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퍼즐] 운(運)과 선택, ‘프로듀서48’에 나타난 오디션 스타들의 ‘운칠기삼’
입력 2018. 07.23. 11:05:02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운칠기삼(運七技三). ‘운’이 7할이고 ‘재주’(노력)가 3할,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 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첨단과학과 정교하게 짜인 현대의 사회시스템 안에서 ‘운’이 ‘기’를 압도할 수 있을까.

최초의 ‘운’은 유전자와 환경에서 결정된다. 지체 높은 명망가 집안에서 태어나거나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 태어나는 것은 ‘행운’이다. ‘금수저’란 ‘운’이다. 하지만 후천적 ‘운’은 다르다. 잘 나가다가도 한 순간 재수 없게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로또 1등으로 인생 역전이 되기도 한다.

연예계만큼 ‘운칠기삼’이 회자되는 분야도 드물다.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에 출연했거나, 시청률이 기록적으로 높은 드라마에 나온 배우들은 하나같이 “이 작품에 내가 출연한 것은 행운이다”라고 말한다. “운이 좋아서”라는 겸손의 말은 수상식장에서도 자주 듣는다. ‘미투운동’에선 “재수 나쁜 사람만 걸렸다”라며, 불법 위법 행위까지 ‘운’탓으로 돌린다.

‘운’은 ‘선택’과 이란성 쌍둥이다. 때로는 ‘선택’은 ‘운’에 앞서기도 한다. 잘못된 선택은 ‘불운’을 가져오고, ‘행운’은 잘한 선택에서 나온다.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Mnet ‘프로듀스48’(연출 안준영)에서도 ‘운칠기삼’은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기획사 선택을 잘한 연습생은 상위에 오르고 홀대받은 기획사 소속생은 아래로 처진다. 소위 ‘위스플’을 소속사로 선택한 연습생은 같은 조건에서 ‘운’ 좋은 쪽에 든다,

1차 순위발표에서 살아남은 57명의 연습생들의 포지션 평가에 대해 일부 누리꾼은 “‘위스플’출신 연습생이 집중 부각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방송 분량 조절을 통한 ‘악마의 편집’이라는 불평도 등장하고, 특정 연습생의 방송 분량 등을 공유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운칠’보다 ‘기삼’을 중시하는 누리꾼의 목소리다.

“후천적 ‘운’이라도 ‘금수저’이고 싶으면 ‘선택’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 연예계 선험자들의 조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동안 많은 스타를 키워냈지만, 더 많은 지망생은 좌절을 겪어야 했다. 본선 무대에 진출한 오디션 스타들을 비교해 보면 실상 실력은 ‘도토리 키재기’, 거기서 거기다. 이쪽에서 탈락한 사람이 저쪽 오디션에 갔더라면 합격할 수도 있다. 선택이 문제다.

‘행운’과 ‘불운’을 가르는 선택은 얼마나 중요한가. 분명한 경우를 우리는 최근에 목도했다. JTBC ‘믹스나인’을 보자. 스타제조기라는 양현석이 나서고, 국내 3대 기획사 중 하나라는 YG가 제작했는데, 그 결과는 대국민 사기극이나 다름 아니었다. 오디션 최종 합격자나 탈락자 모두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다. 다른 오디션을 선택했다면 그 긴 시간 가슴앓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운’나쁜 선택의 본보기이다.

인기 절정에 있는 스타들은 거의 언제나 재능이 뛰어나고 엄청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믿음은 교과서 신봉자들이 만든 환상에 불과하다. '운'은 연예계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이다. 기획사 오디션에 참여할 때부터 신중한 선택이 뒤따라야 한다. 기획사는 저마다의 강점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특성에 맞는 기획사를 선택해야 한다. 활동분야에 따라 강점을 지닌 기획사 선택이 중요하다.

영화 ‘스파이더맨 3’(감독 샘 레이미)에 ‘선택’에 대한 정의가 잘 나타나 있다. 극의 마지막 해리(제임스 프랭코)의 장례식 장면에서의 내레이션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우린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마지막 순간 해리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선택은 우리들의 본질을 규정하고 옳은 선택을 하는 건 우리의 몫이다.”

연예계는 대체로 ‘운’에 의해 움직이는 건 맞다. 인생이 꼬여 힘들어 하다가 그것을 발판으로 말미암아 더욱 더 앞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끝에 만난 건 다시 꼬인 실타래뿐인 연예인도 있다. 반면에 꼬이고 꼬이다가 나이 들어 대기만성, 풀린 연예인도 있다.

승마나 경마에도 ‘운칠기삼’과 비슷한 용어가 있다. ‘마칠기삼’(馬七騎三)이다. 말이 뛰는 데는 말 본래의 능력이 7할, 말을 모는 기수의 능력이 3할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쉬지 않고 꾸준하게 한 가지 일만 열심히 하면 마침내 큰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한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든 꾸준하게 열심히 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과는 정반대의 뜻이다.

연예계뿐 아니라 애초부터 세상은 불공평하다. 너무 자기 자신을 탓하지도 말고, 노력을 했지만 결과가 안 좋다 하더라도 자신의 그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더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유명해지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말고 언젠가는 ‘운’이 따를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복권을 사지 않으면 아무리 ‘운’이 좋은 사람도 당첨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시크뉴스 윤상길 칼럼 news@fashi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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