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연예계 ‘바지사장’과 ‘얼굴마담’, 그 민낯이 보고 싶다
입력 2019. 02.25. 11:26:00

승리

[더셀럽 윤상길 칼럼] 어학사전(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바지사장’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명의만 빌려주고 실제는 운영자가 아닌 사장”을, 또 ‘얼굴마담’은 “어떤 분야나 집단에서, 실속은 없이 겉으로만 그 분야나 집단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말한다. 사전에서 ‘명사’로 품사 구분이 되었을 만큼 이 말들은 사람들에게 쓰임새가 있고, 언어 속에 녹아들어 있다.

바지사장과 얼굴마담은 ‘알맹이 없는 허울뿐인 직책’이란 점에서는 유사하다. 대체로 불법적인 일에 연루돼 곤욕을 치루는 경우가 많은데, 바지사장은 본인이 그 불법 상황에 적극적으로, 얼굴마담은 소극적으로 가담한다는 차이가 있다. 불법 상황의 ‘몸통’이 아니라 ‘꼬리’이거나 ‘깃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꼬리나 깃털로 위장한 몸통도 있어 바지사장과 얼굴마담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연예계에도 바지사장이나 얼굴마담을 경험한 사람이 적지 않다. 재력가와 손잡고 프랜차이즈 사업의 공동경영자로 나선다든가, 유흥업소의 얼굴마담으로 이름을 알리고, 요즘은 암호화폐 세계에서도 연예인의 이름이 나돌고 있다.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빚투’(유명인 가족이 사기를 치거나 돈을 갚지 않는 등의 물의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촉발된 일련의 사회 현상) 사건에서 보듯이 적잖은 연예인이 얼굴마담으로 등장한다.

폭력, 마약, 성폭력, 뇌물, 미성년자출입 등 온갖 범법 혐의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1억원짜리 술 세트가 버젓이 메뉴에 올라있는 이 별천지에 이름을 올린 빅뱅의 멤버 승리. 그에게 쏟아지는 바지사장이거나 얼굴마담이란 대중의 지적은 잘못된 시선에서 나온 것일까. ‘대표님’으로 불렸다는 몇몇 관계자의 증언이나, 한때 그와 가족이 등기부등본상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로 미루어 이 지적은 크게 어긋나 보이지 않는다.

버닝썬의 실소유주가 누구냐 하는 사실과는 별개로 승리는 버닝썬 운영에 일정 부분 관여함으로써 상징적 이득을 취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버닝썬과 관련된 사안들이 빅뱅의 멤버 가수 승리로서의 연예활동과는 거리가 있고 오히려 대중의 사랑을 자양분으로 성장한 유명세를 활용한 ‘적극적 운영’ 태도를 보였음으로 바지사장이란 지적도 무리는 아닌듯하다.

그는 사태 초기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라는 사과문을 발표했고, 그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도 같은 취지로 상황을 정리했다. 일정 부분 자인한 셈이다. 아무런 연관이 없다면 이런 사과를 한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버닝썬이 혐의를 받고 있는 부분에 일체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경영 주체도 아니고 바지사장도 아니란 주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그는 얼굴마담에 지나지 않는다.

승리가 버닝썬의 바지사장도 아니고 얼굴마담도 아니었다면, 적어도 톱클래스 연예인이 지녀야할 합리적 가치관은 보여주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사 과정에서 버닝썬을 비롯한 고급 클럽 주변에서의 불법적 혐의들이 나타나고, 빈부의 격차 문제가 이 사회의 화두가 되어 있는 현실에서 1억원짜리 술을 파는 현장을 그가 수수방관 했다는 것은 정상급 스타로서는 분명한 도덕적 직무유기이다.

승리에게 쏟아지는 “바지사장인가 얼굴마담인가 그 민낯을 보고 싶다”는 대중의 목소리는 합리적 의심에서 출발한다. 톱스타에게는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소한 실수에도 당사자는 “잘못했다”라며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 본인으로서는 억울해도 대중이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승리는 비난 속에서도 최근의 단독 콘서트를 진행 중에 있다. 대중이 그의 민낯을 보고 싶어 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연예인에게 이미지는 중요하다. 자숙이 필요한 때에 보여주는 승리의 거침없는 행보는 다수의 대중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태도로 인지되어 대중의 공분을 자아내고 결국은 그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 승리와 같은 톱스타는 경제학에서 이야기 하는 연예계의 ‘자본 엘리트’이다. ‘자본 엘리트’는 극단의 소득을 추구하고, 이 과정에서 부당한 방법의 소득에도 눈을 감는 위험과 맞닿을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유명인의 극단적 소득 추구를 “결과적으로 사회의 공공질서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욕망의 무한질주이다”라고 지적한다. 승리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무한질주’를 계속한다면 이는 바지사장 얼굴마담으로 위장한 ‘연예계의 잘못된 자본 엘리트’임을 자임하는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늦었더라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책임은 매우 무겁고 엄중한 것이어야 한다. 빅뱅과 가수 승리의 오늘을 일궈낸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승리의 ‘민낯’이 보고 싶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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