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본질 벗어난 방송의 공공성, 예능 프로그램에 쏟아지는 이유 있는 비난
입력 2018. 10.01. 11:15:38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TV채널이 우르르 쏟아져서 연예인들의 활동공간이 한껏 넓어진지 오래다. 채널이 늘었으니 프로그램 편수도 많아지고, TV의 단골 출연자인 연예인의 등장 빈도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당연한데, 연예인의 출연 증가와 시청자의 즐거움은 비례하지 않는 모양새다. 요즘 TV를 보노라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 그대로이다.

TV에서 연예인은 크게 세 분야의 프로그램을 이끈다. 배우는 드라마에서, 가수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그리고 코미디언을 포함한 예능인들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를 만난다. 채널이 늘어나면서 드라마와 음악관련 프로그램도 많아졌지만, 그보다 예능 프로그램의 증가세는 단연 압도적이다. 늘어난 예능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투입되면서, TV는 온통 연예인 천국이다.

양적으로 늘어난 예능 프로그램이 질적으로 향상되었다면 좋으련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 여기저기에서 수준 낮은 프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방송은 공기(公器)’라는데 공적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기’는 신문이나 방송 같은 공공성을 띤 기관이 사회의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르는 말이다. 방송국은 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이용하는 기관임으로 ‘공기’가 맞다.

예능 프로그램도 전파를 이용하는 이상 ‘공기’로서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많아진 프로그램 탓에 ‘너도나도’ 예능인 명찰을 달고 화면을 누비고 있어 시청자로부터 볼멘소리를 듣는다. 케이블방송과 종편은 물론 지상파까지 이에 힘을 싣고 있어 사안의 심각성은 깊어지고 있다. 고성규 변호사는 그의 SNS에 “도하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 연예인과 그 일가족 복지증진프로그램 겸 연예인 트루먼쇼가 되어간다. 제발, 어지간했으면 좋겠다. 방송은 공기라 했는데 이쯤 되면 공기는 어불성설, 오염원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고성규 변호사는 몇몇 예능 프로그램을 지적했다. ‘몇 사람 모여서 삼시세끼 밥해먹고 낮잠을 잔다.’(tvN 삼시세끼), ‘해외까지 나가서 좋아하는 낚시질을 한다.’(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자녀들과 함께 놀아주고 함께 밥을 먹는다.’(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노총각들은 혼자 놀고 그의 어머니들은 한자리에 모여 아들에 대한 자랑과 걱정을 쏟아낸다.’(SBS 미운 우리 새끼), ‘혼인한 부부는 함께 알콩달콩 재미지게 산다.’(SBS 동상이몽 너는 내 운명), ‘연예인가족으로 부족하면 연예인 운전기사나 매니저도 함께 한다.’(MBC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 같은 프로그램들에 대해 “이 모든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그들에게 출연료를 지급한다.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함께 출연한 가족들도 유명세를 탄다. 돈을 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우일문 작가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그 밥의 그 나물인 연예인들이 모여서 숨바꼭질하거나 뜀박질하거나 수다 떨거나 해외여행 하거나 먹방 하거나 사생활 보여주는, 아무리 좋게 봐도 서로 베껴먹기 프로그램 만드는 피디들은, 좋은 머리로 좋은 교육 받고 센 경쟁 통해 그 자리에 갔을 텐데 재능을 그렇게밖에 못 쓰나 싶어 안타깝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서 “시청자들이 그런 걸 좋아한다는 얘기겠지. 내가 대중정서를 모른다는 얘기가 되겠구나.”라고 자조 섞인 말을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네티즌의 반응도 우려 일색이다. 우 작가의 “잘난 줄 아는 연예인들도 안 돼 보이고요.”란 끝말에 대체로 동감을 표시했다.

“그 얼굴이 그 얼굴 짜증나요.”(김미*), “밥 먹고 사는 수단이겠지만 대중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최영*), “초딩 수준 국민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김양*), “TV 할 게 없단 거죠~~ 먹는 거 아님 어디 가는 거니~~ 딱 한때 한번 살다가는 인생들처럼~~”(최충*), “방송국은 다른데 출연자는 그 얼굴이 그 얼굴.”(진회*) 등의 댓글로 현재 방송 중인 예능 프로그램의 모호한 정체성과 연예인의 소모적 출연을 염려했다.

많은 예능 프로가 호평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겹치기 출연’과 ‘비연예인의 연예인화’가 문제로 지적된다. 프로그램은 많아지고, 섭외 대상자가 한정되는 탓에 겹치기 출연은 불가피하다. 결국 운동선수에 패션모델, 작가 등 유명세를 지닌 유튜버까지 등장시키는 실정이다. 1인 방송으로 유명해진 BJ도 여럿 출연한다. 화제성을 지닌 인기 유튜버나 BJ의 예능 고정 출연은 ‘비연예인의 연예인화’를 공기로서의 방송이 부추기는 한편 예능인으로 공인하는 꼴이란 지적이다.

예능인(藝能人)의 사전적 의미는 “연극, 영화, 가요 등 연기(演技)를 행하는 대중 연예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음식을 무자비하게 먹어대고, 하루 온종일 쉬지 않고 말하는 기록을 세우는 등의 특별함은 예능이 아니다. 기네스 북에 등재되어야할 특별함에 지나지 않는다. 예능 프로가 ‘흥미와 재미’를 앞세운다지만 방송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좀 더 신중한 캐스팅이 요구된다.

이미 검증된 예능인들이 예능 프로 출연을 기피하거나 신중함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제(9월 30일) 첫 방송을 내보낸 tvN의 예능 프로 ‘주말 사용 설명서’에 출연한 중견배우 라미란은 “출연 섭외를 받고 많이 망설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요새 먹방, 여행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처음 제작진을 만났을 때도 ‘우리끼리 노는 걸 시청자들이 왜 봐야 돼?’라고 물었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또 “연예인들이 여행을 가서 즐기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시청자들의 시선에 공감한다.”면서, 예능 프로그램에 상표처럼 붙어 다니는 ‘리얼예능’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냈다. 그는 “리얼리티도 결국 다 연출된 거고 우리는 그것들을 그럴싸하게 표현하는 인물이다.”라며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의 역할과 한계를 규정했다.

결론을 짓자면 “고만고만한 연예인들이 나와서 자기들끼리 ‘대세’니 뭐니 추어주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이다. ‘대박’이니 ‘짱’이니 ‘리스펙트’니 ‘셀럽’이니 하는 추임새도 마찬가지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많이 배운’ 피디나 구성작가가 그걸 친절하게 자막으로 띄워주는데 있다. 방송 언어가 꼭 표준어로 단정해야 하지는 않는다. 외래어도 신조어도 다중의 지지를 얻으면 표준어가 된다. 그걸 국가에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적어도 자정능력이 충분한 방송에서 조장하는 듯한 모습은 자제되어야 한다. 저자거리와는 달라야하기 때문이다.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사진=tvN '삼시세끼', SBS '미우 우리 새끼'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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