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비슷한 막장 너도나도 … ‘미스 마’ 너마저
입력 2018. 11.26. 09:32:27
[더셀럽 윤상길 칼럼] SBS 토요드라마 ‘미스 마:복수의 여신’(이하 미스 마)이 막을 내렸다. 19년 만에 국내 드라마에 복귀한 할리우드 스타 김윤진의 출연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최종회 시청률 7.4%(TNMS 집계), 평균 시청률 5% 중반, 시청률만으로는 평작 수준이다.

극의 결말은 인과응보(因果應報)이며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악의 주축인 양미희(김영아) 부장검사는 천형사(이하율)의, 친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장철민(송영규)은 양검사의 총에 맞아 죽는다. 악인이 응징을 받는 교과서 식 수순을 밟았지만, 결말에 이르는 과정은 막장 드라마 그대로였다. 막장의 수준을 넘어 엽기 드라마란 평가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 드라마의 엽기성은 극의 단초가 되는 아동 살인에서 이미 예상됐다. 아버지가 어린 딸을 희생시키는 천륜 범죄를 저지르고, 그 범죄를 감추기 위해 또 다른 아동을 살해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는 원론적 주장은 아동 상대 극악 범죄에서는 설득력을 잃는다. 드라마의 영향력을, 더욱이 주말 황금시간대의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피했어야 할 소재다.

‘미스 마’는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영국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의 작품 ‘미스 마플’(Miss Marple)이 원작이다. BBC 드라마로 시즌6가 제작될 만큼 현지에서도 인기 높은 추리물이다. 주인공은 여성 탐정인 미스 마플이다. ‘미스 마’는 여기서 가져왔으며, 한국적 정서에 흡수되도록 변주(變奏)되었다지만, 방송 내내 시청자들은 불편했다.

일명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으로 온 국민이 분노로 들끓고 있는 요즘이다. 아르바이트생과 자리 문제로 말다툼 끝에 벌어진 살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수사기관은 물론 학계에서도 “이 세상이 ‘분노사회’가 되고 있다”라고 경각심을 주문한다. 범죄는 더욱 극악무도해지고,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불러오는데, 이를 미디어가 부추기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미스 마’에 그려진 악인의 살인 행위는 어떤 분노가 작용한 것일까. 양미희 부장검사로 대표되는 ‘가진 자’들의 ‘갑질’이 분노의 이유이다. 권세를 누리고 치부를 하는데 앞을 막지 말라는 이유 딱 하나 뿐이다. 앞길을 막는 걸림돌은 아동이 되던, 혈육이 되던 치워버려야 한다는 논리가 드라마 전편을 뒤덮었다.

마지막 방송에서 ‘갑질의 분노’는 최고조에 이른다. 미스 마를 돕던 서은지(고성희)에게 납치되자 탈출을 감행한 장철민은 깨트린 도자기 조각으로 서은지를 위협하며, 소리를 높인다. “니들이 아무것도 없는 흙수저기 때문이야. 니들이 그냥 죽어 없어져도 뒤탈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거든”이라며 과거 서은지의 동생을 범행에 이용하게 된 계기를 밝힌다.

극중 인물의 분노가 시청자의 분노를 유발하는 대목이다. 바로 미디어가 분노사회를 부추기는 형국이다. 여기에서 “분노의 최대 공범자는 바로 시청자들이다.”란 시선이 정당성을 지닌다. ‘미스 마’의 마선생은 세상과 자신에 대한 분노를 복수를 통하여 상쇄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양검사 일당의 악행에 몰입했던 시청자들도 솔직히 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악의 화신 양검사의 음모를 통해 퍼져나간 악은 부지불식간에 시청자들에게 전염되어 갔으니 말이다. 사실 이 분노의 최대 공범자는 다름 아닌 바로 시청자들이다.

시청자들은 화면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목격자였다. 아이의 아버지는 처음부터 딸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계획은 없었지만, 갈수록 대담해지는 자신의 행동에 스릴을 느끼는 시청자들을 공범으로 삼아 광기어린 행동을 이어나갔다.

양검사 일당은 자신들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스토리 전개와 시청자 사이에서 점점 이성을 잃어갔던 것이다. 결국 그들의 엽기 행각은 분노가 분노를 일으키는 연쇄 분노의 향응을 시청자에게 제공했다. ‘미스 마’의 이러한 결말은 분노의 엑스터시라 할 수 있다.

‘미스 마’와 같은 막장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남긴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누구나 권력이 있으면 조작은 가능하다.”는 것이며, ‘조작 자체가 엄청난 권력’이란 역설도 성립됨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에서 진실의 여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저 내 마음먹은 대로 세상이 움직이는 권력의 달콤함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은폐는 또 다른 은폐를 낳다보니 결국 이 막장의 끝은 ‘아동 살인’이란 엽기적 모습만을 남겼다.

시청자의 분노의 화살이 정상 방향으로 날아간 시점이 마지막 방송이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양검사가 민서의 살해 주역이란 사실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으나, 자신의 간계에 항의하는 장철민을 죽이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상당한 충격이 된다.

여기서부터 시청자들은 점점 악의 무리에서 손을 떼기 시작한다. 양검사 일당의 무소불위 갑질은 여태까지 긴장감을 맛보며 은밀히 분노에 가담했던 관객들에게 공범을 부인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한때 권력자들의 음모와 분노에 취해 그 과정을 즐겼던 시청자들은 한발 물러나 권력을 심판하려 든다. 지나치게 나간 악과의 동침은 결국 두려움과 맞닿게 되고, 시청자들은 재빨리 선함으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하지만 되돌아가기에는 늦었다. 뻔한 결말로 시청자의 또 다른 분노만 유발시켰을 뿐이다.

정의 실현은 메아리조차도 없는 메마른 아우성일 뿐, 힘없는 사람들의 피가 선명하게 화면에 남았을 뿐, 악의 그림자만 드리운 채 ‘미스 마’는 막장 엽기 드라마로 퇴장했다. 어떤 경우가 되던 ‘아동 살인’을 묘사하는 드라마는 안방극장에서 사라져야 한다.

[더셀럽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SBS ‘미스 마:복수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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