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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퍼즐] 시청자 욕구 채워주기…신인극작가를 기대하며

2019. 01.28. 10:56:53

[더셀럽 윤상길 칼럼] 시청자들은 새로운 드라마를 찾는다. 좋은 드라마라 해도 비슷한 내용, 비슷한 연출, 그 얼굴이 그 얼굴인 배우들, 비슷한 전개가 반복된다면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드라마의 출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청률의 압박, 광고 판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편성 관계자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과정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복적이고 도전적인 극본이 채택된다 하더라도 방송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무산될 가능성은 높다. 물론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송사는 꾸준히 좋은 극본을 공개 모집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 같은 공적 기관에서의 지원 작품도 다수 등장하는 등 드라마 시장 내에서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들 과정은 신인작가들이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케이블채널 tvN의 ‘드라마 스테이지’는 자타가 공인하는 신인작가들의 등용문이다. 2017년 12월 2일부터 방송 중인 tvN의 단편 드라마 시리즈로 2018년에 이어 2019년 들어와서도 계속되고 있다. 이 시리즈는 tvN의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사업인 오펜(O’PEN)의 ‘드라마 스토리텔러 단막극 공모전’을 통해 해마다 10편을 선정하여 제작 방송되고 있다.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안방극장에 소개된 신인작가는 그동안 줄잡아 2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단막극으로 데뷔 신고를 치렀는데, 아쉽게도 드라마의 시청률은 기대보다 높지 않다. 2017년 시작된 이후 김동경의 ‘오늘도 탬버린을 모십니다’와 박주연의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 등 두 편이 기록한 1.5%가 최고 시청률이다. 지난 1월 12일 방송된 김도연의 ’각색은 이미 시작됐다’ 등 6편은 0.6% 시청률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신인작가 작품의 저조한 시청률은 그들의 장편 드라마 작가로의 진출에 어느 정도 장애로 작용한다. 전반적으로 고만고만한 결과이고 보니 대부분 작가는 또다시 긴 기다림을 겪어야 한다. 단막극 데뷔 이후 드라마 작가로 번듯하게 서려면 ‘미니시리즈’라는 관문을 지나야 한다. 단막극이 아닌 호흡이 긴 작품으로 승부를 보지 못하면 데뷔를 하고도 백수의 삶이나 다름없는 처지에 놓이는 게 드라마 작가의 현실이다. 그들의 도전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2014년 KBS 극본 공모에 당선돼 단막극 ‘낯선 동화’로 신고식을 치렀던 신수림 작가가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또다시 극본 공모의 문을 두드린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두 번째 단막극 ‘B주임과 러브레터’는 2017년 12월 방송됐다. 지난 1월 26일 방송된 tvN ‘반야’의 작가 유경민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부산영상위원회의 ‘2014 영화 시나리오 기획 개발 워크숍’에 참여하는 등 여러 작품을 발표했지만 5년이 지나서야 겨우 데뷔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이처럼 단막극 작가로 데뷔하고도 미니시리즈, 나아가 일일드라마 작가로 자리 잡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어렵다. 하지만 이 불가능을 현실에서 이뤄낸 작가도 있다. tvN ‘왕이 된 남자’의 신하은 작가와 MBC ‘나쁜 형사’의 강이헌 작가, 두 사람이다.

신하은 작가는 ‘드라마 스테이지-문집’(2018년 1월 6일 방송)으로 데뷔했고, 강이헌 작가는 오펜 1기 출신이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보조작가’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하은 작가는 김선덕 작가의 보조 역할을, 강이헌 작가는 같은 신인 작가인 허준우 작가와 공동작업을 하는, 메인 작가 범주에서 비켜나 있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감각을 지닌 신인 작가의 등장을 바라고 있지만 이처럼 방송작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미 선생님 반열에 올라 있는 기성 작가들의 아성 앞에서 ‘넘사벽’을 실감할 뿐이다. 방송국과 외주제작사의 제작자나 유명 PD들은 이름난 작가만 찾는 현실이다.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의 김은숙 작가, ‘SKY 캐슬’의 유현미 작가 같은 거물 작가의 스케줄만 기다린다. 그만큼 드라마 제작에 있어 작가의 파워가 강해졌다는 얘기다.

김은숙, 노희경, 박지은, 김순옥, 유현미 작가 등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이들 스타 작가의 경우 미니시리즈 기준으로 회당 1억원에 가까운 원고료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드라마 작가가 선망의 직업이 된 지 오래이다. 하지만 작가가 되는 것도, 작가로 빛을 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매년 수천명이 노트북을 껴안고 산다. 전업작가가 아니고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탓으로 대부분 백수생활을 감내한다.

신인 작가의 등장은 드라마의 재생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문제는 공모전이나 지원작 같은 작가 데뷔 경로가 작가 스스로에게 자기검열을 요구하면서, 작품의 내용과 질마저 제한한다는 방송풍토에 있다. 작가 지망생들은 데뷔를 위해 제작 관계자의 입맛에 맞는 글, 일명 ‘데뷔용 글쓰기’를 수련한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개성을 점점 잃을 수밖에 없다. 신인 극작가에게는 우군이 없다. 그들이 영화계의 ‘독립영화’를 부러워하는 까닭이다.

TV드라마가 안방극장에 넘쳐나지만 한 두 작품을 제외하고, 대중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TV드라마를 찾는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다. 드라마의 위기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웹드라마로 팬들이 옮겨가고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하는 드라마도 등장하고 있는 요즘이다. 미드 일드에 중국드라마까지 IPTV에 넘쳐난다.

드라마 팬들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좋은 드라마, 뛰어난 영상을 찾는다. 그럼에도 방송사나 공적 기관들은 신인 공모제나 지원제도만을 고수하고 있다. “좋은 TV드라마가 무엇인지 선정하는 기준은 방송사가 독점할 수 있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기존의 유명작가들이 방송사와 마치 카르텔을 형성하듯 드라마 시장을 독점하는 듯한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신인 작가들이 TV드라마 세계에 진입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공모전이나 지원제도가 본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TV드라마의 본질적 문제는 시청률이 점점 떨어진다는 데 있다. 드라마 시장을 넓히지 못하면 신인 작가의 출현도, 기존 극작가들의 기회도 지속될 수 없다. 공모전이나 지원제도를 통해 선발된 신인 작가라면 방송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실력 있는 신인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미니시리즈 등 장편물에 ‘보조작가’일망정 적극 수용하고, 언론 홍보 등에 나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호흡이 긴 미니시리즈 등에 녹아드는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TV드라마의 다양성이 살아난다. 방송사는 작품성, 문학성,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그 땅위에 신인 작가들이 새 씨앗을 뿌려 한국 TV드라마에 신선한 결실을 가져오기를 기대해본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tvN의 ‘드라마 스테이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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