이어도 출품할 수 없고, 스타 영화인으로 유명하더라도 참석할 수 없다. 대부분의 국제 영화제가 그렇지만 특히 칸영화제는 초청 작품과 참석 영화인 선정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제 봉준호 감독의 수상 이후, 한국영화 100년 주년 이후의 청사진이 필요한 때이다. 칸영화제 수상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영화는 그동안 변방이었다. 우리에 앞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시아 국가는 네 나라. 일본, 중국, 이란, 태국에 이어 한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5번째 수상국이다. 따라서 한국영화가 아시아 최고라는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일본영화는 우리보다 무려 65년이나 앞선 1954년 기누가사 데이노스케 감독의 ‘지옥문’이 첫 수상한 이래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까지 5번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중국은 1993년 천 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 이란은 1993년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향기’, 태국은 2010년 아피차퐁 위라세타쿨 감독의 ‘엉클 분미’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비록 뒤늦은 수상이지만 봉준호 감독의 쾌거로 한국영화의 발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은 분명하다. 이런 때 칸영화제 같은 국제영화제 수상자들에게 요구되는 제일의 덕목은 ‘철저한 자기관리’이다. 부실한 자기관리로 추락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나 김기덕 감독 같은 유명감독들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기 때문이다.

성폭력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국내 활동을 중단한 김기덕 감독, 그는 한때 국제영화제가 인정한 한국의 대표감독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그의 23번째 장편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지난 3월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받았으나, 경쟁부문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 영화제에서는 국제적으로 덜 알려진 문신구 감독의 ‘원죄’가 경쟁부문 외국영화 최고상인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해 한국영화의 체면을 세웠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식에 SNS에는 영화 관계자들의 관련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 축하의 글인데, 개중에 영화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자기과시형 댓글들이 ‘옥의 티’로 지적되고 있다. 자신이 연출 예정인 작품 제목을 앞세워 “나도 칸영화제에 간다”거나 “칸영화제 출품 예정작 응원해주세요” 같은 자가발전식 댓글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칸영화제는 자신이 원한다고 누구나 작품을 출품하고 참석할 수 있는 동네 잔치가 아니다. 이들은 ‘칸영화제-봉준호감독 수상-나도 영화감독’이란 등식을 만들어 자신을 봉준호 급으로 격상시키고, 이를 근거로 주변의 스태프와 배우들을 현혹시켜 이득을 보려는 ‘무늬만 감독들’이다. 이들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이력을 보고 겪고 배우는 것이 먼저다. 언제나 축제 뒷골목에는 쓰레기가 쌓이게 마련이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칸영화제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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