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먹방’의 오해와 진실, ‘한국인의 밥상’에 답이 있다.
입력 2018. 08.20. 10:00:37

KBS '한국인의 밥상'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정부가 ‘먹방’(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을 방송하는 미디어(TV·인터넷 방송 등)에 대해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붙기 시작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논란의 요지는 “국민 건강 보호 문제냐, 규제로 인한 개인의 자유 침해냐.”이다.

찬반으로 나뉜 여론은 무성하지만 정부나 미디어, 그 틈새에 끼어든 시민단체까지, 그 어느 쪽도 정부의 권유 1개월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진전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여론전만 요란하다. 말만 무성한 채 이대로 유야무야 될 모양새다.

‘국민 비만 관리 종합 대책’ 가운데 한 방안이라는 정부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고, 미디어 관계자들이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발끈하는 모습도 그야말로 ‘구시대적 반응’이다. 정부의 방송 가이드라인 제공은 ‘권유’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의 견해는 “일부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BJ 또는 크리에이터들이 폭식을 조장하는 ‘먹방’ 콘텐츠를 제작 방송하면서 국민들의 비만 증가를 포함한 국민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방송을 타깃으로 삼았다.

요즘의 방송에서 ‘먹방’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이 방송된다는 지적은 맞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의 동영상 플랫폼에서 ‘먹방’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이 인기에 지상파나 종편채널도 관련 프로그램을 앞 다퉈 제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IPTV를 통한 1인방송 플랫폼이 1만개를 넘어섰다는 보고도 있다.

‘먹방’이 정도 이상으로 제작 방송되고 있다고 해서 정부가 개입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자세는 옳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방송플랫폼 제작자들이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반발하는 자세 역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모두 방송 이용자들의 시청 수준을 얕잡아보는 그야말로 ‘구시대적 발상’이다.

유튜브에서 ‘먹방’으로 25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튜버 ‘밴쯔’는 요즘 가장 ‘핫’한 라이징 스타이다. 대식가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식음료비를 지출한다. 연수입이 10억원에 이른다니 부러움의 대상이고, 그야말로 기네스감이다. 화제에 오르다 보니 JTBC 예능 프로그램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 등에 출연해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밴쯔의 1인 방송의 인기와 이를 뒷받침하는 지상파와 종편의 프로그램들은 보건복지부의 지적처럼 ‘비만을 조장 유발하는 문화 환경’일 수 있다. 하지만 밴쯔의 방송 댓글은 대부분 “거 참 희한한 사람이네”라며 혀를 차거나, “저러다 건강해칠까 걱정이네” 식의 반응이다. “나도 따라해 보고 싶다”는 모방 욕구는 보이지 않는다. 현실의 시청자는 현명하다.

이유 없는 살인 묘사에 불륜과 패륜, 막말이 오가는 드라마가 난무하지만, 현재의 방송 정책은 ‘방송의 악영향’을 이유로 어떤 규제도 행사하지 않는다. 따라서 ‘먹방’의 ‘방송 가이드라인 제시’ 같은 정부의 정책은 잘못 분석되고 전달된 것으로 이해된다.

관계자들이 ‘먹방’의 포맷 변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한국인의 체질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음식들이 ‘퓨전’이란 이름으로 등장하고, ‘맛’만을 앞세운 일부 셰프들에 의한 영양 불균형 식단이 소개되는 등의 국민 건강에 역행하는 내용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먹방’은 ‘예능’이 아니라 ‘교양’ 장르로 제작 방송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KBS1의 ‘한국인의 밥상’이 ‘먹방’의 교과서로 꼽히는 이유는 ‘먹방’을 ‘예능’이 아닌 ‘교양’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란 해묵은 논쟁을 들추지 않더라도 ‘먹는 일’은 곧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큰일이다. ‘한국인의 밥상’이 ‘예능’이 아닌 ‘교양’ 프로그램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1년 1월 6일 첫 방송을 내보낸 ‘한국인의 밥상’은 지난 16일 방송 379회를 맞은 장수 프로그램이다. 시청률도 만만하지 않다. 줄곧 7~8%대를 유지하고 있다. 웬만한 예능이나 드라마보다 높은 수치다. 백상예술대상 TV부문교양작품상 수상(2013년)등 국내외 여러 방송 관련 시상식에서의 수상으로 작품성을 공인받은 ‘먹방’이다.

KBS는 ‘한국인의 밥상’을 “밥상 속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들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 위키백과는 “지역별 대표음식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 그리고 음식문화 등을 아름다운 영상과 깊이 있는 취재를 통해 한 편의 푸드멘터리로 완성한 교양 프로그램”이라고 각각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서 ‘푸드멘터리’는 음식의 '푸드'와 다큐멘터리 등 두 가지 소재가 가미된 뜻이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매회 소개하는 작은 제목들은 이 프로그램이 지닌 ‘먹방’의 진정한 의미를 엿보게 한다. “당신은 행복하신가요? 어머니와 찬물밥”(379회), “자연에 시간을 버무리다 - 새콤달콤 발효 밥상”(376회), “그리움을 길어다 밥을 지었다 시(詩)로 지은 밥상”(373회) 등등.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제목들이다. ‘먹방’은 ‘한국인의 밥상’ 같아야 한다.

아침부터 라면 5봉지에 비빔밥까지 해먹고, 우동 10인분을 비벼서 바닥까지 긁어먹고, 햄버거 10개를 5분만에 해치우는 크리에이터 밴쯔의 ‘먹방’, 그리고 명색이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한국과 태국의 셰프라는 전문가들이 ‘칼로리 폭탄’을 주제로 “오늘만큼은 살찌세요”라며 별별 고칼로리 음식을 만들어 대결을 펼치는 모습(JTBC ‘팀셰프’)에서 오늘의 잘못된 ‘먹방’의 전형을 본다.

‘재미’만 강조하는 ‘먹방’과 전통을 이어가는 음식 문화를 앞세운 ‘한국인의 밥상’을 비교하면서, 정부 당국의 ‘권유’가 이유 있음에 일정 부문 동의한다. 아울러 한 광고의 오래된 문구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가 의미 있게 다가오는 오늘날 ‘먹방’의 현주소를 읽는다.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사진=KBS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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